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잔혹극의 전말] ⑥묻혀버린 고발 사주 의혹
뉴스버스 보도로 윤석열 궁지…보수 언론도 주목
“국기 문란 사건”… 홍준표 등 야당서도 공격해
2주 뒤 대장동 보도 시작되자 전 언론 관심 돌려
“이슈를 이슈로 덮기” 전형적 물타기 전략 재연
여론, 대선 관심사 ‘대장동’ 35% 〉 ‘고발 사주’ 22%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장동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대선 기간 중 제기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건 비리와 싸웠던 이재명은 거꾸로 토건 비리의 원흉으로 몰렸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장동의 잔혹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은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의 바위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잔혹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전개됐는지 밝히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대장동 의혹 제기는 ‘이재명 죽이기’ 효과뿐 아니라 ‘윤석열 살리기’ 효과를 가져왔다. 일석이조의 한수였던 셈이다. 대장동 의혹이 전 언론에 도배되기 전 정국의 최대 이슈는 고발 사주 문제였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조선일보가 대장동 첫 보도를 내보내기 11일 전인 2021년 9월 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20년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측에 범여권 측 주요 인물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버스에 따르면 2020년 4월 3일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추정되는 ‘손준성’이 미래통합당 김웅 국회의원 후보(서울 송파 갑)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 고발장의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등에 직접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 고발장에 들어있다고 했다. 뉴스버스는 “(고발 사주가) 윤 전 총장의 지시 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 대상에는 최강욱, 황희석, 유시민, 뉴스타파 소속 기자들까지 총 11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고발장의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부장이었다.
검찰과 야당이 공모한 국기문란 사건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보도였다. 보도가 나오자 중앙 일간지들이 의혹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보통 중앙일간지들은 자존심 때문에 작은 인터넷 언론의 보도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버스의 보도가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따라 썼을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다음날인 9월 3일자에 1면 톱, 3면과 4면 전면, 사설까지 이 이슈를 다루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윤석열 검찰, 야당에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이란 제목이 달린 이날 한겨레의 1면 톱기사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 검찰이‘검-언 유착’논란 및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중략)
여권은‘검찰발 총풍 사건’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윤석열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해 고발을 사주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정치공작이라며“윤 전 총장은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 관련해 보고받은 적이 있는가. 윤 전 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하략)
조선일보도 뉴스버스의 보도를 외면하지 못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는 5면 톱으로 <“윤석열 검찰, 야당에 여 인사들 고발 요구”… 윤 “사실무근”>이란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3면 톱으로 다뤘으며, 동아일보는 6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보수 언론들도 사안의 중대성과 뉴스버스 보도의 구체성을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9월 3일자 기사는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도 그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뉴스버스의 보도 내용과 윤석열 캠프의 반박, 여당 쪽의 반응을 충분히 실었다.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사실무근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은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범죄”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감찰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보도를 인용해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후보를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보도 등으로 윤 전 총장과 아내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를 보게 된 과정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한 의혹이 있으니 이에 대해 고발을 해달라고 검찰이 야당에 주문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이를 위한 고발장을 작성해 고발인란만 비워두고 당시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윤 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저희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중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면서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했다. 손 검사와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 대리였던 정점식 의원도 관련 의혹에 대해 본지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략)
대장동 없었다면 고발 사주는?
이후 온 언론이 고발 사주 의혹을 연일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신문은 9월 6일 야권에 사주한 고발장의 내용 전문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여권 총선 이기려…윤석열 헐뜯어” 검찰 공소장 뺨치는 고발장 20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웅 의원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미래통합당 측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보도된 고발장에는 ‘윤총장 부인과 장모의 의혹, 검언유착 의혹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단언하는 내용이 있었으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윤 총장을 헐뜯고 비난하며 범여권의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계획적인 언론플레이를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 이유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던 윤석열 총장의 심경을 대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겨레 단독 기사가 나가자 동아일보는 하루 뒤인 9월 7일 <여 “국기문란 사건” 야 “여권 정치공작”>이란 기사를 1면 톱기사로 게재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박범계 “합동감찰 고려” 윤석열 “여권 정치공작”>이란 1면 톱기사를 실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언론조차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은 대선의 가장 큰 이슈이자 국가를 뒤흔드는 사건이 됐다. 대장동 보도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대선의 핫이슈는 고발 사주 문제였다.
여야의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9월 5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드러날 일을 공작정치 운운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이 통상 하는 ‘무조건 부인하고 보자’는 배 째라식 후안무치 대응”이라고 적었다.
이재명도 페이스북에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모든 민주개혁진영이 공동대응을 모색하자”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검찰의 중대한 헌법파괴, 국기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윤석열을 몰아세웠다. 윤석열은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두 달여 만에 최악의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9월 13일 조선일보가 대장동 보도를 시작하고 다른 언론들이 따라 쓰면서 고발 사주 의혹은 많은 이들에게 ‘사소한’ 일이 돼버렸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전형적인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2021년 11월 18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서 대장동은 고발 사주를 제치고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 조사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한 관심 사안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장동 특혜 의혹’을 꼽은 응답자가 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고발 사주 의혹’을 꼽은 응답자는 22%였다.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대장동 의혹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40대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관심이 26%, 윤석열 후보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관심이 39%였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장동을 주목했다. 광주·전남북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관심이 19%, 고발 사주 의혹은 34%였다. 중도층에서도 39%가 대장에, 18%가 고발 사주에 관심을 보였다.
대장동 보도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9월 첫 주 NBS 조사에서 이재명의 지지율은 25%로, 윤석열(19%)을 6%p나 앞서고 있었다. 대선 당선 전망에서도 이재명은 33%, 윤석열은 24%로 10%p 가까이 여유롭게 앞섰다. 하지만 같은 기관의 2021년 12월 첫 주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지율 33%, 윤석열은 34%로 역전됐다. 대선 당선 전망에서도 이재명 37%, 윤석열 36%로 거의 같아졌다. 물론 윤석열이 11월 5일 국민의힘 후보 확정의 효과를 거둬 지지율이 올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은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대장동의 영향이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장동 보도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9월 첫 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은 24%를 얻었고 윤석열은 19%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11월 3주차 조사에서는 이재명은 27%, 윤석열은 34%를 얻어 전세가 역전됐다. 윤석열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며 지지층 결집과 지명도 상승 등의 효과를 거둔 반면 대장동의 오점이 덧칠해진 이재명은 이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 7편 ‘대장동이 대선에 미친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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