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촉구
정부, 과세 대상 10억→30억 상향 추진
연말 세금 회피 매물에 주가 하락 핑계
개미투자자 피해 없고 주식 부자만 혜택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말마다 과잉 주식 양도세 규제로 인한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이로 인한 비정상적 주가 하락 때문에 기업은 물론 다수의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10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식 부자만을 위한 핀셋 규제 완화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점을 거론하며 “(주식 양도세 규제 완화를) 지체할 이유도 없고, 지체해서도 안 된다. 절대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일”이라며 야당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선 공약이 왜 이렇게 지체돼 왔는지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고 만약 지킬 수 없다면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7일에도 SNS에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가 시급하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현행 주식 양도세는 매년 연말 기준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 부과된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30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는 대폭 줄어들고 과세 회피를 위해 매년 연말에 쏟아지는 매도 물량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주주 기준 변경이 정부 시행령 개정 사안이므로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본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은 꾸준히 확대됐다. 2000년까지 해도 100억 원이었다가 2013년 50억 원,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을 거쳐 10억 원까지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주주 기준을 3억 원으로 확대하려고 했다. 주식투자자들이 반대하며 무산됐으나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라는 원칙에 충실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와 반대로 윤석열 정부는 대주주 세금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고집스럽게 펼치고 있다. 작년에는 자식이나 손자 등 가족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종목 보유액을 계산하는 가족 합산 규정을 폐지했다. 과세 대상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준 것이다.
주식 양도세 완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세금을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이런 흐름까지 고려해 투자한다.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통상적인 의미의 개인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 10억 원어치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많지도 않다. 지금도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주식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대주주 기준 상향이 개인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오는 2025년부터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000만 원(국내 상장 주식 기준)이 넘는 투자소득을 올린 사람은 무조건 세금을 내는 금융투자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대주주 기준이 올라가더라도 2년 후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 주식 양도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 것에서도 이런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과세 회피용 매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매일경제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개인 순매수를 집계한 결과 주식 양도세 과세로 주가가 폭락했다는 증거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12월에 양도세 회피를 위한 개인 ‘큰손’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가 과세 시점이 지난 1월에는 다시 주식을 주워담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이런 패턴이 되풀이되면서 투자자들이 매물 부담을 선제적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매물 폭탄 영향은 별로 없고 국내외 주식시장 분위기와 기업 성장성 기대감 여부 등이 오히려 주가지수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성동 의원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보여주는 분석이다. 결국 주식 양도세 완화는 일부 주식 부자를 위한 정책일 뿐 개미투자자를 위한 것이 아닌 셈이다. 재건축이익부담금 완화 등 부동산 부자에 이어 주식 부자의 세금마저 깎아주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세수는 더 감소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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