이태원 참사 시민추모대회, 유가족·생존자들 절규
"내 심장 같았던 너,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구나
그런데 누구하나 책임 지지도 처벌 받지도 않았다"
"특별법 제정 힘 모으자"…야4당 대표도 한목소리
윤 대통령은 결국 불참…인요한은 줄행랑
"저희는 아직도 사랑하는 아들, 딸, 가족의 부재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자녀를 찢어지는 가슴에 품고 사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고 김의진 씨 어머니 임현주 씨)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아들 김의진 씨가 쓴 모자와 재킷을 입고 온 임현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임 씨는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찬 바람이 들까 가슴에 아들의 영정을 꼭 품었다. 159명의 희생자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꼬박 1년이 된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임 씨는 절규하고, 또 눈물 흘렸다. 그는 참사 당일의 국가의 부재를 떠올리며 원통해했다.
"너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을 알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중 당시의 현장 영상물을 통해 참사 발생 1시간 30분 정도에 외국인으로부터 CPR을 받는 축 늘어져 있는 너를 찾게 되고, 참사 2시간 뒤 영상에서는 1번 출구 입구 차디찬 보도블록 위에 망자로 분류돼서 처참하게 눕혀지는 영상을 찾았을 때, 엄마는 분노하며 절규할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억울하게 삶을 강제 종료당한 너를 차디찬 영안실에서 만나는데 15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참으로 기가 막히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히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진실을 밝힌다거나, 책임을 진다거나,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란다! 국가와 행정기관은 예방, 대응, 대피, 구조, 수습 모든 영역에 있어서 무능하고 무책임했음에도 참사 1년이 되어가는 오늘까지도 뚜렷한 참사의 개요, 원인, 책임, 대안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시와 외면으로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 절규하게 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성실과 열정을 다해 살아온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이 반드시 온전하게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해! 너희 159별들은 누구보다 보배롭고 소중한 역사를 만들어 왔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이 펼치고자 했던 미래, 꿈, 비전들은 사랑하는 별가족들의 삶 속에서 실현되어지고 명예회복 되어져야 해! 너희들이 존귀한 존재임을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않고, 오히려 비방하고 폄훼하고 2차 가해하는 무리들은 반드시 자신들의 잘못과 과오를 참회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
"심장과도 같았던 나의 전부였던 사랑하는 의진아! 너를 아낌없이 사랑했지만, 나중이라는 기회가 있을 줄 알고 고이고이 묻어두었던 보배로운 시간과 사랑이 있단다! 그러나 아낌없이 사랑하고 베풀 수 있는 부모의 찬스와 영원할 거라 미루었던 기회들이 10·29 한순간에 사라졌다니! 이런 비극은 더이상은 재발해서는 안되겠지! (…) 너희들은 평화로운 그곳에서 뛰놀거라! 자유롭거라! 평안하거라! 그리고 사랑하거라! 너희들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은 우리 엄마, 아빠와 별가족들이 반드시 규명할게!"
생존자 이주현 씨 "계속해서 기억할 것"
참사의 생존 피해자에게도 그날의 아픔은 여전했다. 생존자여서 오히려 참담했을지도 모른다. 연단에 올라 연신 울먹였던 생존자 이주현 씨는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작년 오늘, 108클럽 앞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운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럼 그 159명은 운이 나빠서 죽어야 했습니까? 이게 운으로 생사가 갈렸어야 했던 일입니까? 공공 안전의 유무가 왜 운으로 바뀌어졌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씨는 구술집 인터뷰에도 참여하는 등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생자를 마주하는 일이 힘들다고 했다. "저는 분향소보다는 이태원을 자주 갔었습니다. 그 참사를, 그 현장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고 또 그 기억을 떠올림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심리적 트라우마라든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없기 때문에 저라도 그때 당시를 누구보다 선명히 계속해서 기억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벽 앞에도 자주 갔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메모지에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말 몇 마디로, 몇 줄의 문장으로, 어떻게 이 마음을 다 표현합니까. 그래서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참사를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용기있는 생존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외면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 항상 계속 서 있을 것이고 생존자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고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계속해서 기억할 것입니다.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생존자로서 다른 생존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처럼 상황을 마주봐야 치유되는 분도 있지만 거리를 두면서 치유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조차도 저는 응원합니다. 당연하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중에 언젠가 조금더 용기내실 기회가 된다면 저를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이태원 참사 생존자"
"특별법 통과될 수 있도록 힘 모아주길"
이태원 1주기 추모대회의 주제는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이자 고 이주영 씨 아버지 이정민 씨는 시민들에게 먼저 이 비극을 기억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주십시오. 서울 도심 한복판 그 좁은 골목에서 일상을 살아가다가 159명이 별이 되어 사라진, 그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지역의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긴, 그리고 그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그가족들,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안전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 이 참사를 기억해주십시오."
이 씨는 시민추모대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유가족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찾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추모대회가 '정치 집회'라는 이유를 들며 끝내 유가족의 요청을 거절했다.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픈 마음과 고통의 순간을 위로 받으면서 1년 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집회가 아닙니다.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열심히 키워왔던 우리 아이들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한 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이 현실을, 이 억울함을 어디서 어떻게 호소해야 합니까? 집안 곳곳에 아직도 남아있는 가족들의 체취와 흔적들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태원 참사로 생을 달리한 159명의 희생자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하늘의 별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혹시 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답을 듣고 싶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우린 유가족이고 싶지 않습니다. 유가족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명확히 예측됐었고, 그래서 사전계획과 경고가 있었습니다. 그 예측과 경고를 인지하고 계획을 실행했다면 우리가 유가족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젊은 청춘들의 짧은 생을, 그리고 이들의 꿈과 행복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까? (…)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은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들입니다. 우리는 생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불행한 현실을 직시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아직도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의 탓으로 돌리고,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진정으로 마음 아파해주시고, 공감해 주시며 유가족들을 대신해 화를 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분들을 위하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꼭 필요합니다. 특별법을 통해 제대로 된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진실이 밝혀졌을 때, 비로소 모두의 생각이 모아질 것이고 유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이재명 "특별법 신속한 통과로 진실 밝힐 것"
용혜인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 반드시 제정"
유가족들의 외침에 야4당 대표들도 응답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등이 개인자격으로 자리했다. 이밖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했으며, 추모대회에 앞서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추도사에서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오늘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 곁에 없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 마음,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오송 참사, 해병대원 사망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면서 "이태원의 그날을 모두가 기억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을 바로 세우겠다. 10·29 기억하며 진실을 향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겨울 얼음 속에서도 새싹은 자라난다. 아무리 지금이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자"며 "이 나라의 미래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께서 열어간다는 사실, 이 나라의 국민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 손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저도 잊지 않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유가족 외침에도 이미 진상규명은 다 됐다는 궤변으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이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며 "그 어떤 방해 세력도 물리치겠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부의 무책임이 또다른 이들의 가슴에 구멍내지 않도록 정의당이 여기 모인 제(여러) 정당들과 함께 힘을 합쳐 피해자와 유족열분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긴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지금 이순간까지 윤 대통령 자리 비어 있다"며 "이 모든것은 가장 고통받는 국민 곁에 서야 할 윤 대통령이 오늘까지도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국민이 늘 옳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오늘 윤 대통령은 유가족과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도해야 했지만,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앉아 있었어야 할 이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용 상임대표는 "그럼에도 우리는 국민들은 믿음이 무너져내린 자리에서 서로를 믿고 진실을 갈망하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나아가고 있다"며 "참사 진실을 밝히고자 함께 걸어온 우리 모두의 시간들을 끝끝내 기억하겠다. 유가족과 피해자들만의 외로운 기억이 아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국가의 무능으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사회적 참사를 여야 진영논리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는 거 아니냐"며 "책임지기 싫으면 그 자리를 내려 놓으라"고 외쳤다. 그는 "안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기필코 만들어낼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끝내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 방해한다면 진보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민을 버린 정권과 맞서 싸울 것을 약속드린다. 그것이 진보당의 사명이고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발언없이 1부 추모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힘은 사과하라" "윤석열 정부 사과하라"고 항의하거나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꺼져라"라고 했다. 원색적인 욕설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인 위원장은 항의하는 시민들을 피해 오후 6시 30분쯤 도망치듯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일본 아카시시,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연대
"비록 지금 고통스럽지만 용기 가져야" 위로
추모대회에는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아카시시 불꽃축제 압사 참사 유족 시모무라 세이지 추도사는 "1년 전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그 피해 규모에 마음이 얼어붙었고, 현장 영상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일본인 유학생 2명도 희생됐다"며 "저희가 겪었던 사고와 너무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3월 16일,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골목의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길이라 한 걸음 들어서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사람들이 밀집하게 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유족분들, 피해자분들과 이 자리에 서서 다시 한번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아카시시 불꽃축제 참사 유가족 외에도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 주한 이란대사, 올가 아파나시에바 주한 러시아대사관 영사 등도 참석해서 추도 메시지를 전했다. 참사 당시 이란인 5명, 러시아인 4명이 숨지는 등 두 국가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희생자가 나왔다.
9년 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추모제를 가졌던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고 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국민이 희생당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안전사회 만들어야한다고 외치며 우리 세월호 엄마, 아빠들은 10년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은 1년을 길바닥 전전하며 싸워왔지만 국가는 반성도 사과도 없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는 책무를 다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다 하라고 국민의 권리로 명령해야 한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 다시는 국민이 억울한 희생자가 되고 고통받는 유가족이 되면 안된다"며 "비록 지금 가는 길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별들을 생각하며 용기와 희망을 갖고 함께 힘내자. 끝까지 함께하겠다.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낮 1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미사가 열렸으며,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오후 2시부터 추모대회 사전행사로 4대 종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기도회가 열렸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159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과 서울역을 거쳐 시청 앞 광장까지 약 6.3㎞ 구간을 행진했다.
본 행사인 시민추모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추산 7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행사를 마친 뒤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다.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안타까운 그날을 기억합니다. 159명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남은 자들이 진실을 밝힐 것을 약속합니다. 2023.10.29. 시민언론 민들레 유튜브 채널
유가족도 없는 곳에서 셀프 추모한 윤석열
한편 시민추모대회 참석을 거부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단독으로 추도 예배를 했다. 대통령실은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에서 기도회에 참석하던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이같은 사실을 브리핑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예배에서 추도사를 통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말하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시민추모대회 초청에 공개적으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 뜬금없이 유가족도 없는 자리에서 유가족을 위로한 것이다. 대통령의 예배는 유가족뿐 아니라 경호를 이유로 일반 신자도 배제한 채 진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가족의 공식 사과 요구에 대해 "기억하는 것만 해도 윤 대통령이 공식 자리에서 네 차례, 또는 그 이상 직접 사과했다"며 "(참사) 초기에 (대통령은) 유가족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대통령의 참사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10‧29 이태원 참사 49재 시민추모제가 열렸던 지난해 12월 16일에도 유가족과 피해자를 외면했다. 그는 당시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서울 안국역근처 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 버튼을 누르고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은 당시 행사에서 그릇 업체의 '방짜유기 둥근술잔'도 샀다. 윤 대통령은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다"고 웃으며 농담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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