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잔혹극의 전말] ⑤본선 경쟁력의 약화

대선 레이스 시작 전 호감도 1위 달리며 대세론

보도 두 달 넘게 이어지자 호감도 12%p 급락

심상정마저 "이재명 무능했거나 무책임, 배임"

대선서 민주-정의당 후보 단일화 가능성 사라져

대장동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대선 기간 중 제기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건 비리와 싸웠던 이재명은 거꾸로 토건 비리의 원흉으로 몰렸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장동의 잔혹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은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의 바위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잔혹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전개됐는지 밝히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도청을 찾은 지지자들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이때부터 대장동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대선 주자로 승승장구했다. 2020.7.16.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도청을 찾은 지지자들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이때부터 대장동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대선 주자로 승승장구했다. 2020.7.16.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은 20대를 이재명에게 등 돌리게 했다. 대장동 의혹의 부정적 효과는 호감도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호감도는 중요한 요소다. 호감을 끌어야 견고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진영을 넘어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여론조사 업체들이 조사 항목에 호감도를 넣는 이유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던 2021년 7월 7일 주간조선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재명 대선주자 1위…누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나>라는 기사에서 보수매체인 주간조선조차 이재명이 대세라고 평가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기 전, 대장동 의혹이 터져 나오기 전 이재명은 이낙연, 윤석열을 압도하는 대권 주자였다. 경기도지사로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권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에서 “일 잘하는 이재명은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음은 주간조선 기사다.

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확고한 1등인 걸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처음으로 이 지사의 지지율이 30%가 넘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로 지난 1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로 1위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3.0%로 그 뒤를 이었다. (중략)

30%대 지지율은 ‘대세’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며 공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수성할 수 있는 지지율이다. 2017년 민주당 상황을 되짚어보자.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3인의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안희정-이재명 후보는 쫓는 쪽, 반면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는 지키는 쪽이었다. 추격해오는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은 문 후보 캠프에 위기였다. 그들이 내세운 전략의 핵심은 이거였다. (중략)

여권 전체 대표선수로서 이재명이 갖는 한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는 주요 대선주자의 호감·비호감도를 물었다. 그런데 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52%, 이낙연 대표는 43%를 얻었다.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이 지사가 39%, 이 대표가 49%를 얻었다. 마진을 따지면 이 지사는 호감도가 더 높은 정치인, 이 대표는 비호감도가 더 높은 정치인이 됐다. 과거 ‘이재명 리스크’를 생각하면 엄청난 인식 변화다. (중략)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도 2021년 6월 11일 <이재명 호감도 49%로 1위, 문 대통령보다 높았다>라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재명은 거론되는 대선 주자들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 17명 중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선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호감이 가는가’를 물은 결과, 이 지사는 49.0%의 호감도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야를 통틀어 이 지사는 유일하게 호감도(49.0%)가 비호감도(41.5%)보다 높았다. 이 지사에 이어 윤 전 총장과 오 시장이 각각 35.6%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여당 7명, 야당 7명, 아직 정당에 속하지 않은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3명 등 총 17명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했다. (중략)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이 지사가 강세를 보였다. 진보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69.8%가 이 지사에게 호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70.7%)에 이은 것으로, 현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로부터 유력 대선주자로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이 전 대표(52.3%), 심 의원(50.5%), 정 전 총리(43.3%), 추 전 장관(41.1%) 순이었다.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도층에서도 이 지사의 호감도는 48.3%로 가장 높았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35.3%)과 오 시장(33.7%)이 뒤를 이었지만 1위인 이 지사와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현재는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민주당 이탈층’의 고민도 확인됐다. 민주당 이탈층 중 내년 3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0.2%로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17.6%)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여야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7.7%가 이 지사에게 호감을 표했다.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지만 강성 친문재인계의 비토 정서가 남아 있는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지사에 이어 심 의원(38.0%), 이 전 대표(30.4%), 윤 전 총장(29.0%), 오 시장(28.6%) 순으로 호감을 보였다.

 

한국일보가 2021년 6월 11일 대선 주자들의 호감도 조사 결과를 실었다. 지면 갈무리
한국일보가 2021년 6월 11일 대선 주자들의 호감도 조사 결과를 실었다. 지면 갈무리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대장동 의혹이 보도되기 전인 2021년 8월 16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의 호감도는 다른 후보들을 앞도했다. 이재명은 48%로 1위였고, 이낙연은 41.4%, 윤석열은 39.3%로 집계됐다. 비호감도 조사에서도 이재명은 48.4%로 윤석열(55.7%)과 이낙연(54.1%)과 비교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2021년 9월 13일 조선일보의 첫 대장동 의혹 제기 이후 융단폭격식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재명의 호감도는 급락했다. 2021년 11월 5일 한국일보는 <뽑을 사람 없는 ‘비호감 대선’… 이재명만 호감도 떨어졌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재명의 호감도는 37%였다. 6월 11일 같은 한국일보 조사 결과의 49%와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12%p나 급락했다. 당시 야권주자였던 홍준표는 47%, 윤석열은 41%, 유승민은 39%로 모두 이재명을 앞섰다. 비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은 60%로 원희룡(57%), 윤석열(56%), 유승민(56%), 홍준표(51%) 등 모두를 제쳤다.

이재명은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히고도 후보 확정을 통한 지지층 결집과 인지도 상승 효과는커녕 야권의 모든 후보에게 밀리는 형국이 됐다. 대세론은 사라지고 민주당은 확정된 후보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급격한 상황 변화는 대장동 보도의 영향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일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호감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호감도가 조금씩 상승한 반면, 이 후보만 유일하게 하락해서다”라고 분석했다. 대장동이 이재명의 대선 확장성을 닫아버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해명을 믿었지만 중도층은 그렇지 않았다. 이재명은 진보 진영 내에 갇힌 후보가 돼 버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책임이 이재명 지사에게 있다”며 공격했다. 대선 토론 과정에서도 대장동을 공격하며 이재명에게 각을 세웠다. 사진은 2022년 경기도 국감에서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책임이 이재명 지사에게 있다”며 공격했다. 대선 토론 과정에서도 대장동을 공격하며 이재명에게 각을 세웠다. 사진은 2022년 경기도 국감에서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당의 대장동 공격… 깨지는 대선 진보 연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먼저 확정된 이재명은 국민의힘 주자들보다 본선을 먼저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대장동 대응에 바빠서 벌어놓은 시간은 의미가 없어졌다. 경기지사 직책을 내려놓고 선거에 대비해야 할 시간에 ‘대장동 국정 감사’를 준비했다. 경기 도정에서 거둔 성과를 부각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던 국감장은 전쟁터가 됐다.

캠프 내에서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굳이 경기도 국감을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감에서 국민의힘은 대장동 이슈를 집중 부각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2020년 경기도 국감에서도 김용판 의원은 도정과 상관없는 ‘형제 간 욕설’ 문제를 지적하는 등 국민의힘은 대선 주자 이재명 흠집 내기에 몰두했다. 국감 전에 도지사 직을 사퇴해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재명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국감을 대국민 대장동 의혹 반박 기회로 삼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021년 10월 18일 시작된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공격에 나섰다. 김도읍 의원은 “‘그 분’ 이전 시절에는 기업에서 돈 뜯어 쓰는 시대였다. 그 분의 시대는 인허가권과 작업조를 이용해서 1조 원이라는 돈도 만들어 쓰는 시대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분은 이재명이었다.

서범수 의원은 “여론조사를 보라. 대장동 개발사업 책임은 이재명에게 있다가 61%, 대장동 개발사업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 61.3% 등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판 의원은 이재명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해 장내를 소란하게 만들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마저 이재명을 공격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 지사님께서는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해서 이거라도 얼마냐, 큰 도둑에게 다 내어주고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은 “작은 확정이익이라고 하는데, 5500억 원을 작은 확정이라고 한다는 점은 동의할 수가 없다”며 “지방행정기관에서 민관합동개발로 천억 단위로 (공익을) 환수한 사례가 없다. 20년 넘도록 전국에서 도시개발 사업으로 개발부담금을 환수한 금액은 1700억 원밖에 안 된다”고 맞섰다. 또한 이재명은 “민간개발을 했더라도 공익 환수를 하나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실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당시 성남시의회가 반대해서 공공개발을 못 하는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했어야 하는지, 그때의 상황을 판단해 달라”고 반박했다.

심상정 의원의 공격은 예고된 것이었다. 심 의원은 대장동 보도가 나온 초기인 2021년 9월 23일 대장동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저는 이 지사의 해명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며 “‘대박 로또’로 불렸던 판교신도시 인근 개발사업이라 당연히 천문학적 이익이 예상되었음에도 일정액까지만 확보하고 그 이상의 이익 배분을 포기했다면, 그것은 철저히 무능했거나, 완전히 무책임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배임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의 공격은 아팠다. 심상정 의원의 대장동 공격으로 대선에서 민주당-정의당 연대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물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문제로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는 최악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고양 갑이 지역구인 심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우군이었다. 기본주택 같은 부동산 관련 정책에서 보조를 맞추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심상정 의원은 이재명을 공격할 명분이 약했다. 이재명이 김동연뿐 아니라 심상정과도 대선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국감에서 이재명은 국힘의 논리에 맞서 대장동 문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감이 끝나자 이재명이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국감은 ‘대장동 프레임’을 강화했다. 온 국민이 경기지사로 나온 이재명이 대장동에 대해 해명하는 광경을 봤다. 대장동이 이재명과 뗄 수 없는 상수가 되는 상황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 6편 ‘대장동이 덮은 고발 사주 의혹’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