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뚫린 감옥'에 가두고 신무기‧감시기술 실험
카메라‧안면인식기술 활용해 가정 내까지 모니터
살육행위는 이스라엘, 자금‧무기 공급은 서방
"미국, 파인갭에서 가자 전쟁 실시간 정보 제공"
'인스타 전쟁' 인력…장교 70명에 사병 2000명
"팔' 주민 대상 신무기 실험 뒤 국제시장에 내놔"
"가자지구는 지난 몇년을 거치면서 최고의 실험실로 전락했다."
유대계 호주 저널리스트인 안토니 뢰벤슈타인은 14일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동예루살렘에서 드론과 스파이웨어, 안면 인식 기술과 같은 신무기를 규칙적으로 시험하고 실행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가자에는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있고, 그 둘레 전체에 담장을 구축해 그곳을 탈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옴짝달싹 못 하게 가둬 놓은 채 각종 실험을 했다는 얘기다.
뢰벤슈타인은 호주 독립 언론 매체인 <디클래시파이드 오스트레일리아>의 공동 운영자다. 그는 지난 5월 다년간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방문 및 거주 경험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무기와 감시 기술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어떻게 사용되고 해외로 수출됐는지를 고발한 '팔레스타인 실험실'(The Palestine Laboratory)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의 발췌본을 10일 자신의 매체에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이스라엘은 2021년 말 가자 주위에 최첨단 기술로 지은 총 65㎞ 길이의 높은 장벽 건설을 완료했다. 총건설비는 111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였다. 뢰벤슈타인은 "가자는 이제 이스라엘 지배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실험실이다. 팔레스타인인을 영구히 가둬 놓는 것은 (유대) 민족국수주의자들의 최고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오늘날 팔레스타인 주민은 강제적으로 최신 통제 기술과 기교를 시험하는 실험의 장에 놓여 있다"며 "지금 가자의 일이 점점 더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런 현상을 파괴와 지우기에 의한 '도시들의 팔레스타인화'라고 팔' 건축가 야라 샤리프는 규정했다.
'하늘 뚫린 감옥'에 가두고 신무기‧감시기술 실험
카메라‧안면인식기술 활용해 가정 내까지 모니터
가자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빈틈없이 감시했지만, 10월 7일 하마스에 허를 찔린 배경에 대해 뢰벤슈타인은 이스라엘의 '기술적 오만 탓'이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스라엘은 지난 몇 년간 오만하게도 230만 명을 영구히 가둘 수 있고 그들은 절대 탈출하거나 저항하지 못할 것으로 믿었다. 공격이 있던 그 순간까지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능한 모든 '탄압 기술'을 지니고 있고, 이 면에서 "글로벌 리더"라는 게 그의 견해다. 수많은 감시 카메라와 안면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주민을 감시하고, 때론 사적인 공간인 가정 내까지 모니터하며, 나아가 그 내용들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자에서 "사람을 상대로" 신무기 시험도 하고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리고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희석할 목적의 이른바 "인스타 전쟁"(instawar)도 자세히 소개했다. 하마스 요원을 죽이거나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고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군사작전과 인포그래픽을 실시간 트윗하는 잘 조율된 대규모 작업이다. 뢰벤슈타인에 따르면, 이들 생산품은 때때로 할리우드 스타일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인상을 줄 정도다. 이런 이스라엘의 소셜미디어 전략은 국내외의 군사 행동 지지자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트윗이나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함으로써 온라인에서 다른 나라의 국수주의자들까지 부추겨 쉽게 모방하게 만들어 국제적 집단여론을 조성한다. 일례로 팔레스타인인 174명을 살해한 2012년 11월 '방어의 기둥 작전' 때 이스라엘국방군(IDF)은 유대국가가 희생자란 인상을 주면서 자랑스럽게 "테러리스트들"을 죽이는 영상을 공유했다. 이에 대해 뢰벤슈타인은 "소셜미디어의 무기화를 통해 대의(大義)에 대한 대중의 동조를 끌어내는 한 형태"라고 말했다.
'인스타 전쟁' 인력…장교 70명에 사병 2000명
잔혹 행위 증거 나오면 팔'을 거짓말쟁이로 몰아
당연히 이 작업을 수행할 IDF의 관련 인력도 엄청나다. IDF의 미디어 예산 덕분에 적어도 70명의 장교와 사병 2000명이 이스라엘의 공식 선전물을 디자인한 뒤 가공·전파한다.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IDF 콘텐츠로 넘치는 까닭이다. 그는 "영구 점령을 위해 유대인 트라우마를 무기화하는 게 IDF 정보 전략의 목표란 점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뢰벤슈타인은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은 고난에 분노할 권리가 없고 그들의 트라우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점령에 저항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내부 반란군과의 전쟁 시 소셜미디어 활용의 속도와 정교함에서 이스라엘을 능가할 나라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IDF 소셜미디어 전술은 항상 똑같다면서 "비난받는 트윗이나 페이스북 포스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더 많은 포스트와 트윗으로 논란을 일으켜 인터넷 공간을 장악함으로써 이전의 포스트들이 신속히 잊히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학대' 행위에 대한 구체적 영상 증거가 나왔을 때다. 그러나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수법을 쓴다. 그는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를 본다고 해서 팔레스타인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마땅히 처벌받고 죽어야 할 인종 그룹으로 보는 그런 사람들에겐 먹히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주민은 우경화하고 양심의 거리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 소셜미디어 전사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미국의 9‧11 테러와 연계시켜야 동정과 지지를 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는 "이른바 팔레스타인인의 테러 위협은 망명과 제노사이드에 관한 수세대에 걸친 트라우마 위에 쌓인 일상적 위협으로서, 이스라엘의 트라우마 서사에 핵심 요소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도덕적, 합법적이고, 하마스는 야만적, 비이성적 적이 된다.
"IDF, 팔'주민 대상 신무기 전투실험 후 홍보"
2018년 팔' 귀국 대행진 땐 실시간 실험 진행
더욱 끔찍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신무기의 전투 실험을 진행하고, 그 영상을 만들어 홍보함으로써 방산 수출 증대 효과를 노린다는 점이다. 뢰벤슈타인에 따르면, IDF는 2014년 가자 전쟁 때 여러 군사전문 매체 앞에서 폭탄과 탱크, 엘빗(Elbit)의 헤르메스 드론 등 신무기를 선보였고, 그 후 관련 홍보 영상들을 더욱 정교하게 제작해 이스라엘과 외국 언론들에 퍼뜨렸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몇 주 지나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연례 이스라엘 무인시스템 컨퍼런스에서 엘빗 드론 등 가자 전쟁에서 사용됐던 일부 무기를 전시했다. 그다음의 실험은 아예 실시간으로 실행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장벽 옆에서 가자 포위를 끝내고 이스라엘이 '훔친' 땅으로 돌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귀국 대행진'에서였다. 평화적으로 진행된 이 운동은 2018년 3월 시작돼 이듬해 12월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기간에 대부분이 민간인인 팔레스타인인 223명이 사망했으며, 8000명이 저격수의 총격에 일부는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IDF는 트윗(3월 31일, 추후 삭제)을 통해 "어제 우리는 3만 명의 사람들을 봤다. 우리는 준비되고 증강된 병력을 가지고 도착했다. 통제되지 않고 실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정교하고 빈틈없었으며 모든 탄환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서 살육은 이스라엘, 자금‧무기 공급은 서방
"미국, 파인갭에서 가자 전쟁 실시간 정보 제공"
또한 인터뷰에서 뢰벤슈타인은 가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누가 자금을 대고 지원하는지 사이의 '커넥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가자에서 실제로 살육하는 것은 이스라엘이지만, 자금을 대고 지원하고 무기를 대는 대다수 서구 나라들과의 깊은 글로벌 커넥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 독일, 호주, 네덜란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한 호주 대륙 중심부인 앨리스 스프링스 인근에 위치한 미국의 파인갭 스파이 기지에서 "미국인들이 가자 전쟁에서 실시간 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970년대에 설치된 파인 갭 기지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호주 정보기관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끝으로 뢰벤슈타인은 "내 결론은 암울하다"면서 "너무 많은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맹목적으로 유대국가를 지지하는 서구세계에는 팔레스타인인은 가두고 굴욕감을 주거나 죽여야 할 불편한 존재라는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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