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를 파헤치다

'본부장 비리' 덮은 '대장동=이재명 비리' 프레임

대선 후보간 변별력 사라져…결국 0.73%p 패배

대선 이후 1년 반 넘도록 검찰 수사 '현재진행형'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본질 드러낸 검언 팀플레이

'이재명의 외로운 전쟁', 민병선, 민들레북
'이재명의 외로운 전쟁', 민병선, 민들레북

신간 <이재명의 외로운 전쟁>, 민병선, 민들레북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13일, 조선일보는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보수 신문들도 이내 '받아쓰기'를 시작했고 방송들도 취재 경쟁에 가세했다. 민주당 내 경쟁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여야 후보를 통틀어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던 이재명은 휘청거렸고, 대선 본선에서 대장동은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됐다.

'대장동 의혹=이재명의 비리'라는 프레임에 따라 '비호감 대선'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기득권은 '5급수 정치 만들기' 전략을 썼다. 유권자들은 누가 낫고 누가 모자라는지 따지는 것조차 부질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대선후보 사이의 변별력은 사라져버렸다. 윤석열 후보의 장모 관련 비리와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도 사소한 것이 됐다. 정치판을 5급수로 만드는 데 대장동은 최적의 재료였다.

대장동 사태에는 우리 언론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불공정한 언론 지형을 들여다보면, 정치를 넘어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언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은 20년간 한국일보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대장동 보도의 문제를 중심으로 기득권의 음모를 파헤친 기록이다. 언론과 검찰의 팀플레이를 추적함으로써, 대장동 잔혹극을 통한 '이재명 죽이기'의 전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정권을 내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밝혀보자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이재명의 패배에서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대장동 의혹이다. 대장동 문제가 불거지자 유권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떠올리며 분노했다. 토건 비리의 맨얼굴이 드러났고, 부도덕한 법조 엘리트와 토건업자들이 관여해 수천억 원을 손쉽게 벌었다는 보도에 경악했다. 그 원망은 고스란히 이재명에게 투사됐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5503억 원의 공익 환수를 실현했지만 그 부분은 일말의 관심도, 칭찬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수익 발생'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의심만 불어났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했다. 2023.11.3.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했다. 2023.11.3. 연합뉴스

대장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재명은 대선이 끝난 지 1년 반이 넘도록 관련 수사를 받아왔지만, 무수히 진행된 압수수색과 수사에도 대장동과 관련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검찰은 배임죄로 기소했다. 조선일보의 의혹 제기 이후 800일이 넘도록 이재명은 끝없이 이어지는 혐의에 맞서 전쟁 중이다. 이 싸움은 언론과의 싸움이고 검찰과의 싸움이다.

대장동 의혹은 언론이 제기한 이슈다. 경기경제신문이 처음 의혹을 제기하고 조선일보가 이슈를 키웠다. 대장동의 전개 과정을 보면 한국 언론 환경의 문제점이 보인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해 특정인을 거꾸러뜨리는 행태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검찰의 팀플레이를 들여다보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본질이 드러난다.

20년간을 기자로 살았고, 경기도지사 보도특보를 비롯해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와 함께한 저자는 익히 알고 있는 언론사의 보도 과정을 바탕으로 '이재명 죽이기'의 시나리오를 펼쳐 보여준다. 첫 보도 날짜는 왜 9월 13일이어야 했는지, 이 잔혹극의 원작자는 누구인지, 교묘하게 몰아붙인 정황과 저의는 무엇이었는지, 단계별 공격 패턴과 주 타깃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최종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주류 언론이 파워게임에 얼마나 진심인지, 포기할 수 없는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얼마큼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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