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 '이스라엘 규탄' 긴급행동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서 '학살중단' 시위

도심서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해방" 외쳐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전한 절박한 목소리

"가자 어린이들 위해서 목소리 높여달라"

한국 어린이들도 "전쟁 멈춰주세요" 촉구

"웨-웽------"

26일 오후 4시쯤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선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을 듣고 인근 점포에서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사이렌이 울리자 200여 명의 시민들은 길바닥에 누웠다. 이어 시민들 위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희생자 명단이 펼쳐졌고, 흰 천으로 싸인 인형도 함께 뉘었다. 가자지구에서 죽은 어린이를 의미하는 흰 천 덮인 인형 위엔 피처럼 붉은 칠이 돼 있었다.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있던 이들은 이날 오후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죽은 사람들처럼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26일 오후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죽은 사람들처럼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민들 위에 긴 펼침막은 팔레스타인 희생자 명단이다. 그 아래 가자지구에서 희생당한 어린이를 상징하는 흰 천으로 덮인 인형이 누워있다. 흰 천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 물감이 칠해졌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오후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죽은 사람들처럼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민들 위에 긴 펼침막은 팔레스타인 희생자 명단이다. 그 아래 가자지구에서 희생당한 어린이를 상징하는 흰 천으로 덮인 인형이 누워있다. 흰 천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 물감이 칠해졌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집회에는 한국 시민뿐만 아니라 미주와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온 시민들도 다수 참가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주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집트 출신인 무하마드 노팔은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와 만나 "이 전쟁은 10월 7일 시작됐지만 실상은 75년 전에 시작됐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역사가 짧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병원, 학교를 폭격하고 수많은 여성, 노인, 어린이를 학살했다"며 "팔레스타인인은 해방되어야 하고, 다른 모든 국가들과 똑같이 그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멜리사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해 "아주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와 주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게 바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팔레스타인에 보장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도심에 울려퍼진 '프롬 더 리버 투 더 시'

이들의 외침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22일과 이달 4일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의 잔인한 공습과 지상 공격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이 또다시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을 규탄한 이유는 조만간 예상되는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이다.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휴전하고 있지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잠시 쉬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공격 재개를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임시일 뿐 다시 '대량 학살'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시민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출발해 청계광장과 광화문 사거리, 을지로입구역,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나 다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으로 오는 약 2.5㎞ 구간을 행진하며 영어와 한국어로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열 속엔 팔레스타인 저항을 상징하는 체크무늬 스카프인 '케피예'를 몸에 두른 사람들도 있었다.

"프롬 더 리버 투 더 시, 팔레스타인 윌 비 프리(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프리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Free free fre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스탑 바밍 하스피털(Stop bombing hospitals, 이스라엘은 병원 폭격을 중단하라)"

"스탑 바밍 스쿨(Stop bombing schools, 이스라엘은 학교 폭격을 중단하라)"

"노 저스티스 노 피스(No justice no peace,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이스라엘 유 캔트 하이드, 유 아 커미팅 제노사이드(Israel, you can't hide, you're committing genocide, 이스라엘 당신들은 숨을 수 없다, 당신들은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데어 이즈 온리 원 솔루션, 인티파다 레볼루션(There is only one solution, Intifada revolution, 해결책은 하나 뿐, 인티파다 혁명)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시민이 에스페란토어로 '자유, 평등, 박애, 연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시민이 에스페란토어로 '자유, 평등, 박애, 연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긴 행진 대열과 구호에 도심에 나온 한국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심을 보였다. 조선일보사 건너편을 지날 때엔 한 무리의 아랍계 여성들이 손을 흔들고 박수를 보내며 행진에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도 그들에게 손가락으로 '브이(V)'를 표시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1시간 가량의 행진 끝에 시위대는 다시 이스라엘 대사관 건너편으로 왔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크게 함성을 지르거나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외침 

"가자 어린이를 위해 목소리 높여달라"

도심 행진과 다이-인 퍼포먼스에 앞서 오후 2시부터 무교동 사거리에서 열린 본 집회에선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육성 녹음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들의 녹음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가 한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서안지구에 사는 셰이든 쿠오스는 한국 시민들에게 "즉각적인 휴전과 지난 76년 동안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억압을 중단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불법 점령을 끝낼 수 있도록 압박해 달라(To support Palestinian and to pressure on Israel to immediate ceasefire and stop all the suppression that has been happening to Palestinian people since 76 years and lift a blockage of Gaza and this illegal occupation of the Palestine territory)"고 요청했다.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서린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건물을 향해 함성을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서린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건물을 향해 함성을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팔레스타인인 제이나 바바는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전 세계를 향한 우리의 목소리이니, 부디 당신의 목소리를 높여달라, 가자지구 아이들을 위해, 서안지구와 예수살렘을 위해 당신들의 목소리를 높여달라(Please, higher your voice because you are our voice all around the world, higher your voice for Gaza children, for the west bank and for Jerusalem)"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인이자 국제전략센터 회원인 마리암 이브라힘은 집회에 참여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스라엘이 잠시 공격을 멈춘다고 75년간 이어진 폭력과 인권 유린의 역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더 세게 (이스라엘을)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 사람들은 새로운 '나크바'(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며 70여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한 사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왜냐하면 나크바는 끝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브라힘은 "휴전은 이스라엘에게는 '현상 유지'일 뿐이지만, 그 '현상 유지'는 팔레스타인에게는 억압, 폭력, 살해, 감금, 거주지 파괴, 토지 강탈 그리고 인권의 완전한 소멸"이라며 "우리의 요구가 절대 휴전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계광장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계광장 인근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그러면서 "우리는 가자지구 봉쇄 철회뿐만 아니라 가자, 서안지구 그리고 예루살렘의 군사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의 종식, 식민통치 종료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그외의 방안은 절대로 용납해서 안 된다"고 외쳤다.

헤밍웨이의 가장 슬픈 여섯 글자 소설

"아기 신발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연대 요청에 한국 시민사회와 종교계, 학생도 응답했다. 광명 YMCA 볍씨학교 5학년 배윤별 양은 "죄 없는 무고한 시민과 어린 아이가 학살당하고, 모두가 상처받는 전쟁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고 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강규민 군도 "제가 생각하는 평화는 민주적이고, 이를 전쟁말고 말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전쟁 중단 외침에 시민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26일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 현장에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추모하는 하얀 국화와 아동화가 놓여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 현장에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추모하는 하얀 국화와 아동화가 놓여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조성천 교무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여섯 글자의 짧은 소설 <아기 신발을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을 언급했다. 집회가 열린 무교동 사거리 인도에도 가자지구에서 희생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하얀 국화와 함께 아동화 수 켤레가 놓여 있었다.

조 교무는 "가자지구엔 폭격에 타버린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신발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발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모의 신발을 끌어안고 울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라며 "이러한 끔찍한 학살과 전쟁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인종 청소에 눈이 먼 이스라엘을, 이번 전쟁으로 방산업체의 주가가 폭등한 미국을 멈출 수 있는 것은 평화를 외치는 국제사회의 연대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은 집단 학살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씨는 "한국 정부는 앞에선 인도주의적 휴전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선 유엔 결의안에 기권하거나 (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늘리면서 학살에 동조하고 있다"며 "한국의 탐욕스러운 기업들은 얼마 전에 한국에서 열린 무기 박람회에 이스라엘의 악명 높은 군사 기업들을 초대했다"고 비판했다.

 

26일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서울 청계천 무교동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아울러 그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이스라엘군의 학살을 옹호하고 정당하다고 얘기하는데 내버려 둘 수 없다"면서, 바레인·칠레·콜럼비아·요르단·터키 등이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고 볼리비아·남아공·벨리즈 등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단절한 예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시오니스트들의 파렴치함을 생각한다면 한국 시민사회가 이 학살자들과 관계를 단절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며 "한국 민중들은, 많은 사람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학살에 슬픔을 느끼고 있고 분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과 계속해서 연대하면서 이 식민 점령을 끝장낼 때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 학살을 규탄하는 집회는 연말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13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날 3차 집회에 이어 다음 달 10일 4차 집회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2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3차 긴급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2023.11.26.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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