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잔혹극의 전말] ④조선일보 전략의 성공
조선일보 융단폭격 보도에 타 언론 따라쓰기 확대
20대 70% "이재명이 대장동 의도적 개입" 분노
이재명-이낙연 호남 지지율 차이 11.7→2.2%p
대선 구도 '20+60대 이상' vs '30~50대' 굳어져
대장동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대선 기간 중 제기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건 비리와 싸웠던 이재명은 거꾸로 토건 비리의 원흉으로 몰렸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장동의 잔혹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은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의 바위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잔혹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전개됐는지 밝히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언론이 사건을 게이트 급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충분히 쓰기’가 중요하다. 지속성은 매일 쓰는 것이고, 충분성은 중요 지면에 다량으로 출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9월 13일 조선일보는 대장동 첫 보도 이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다른 언론들이 따라왔다.
2021년 9월 추석 연휴가 끝나자 한겨레신문도 대장동 보도 분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21년 9월 23일자 6면 전면에 걸쳐 대장동을 다뤘다. 한겨레는 <국면 전환 노린 야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국조” 총공세>란 톱기사를 실었다. 24일부터는 화천대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1면에 내고 3, 4, 5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일간 신문이 1면과 3~5면에 걸쳐 기사를 다룬다면 이 사안은 게이트 급이라는 얘기다. 이날부터 한겨레 논조는 그동안 여야의 정치 공방을 조심스럽게 중계하는 입장에서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로 바뀌었다. 이제 대부분의 언론이 대장동 프레임에 빠져들었다. 24일자 한겨레에는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대장동 의혹에 호남 민심도 출렁… 이재명-이낙연 쫓고 쫓기는 접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호남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매일경제>·<엠비엔>(MBN) 의뢰로 알앤써치가 실시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34.2%, 이낙연 전 대표 30.2%로 오차범위(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포인트) 안에서 경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2주 전엔 이 지사가 48.6%로 이 전 대표(25.4%)를 압도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이 전 대표 49.7%, 이 지사 39.1%로 순위가 뒤집혔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전면화한 이후 ‘쫓기는 이재명, 쫓는 이낙연’ 구도는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실시한 범진보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보면, 호남 지역에서는 이 지사 36.2%, 이 전 대표 34%로 치열하게 경합 중이었다. 1주일 전 11.7%포인트(이재명 43.2%, 이낙연 31.5%)였던 두 후보 간 격차가 2.2%포인트로 좁혀진 것이다.
조선일보의 집요한 공격과 다른 언론의 따라 쓰기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이재명의 기세가 꺾였다는 사실이 여론 조사 결과로 확인됐다.
다른 조사에서도 호남에서 이재명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이낙연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알앤써치 조사에서는 ‘이재명 48.6%, 이낙연 25.4%’→‘이낙연 49.7%, 이재명 39.1%’로 2주 만에 급격하게 바뀌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일주일 만에 ‘이재명 43.2%, 이낙연 31.5%’→‘이재명 36.2%, 이낙연 34%’로 격차가 11.7%P에서 2.2%P로 좁혀졌다.
조선미디어그룹의 조선비즈는 <與 대선후보 적합도, 이재명 34.2% 이낙연 30.2% 초접전… 호남권 지지율, 이낙연 49.7% 이재명 39.1%>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만 보면 호남에서는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졌고, 전국 지지율도 이재명이 크게 앞서던 상황에서 이낙연과 박빙인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순회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7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34.2%, 이 전 대표는 30.2%를 각각 기록했다.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격차를 4.0%포인트 줄인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직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이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인 13.7%포인트 앞섰다.
특히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지지율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49.7%로, 이재명 지사(39.1%)를 10.6%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48.6%, 이 전 대표는 25.4%를 기록한 바 있다.
조선일보 20대 표심 흔들기 먹혀들어
조선일보의 대장동 보도의 목표는 크게 3가지로 해석된다. ①20대 표심 흔들기 ②민주당 내 갈등 유발 ③국민의힘에 이재명 공격 재료 제공이다.
천문학적인 수익이 발생한 대장동에서 곽상도 아들과 박영수 딸이 큰 이득을 챙겼다는 보도에 20대는 분노했다. 이재명은 특권층의 자녀들에게 부당한 큰 이익을 챙겨준 기득권 부패세력이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20대 유권자들은 이재명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2021년 9월 27일 1면 톱으로 <4000억 번 화천대유, 대리 성과급이 50억>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직원으로 근무했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31)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대장지구 개발사업 배당금과 분양 수익 등으로 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화천대유 측의 구체적인 자금 용처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정치권에선 화천대유가 거둔 천문학적 수익이 인허가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자금 흐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곽 의원 아들을 포함해 유력 인사들과 그들의 관계인 6명에게 50억원씩 모두 300억원이 지급됐다는 제보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20대 분노 유발 기사의 절정은 조선일보 9월 29일자 <대장동 패밀리, 강남 수백억 건물주 됐다>라는 단독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천화동인 투자자들이 대장동에서 수천억 배당금을 받아 강남 역삼과 신사동 등에 300억 건물 등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만들어준 이재명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즈음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20대의 70%가 이재명이 ‘(대장동에) 의도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60대 이상의 응답률 56%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20대의 분노가 컸음을 알 수 있다. 반면 30대는 50%, 40대는 42%였다. 경향신문 자체 조사에서는 40대와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이재명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20대 54.6%, 60대 60.4%, 70대 이상 58.8%였다.
조선일보는 이재명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주간조선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을 공격했다. 주간조선이 10월 11~12일 실시한 조사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가 사건에 개입했을 것”이란 물음에 61%가 긍정 응답을 했다.
대장동 보도가 두 달 가량 쏟아진 뒤 진행된 여론조사에는 ‘대장동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 유권자들이 믿거나 말거나 이제 대장동은 대선의 상수가 됐다. 이재명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주홍글씨를 새기고 본선에 뛰어드는 형국이 됐다.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실시된 한국갤럽의 11월 3주차 여론조사에 대장동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의 특혜 의도성 인식’이란 항목에서 ‘특혜를 주기 위해 의도적 개입’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이르렀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86세대의 도덕성을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 등 86세대 정치인들을 부패한 집단으로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20대에게 ‘86세대는 부패한 꼰대 아버지 세대’라는 이미지를 씌웠다. 20대들은 20대 대선을 ‘꼰대(86세대)와 꼴통(60~70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조선일보의 86세대 흠집 내기 전략이 유효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20대는 민주당의 표밭이었다. 하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20대 남녀 갈라치기’와 조선일보의 ‘86세대에 분노한 20대 만들기’ 전략이 더해져 20대는 민주당을 떠났다. 이제 선거 구도는 ‘20대+60대 이상의 연합’ vs ‘30대+40대+50대 연합’의 구도가 됐다. 민주당은 과거 ‘20+30+40+50대 일부’에서 20대란 큰 우군을 잃어버렸다. (선거 막판 20대 여성들의 이재명 지지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도깨비 같은 결과는 대장동 영향?
대장동 의혹에 대해 언론들이 한창 기사를 쏟아낼 때인 2021년 10월 4일 경향신문은 대장동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여야 양쪽으로 드러난 영향력은 현재까지 크지 않다. 민주당 경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전망은 맞았다. 이재명은 민주당 경선에서 50%를 넘기며 결선 투표 없이 대선 후보가 됐다. 하지만 본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대장동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2차 슈퍼위크’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본선 진출 티켓을 거의 손에 쥐었다. 서울·경기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등 남은 일정에서도 이 지사 우세가 예상된다. 의혹은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지사 중심으로 결집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정면 돌파 기조로 야당과 각을 세운 것도 지지층 이탈을 막는 데 일조했다. 검찰 수사결과는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가 뽑히는 오는 10일 전에 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 뒤에는 당 지지층과 이 지사 결합도가 높아지는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이다. 수사 결과 이 지사 본인이나 주변의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표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신문도 2021년 10월 10일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히자 <대장동 발목 잡혔나, 이재명 턱걸이로 대선후보 확정>이란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보면 대선 본선에서 대장동이 이재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다. 한겨레의 분석처럼 이재명이 막판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크게 패한 것은 대장동 때문일까?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깨비 같은 결과’라고 했지만, 경선 막판 이재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기사에서는 이대로 대선 후보로 나가면 윤석열 후보에게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경선에서 51.45%를 득표해 이낙연 전 대표(36.5%),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9.91%), 박용진 의원(2.14%)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함께 공개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62.37% 득표율로 이재명 후보(28.3%)를 ‘더블스코어’로 압도했다. 이 후보가 ‘대세’를 타고 무난히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0.29%로 간신히 절반을 넘긴 것이다. 이에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당심보다 민심에 더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슈퍼위크 투표율도 순회경선 중 최고치인 81.39%를 기록했다.(중략)
- 5편 ‘정의당까지 이재명을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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