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참담한 심정…반드시 연내 처리해야"
28일 김건희 특검법 등 있어 또 밀리나 우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처리가 또다시 미뤄졌다. 여당의 극한 반대로 연내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 전날 여야가 합의한 일정들을 모두 처리했다. 이어 이날 본회의 의사 일정엔 없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167명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처리에 대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법안 처리를 시도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단상으로 불러 논의를 시도했으나, 윤 원내대표가 "법적으로 숙려 기간이 있지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본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김 의장은 고성 속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여야 합의 처리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제가 조정안까지 제시했다"면서 "여야 합의 처리는 제가 원하는 게 아니다. 엄동설한에 국회 밖에서 '오체투지'(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하며 법안 처리를 요청하는 유가족의 간절한 호소"라고 외치듯 말했다.
이어 "그분들(유가족)이 왜 그러겠는가. 과거 세월호 경험을 볼 때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돼야만 이 문제가 제대로 집행되고 실질적으로 종결될 수 있어서 그렇다"면서 "이런 이유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은 처리하지 않는 것을 이해바란다. 여야는 이번 회기 내에 가급적 빨리 합의해주시기 바란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산회를 선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도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특별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21일) 예산안 처리를 위해 추가로 열린 본회의에서도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오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했지만,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올해 남은 본회의 일정은 28일이 마지막이지만, 이날도 김건희 씨 특검법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예정이어서 특별법 상정 자체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내용은 빼고 피해자 지원만 담은 법안을 대안으로 제출하며 처리를 늦추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 본회의에서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자동부의됐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부의되면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돼야 한다. 국회법상 내년 1월 하순에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전망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쟁점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실망과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십 수일 간 노숙을 하고, 눈 덮인 국회 담장길을 따라 오체투지 행진도 했지만, 끝내 국회는 특별법 본회의 통과로 화답하지 않았다"며 "얼마나 더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이 절박한 절규의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은 결단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여야는 지난 참사 100일과 1주기 국회 추모제 당시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그 다짐을 기억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 요구에 담겼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열망과 바람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고 눈물 흘리던 여야 정치인들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하고 특별법 제정을 가로막는다면 '후안무치'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에도 12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는 차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여야가 함께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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