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고소득 차주 비중 17% 육박
5대 은행서만 5만 6천명…1년 전의 2.6배
금융자산 10억 이상도 1년 새 7.5% 증가
부자 감세·경기 불황에 소득 불평등 가속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고소득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고소득자도 1년 새 7.5%가 증가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불황 등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부유층 소득은 더 늘어나고 저소득층 수입은 쪼그라드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전체 신규 차주가 2배로 늘어나는 동안 고소득자 차주는 2.6배로 증가했다고 17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고소득(소득 8000만 원 이상) 주담대(이주비·중도금·전세대출 등 제외) 신규 차주 수는 5만 63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1721명의 2.6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신규 차주 수는 17만 4451명에서 33만 7397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고소득 차주 비중은 16.7%로 1년 전의 12.5%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7~9월) 기준으로만 보면 주담대 신규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은 16.8%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신규 차주 중 고소득 차주 비중은 2020~2022년 10~13%대에서 맴돌다가 올해 들어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 매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대출을 받게 된 결과다.
이렇게 된 이유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다른 규제를 풀면서 가계부채 급증 우려로 차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는 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DSR은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1억 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고 보유주택과 규제지역, 주택가격별로 설정돼있었던 LTV 차등 적용 규제도 폐지했다.
부동산 규제를 풀면 대출 한도가 늘어날 때 연봉이 높은 고소득자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담보 비율을 아무리 높여도 DSR 규제로 연봉이 낮으면 주담대 최대한도가 늘어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소득자만 부동산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보게 되는 셈이다.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와 황설웅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의 신규 가계부채가 발생하면 저소득 가계는 소득이 줄어들고 고소득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을 통해 더 많은 비금융자산을 취득할 수 있고 그후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으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금융 소득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 수가 전년보다 7.5% 늘어난 45만 6000명에 달했다. 다만 연간 부자 비중 증가 폭은 2019년 이후 가장 작았다.
자산 규모로는 91.2%가 10억~100억 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고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9%, 30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1.9%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 부동산자산은 2543조 원으로 1년 새 7.7%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1년(18.6%), 2022년(14.7%)보다 증가 폭은 축소됐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은 각각 56.2%, 37.9%이었다.
부자들이 자산을 불린 것과 달리 거의 모든 국민은 경기침체와 집값 하락으로 평균 자산이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7%(2945만 원) 감소했다. 가계 자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2년 통계 작성 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주택 자산이 10% 줄면서 전체 자산 보유액이 줄어든 탓이 크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도 여전하다.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1억7458만 원이었고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는 1억7287만 원으로 그 격차가 6.8배에 달했다. 저소득층의 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소득 1분위 평균 부채는 2004만 원으로 작년보다 22.7% 증가했다. 2013년의 26.0%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2분위 3분위 가구는 부채가 줄었고 4분위와 5분위 가구는 각각 0.3%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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