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폭발적 힘, 무슬림 인구의 확산으로
미, 유럽 젊은층 사이에 친팔레스타인 흐름
런던 시위대 “강에서 바다까지” “가자는 아우슈비츠”
뉴욕 유대인들 “우리 이름으로 가자공격 마라”
길게 보면 '학살자행' 이스라엘에 불리한 변화들
지난 11일 런던 중심가에서, 2019년 3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반대 시위에 비견될 만한 대규모 시위 행진이 벌어졌다. 주최 쪽은 “영국 역사상 최대규모 가운데 하나”라며 참가자 수를 80만으로, 런던 경찰청은 30만으로 추산했다.
사상최대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 런던 시위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5천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을 비롯해 1만 1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전국 행진’에 동참한 사람들이다. 10월 14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열어 온 이 연대 행진은 점점 참가자들이 늘어나 5번째인 11일 행진에 최대의 참가자가 몰린 것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촛불’행진을 연상시키는 런던 도심 행진의 참가자들은 이날 약 5km에 이르는 런던 중심가를 행진하면서 “강(요르단강)에서 바다(지중해)까지” “가자 폭격 중단하라!” “어린이들에 대한 폭격 중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우슈비츠와 한쌍이 된 가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지금 가자지구의 참상이 2차대전 때 아우슈비츠의 비참함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시위대는 이스라엘군의 보복공격을 정당한 자위권 발동이라며 지지한 리시 수낵 총리와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당수가 이스라엘군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촛불 행진에 대한 한국 주류 미디어들의 철저한 외면과는 달리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의 언론들은 이날 시위 행진을 자세히 보도했다.
행진의 마지막 코스에 있는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시위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름을 부르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피로 손이 더러워졌다”고 비난했다.
평화롭게 진행된 이날 시위 도중 극우단체 멤버들이 군데 군데 끼어들어 반대시위를 조직하려 해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시위자 126명을 체포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극우단체 멤버들이었다.
대립한 내무장관과 런던경찰·시장
이날 시위를 두고 내무장관 수엘라 브레이버먼과 런던경찰청 사이에 설전이 오가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브레이버먼은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좌파 시위대를 두둔한다고 비난했고, 런던경찰청은 경찰에 대한 극우 항의자들의 폭력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브레이버먼 장관이 오히려 극우세력을 부추겨 폭력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흠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제1장관도 내무장관이 극우세력을 부추겨 분열을 조장한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뉴욕 유대인들 “우리 이름으로 공격하지 마라”
런던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10월 27일 뉴욕 맨해턴의 그랜드센트럴 역을 검은 티셔츠를 입은 수백 명이 점령했다. 검은 셔츠에 흰 글씨로 “지금 당장 정전(휴전)하라고 유대인들은 요구한다”(Jews say cease-fire now) “우리의 이름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 하지 마라”(Not in our name)고 썼다.
셔츠의 구호가 말해주듯 그들은 유대인들이었다. 유대인들이 “우리(유대인)의 이름으로 그런 짓 하지 마라”고 외친 것이다. 일부 열차 운행까지 중단시킨 그들은 뉴욕과 그 인근지역에 사는 유대계 미국인들로, 이날 팔레스타인 지원행동에 나섰다.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그들 중 약 200명이 경찰에 저항없이 자진해서 체포당했다.
남미 볼리비아 이스라엘과 단교
10월 31일에는 남미의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칠레와 콜롬비아는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소환했다. 11월 1일에는 40만의 유대인들이 사는 남미 최대의 유대인 거주 국가 아르헨티나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문화전쟁, 무너지는 서구 자유주의 질서
10월 28일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가자 전쟁을 둘러싼 문화전쟁’(The culture war over the Gaza war)은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거리와 스크린(SNS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 ‘가자 전쟁’(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며, 이를 서구 자유주의 질서의 기반이 무너지고 양극화하는 징후이자 질서재편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잡지는 ‘문화전쟁’과 실제전쟁이 별개의 것이 아닌 하나의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 투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의 이스라엘 지지세력에게 점차 불리한 궤적을 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변동의 동인 “기술, 인구, 이데올로기”
이런 변동의 동인을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기술, 인구, 이데올로기 변화에서 찾았다.
기사는 지금 전 세계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 반대 시위, 즉 친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슬로건에 주목한다. 강은 요르단강이고 바다는 지중해다. 런던 시위에서도 등장한 이 구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그리고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상파울루까지 팔레스타인 연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세계의 주요 도시들 광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서구 변화의 만트라 “강에서 바다까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이스라엘이 둘러친 높은 장벽으로 차단돼 육지의 고립된 섬처럼 갇힌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와 가자지구를 서로 이어 지중해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하라는 이 구호가 결국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스라엘 국가의 파괴 내지 소멸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하마스가 실제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모두 그런 의미로 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사는 지난 10월 21일 ‘팔레스타인을 위한 전국 행진’ 두 번째 토요일의 대규모 행진 중에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넬슨 기념탑 아래에서 이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은 그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이 만트라(주문)가 이토록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은 이-팔 분쟁에 대한 서구의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서구 좌파의 이스라엘관이 변했다
기사는 특히 한때 시온주의에 동조했던 서구의 좌파가 변했다면서, 그 첫 번째 계기를 1967년 전쟁(제3차 중동전쟁)에서 찾았다. 그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서구 좌파의 시온주의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넬슨 만델라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정책)를 종식시킨 뒤 좌파 성향의 서구인들에게 신비한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 팔레스타인의 대의였다고 기사는 지적한다.
팔레스타인의 대의와 대척점에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이나 식민권력의 아바타 역할을 했다는 ‘일부’ 분석을 거론하면서 기사는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분쟁 때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왜 그때는 지금처럼 그것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느냐는 투로 의문을 제기한다. 마치 지금의 이-팔 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대량학살만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투의 보수적 관점을 시종 배경처럼 깔고 있는 이 기사는 그 원인을 앞서 얘기한 기술, 인구, 이데올로기의 변화에서 찾는다.
기술적 요인
우선 기술적 요인으로 순식간에 뉴스를 실어나르고 반응을 증폭시키는 소셜 미디어의 ‘반향실 효과’(echo-chamber effect)를 꼽았다. 그리고 삽시간에 퍼지는 온라인 거짓 정보들의 유포도 그렇다. 허위정보는 수요가 공급보다 더 큰 문제라며 피터 포메란체프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전시에는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을 확증해 줄 이유를 찾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좌파나 우파 한쪽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발생한다.
뉴스의 ‘게임화’도 마찬가지다. 게임처럼 변한 뉴스에 나오는, 하마스가 기습공격할 때 이용한 패러글라이더 이미지는 거부할 수 없는 밈적 가치(meme-worthy)를 갖게 되며, 시카고의 시위대가 내세운 구호 “시카고에서 가자까지”에는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메시지도 담게 된다.
인구통계학적 요인
인구통계학적인 면에서 중동의 이 비극적인 전쟁에 관한 서구의 문화전쟁을 왜곡시킨 또 다른 요인은 이민이다. 서방 국가들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체 인구구성이 바뀌고 있다. 에센의 터키 및 통합연구센터 연구자 유누스 울루소이에 따르면, 예전엔 독일 내 무슬림 인구의 대다수는 터키 출신자들이었으나, 지금은 독일 내 210만 명의 무슬림 인구는 시리아, 이라크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지역 출신자들이다. 글로벌 무슬림 공동체와의 연대(ummah)를 통해 형성된 갈등에 대한 그들 특유의 시각이 그들의 유입과 함께 독일 등 서구 국가들에 들어갔다.
10월 27일의 런던 시위 때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을 비판했던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무슬림계 유색인종으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사임을 요구한 흠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제1장관도 팔레스타인계 유색인종이다.
그리고 수낵 영국총리는 인도계 유색인종이다.
점점 더 벌어지는 세대간 인식 차이
그 결과 지난 수십년 간 이스라엘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독일사회의 시각을 지배했던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인식은 시들어 가고 있다. 독일 내 일부 무슬림들은 그런 끔찍한 과거는 “우리의 역사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제는 “자신들이야말로 독일사회의 편견으로 인한 진짜 희생자라고 생각한다”고 줄리아 번스타인 프랑크푸르트 응용과학대학 교수는 말했다.
무슬림과 유대인 인구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최근의 이슬람 테러, 그리고 프랑스가 나치와 협력한 과거사 등으로 이스라엘 지지 경향이 강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반미주의와 아랍세계에서 프랑스가 자행한 식민주의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한 그 반대 정서가 있어 “기억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것 가운데 하나가 폴 뉴먼이 연기한 영화 ‘영광의 탈출’로 유명해진 레온 유리스의 소설 <출애굽>일 것이라며, 기사는 이와 함께 2001년의 9.11사태 또한 이-팔 분쟁과 관련한 미국 노령자들의 친이스라엘 견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인구통계학적 구성이 변하면서 젊은 미국인들은 친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고 노령인구와 그들 사이의 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데올로기 요인
이-팔 분쟁에 대한 서방 세계의 시각을 뒤흔든 세 번째 요인은 이데올로기의 변화다.
기사는 미국 대학들에 등장한 이분법적 이념에 주목하면서, 마니교적 선악 이분법이 혼란스러운 문제를 단순한 선과 악의 충돌, 식민자와 피식민자,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바꾸어 ‘바른 편’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도덕적 후광’을 선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심각한 양극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양극화한 정치적 신조에 맞춰 자신의 의견을 조율한다. 기사는 이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이스라엘쪽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을 주목한다. 예컨대 팔레스타인인들은 무력한 존재로 분류되고 이스라엘은 강국으로 분류되며, 약자는 강자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없으므로 이스라엘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스라엘에 불리한 미래 전망
이에 따르면 미즈라히 유대인들이 과거 아랍세계에서 쫓겨났다는 것과 홀로코스트는 고대의 역사일 뿐이다. 일부 하버드대 학생들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저항”이나 “탈식민지화”의 한 형태로 보면서 가자 주민의 학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런 단순화된 이분법적 이데올로기 탓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부 대학의 일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휴전을 거부한 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박빙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이런 요소들은 무슬림과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그리고 유대인들의 표를 움직여 선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내 여론은 친이스라엘 쪽이 훨씬 더 우세하고, 바이든 정부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이-팔 분쟁(가자 전쟁) 휴전에도 반대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어떻게 진행되고 그 결과가 국내외 여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특히 미국 내 여론과 정치 풍향이 어떻게 바뀔지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보수적인 기사도 앞서 세 가지 요인들을 통해 살펴 봤듯이, 호불호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장기적으로 미국 내 여론이 이스라엘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미국에게도 다르지 않을 것다.
전체인구의 2.4%인 유대계가 지배하는 미국
10월 27일 뉴욕을 ‘분단’시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및 시위 소식을 전한 <아사히신문> 11월 7일 기사를 보면, 미국에는 760만 명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다. 미국 전체인구의 2.4%에 지나지 않지만 이스라엘 외에 세계 최대의 유대인 거주국가가 미국이다. 그들 중 다수가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 5개 주에 모여 살고 있는데, 뉴욕 시에만 160만 명이 산다. 이는 뉴욕시 전체인구의 9%다.
이에 비해 팔레스타인계 인구는 미국 전체에 1만 7천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미국 내 이슬람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다. 뉴욕 시에는 아랍계를 포함해 미국 최대의 이슬람 커뮤니티가 자리잡고 있다.
<아사히>는 흥미롭게도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유력 기업들의 “극히 일부”를, 그 창설자 또는 지금이나 과거의 CEO 등을 유대계가 맡았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름만 소개했는데, 일반인들이 알고 있을 분야별 유명 업체들 대부분이 여기에 들어 있다.
금융: 블룸버그, 블랙록(세계최대 자산운용회사), 골드만삭스, 리먼 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워너 뮤직, 컬럼비아 레코드, 블루노트 레코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파라마운트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ABC 뉴스, NBC 뉴스, CBS 뉴스, ABC, 폭스 텔레비전, 월트 디즈니, CNN, HBO(영화채널 운영하는 케이블방송), TMZ(가십 웹사이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메타 플랫폼(예전 페이스북), 패커드 벨, 컴 캐스트, 오라클, 델, 인텔, 샌디스크, 야후!, 링크드인, 틴더(소셜 디스커버리 앱), 이베이
패션: GAP, J쿨, 리복, 마크 제이콥스, DKNY,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코퍼레이션, 마이클 코스, 팀버랜드, 에스티 로더 컴퍼니, 레블론, OPI
완구: 마텔, 토이저러스
식품: 스타벅스, 하겐다즈, 던킨, 버거킹, 셰이크쉑, 벤 & 제리, 크래프트 푸즈
소매/백화점: 블루밍데일즈, 코스트코, 센추리 21, 홈디포, 니먼 마커스, 메이시스, 버니즈 뉴욕, 시어즈, 삭스 피프스 애비뉴
스포츠: NFL(아메리칸 풋볼), NBA(농구)의 커미셔너를 비롯해서 MLB(야구), NHL(아이스하키)까지 포함한 각 팀의 전현직 오너, 감독, 코치 다수
‘반유대주의자’로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 미국 정치
미국인구의 2.4%에 지나지 않는 유대계가 이처럼 미국의 비즈니스계와 문화계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이들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고, 아이비 리그 등 유명 대학들도 이들의 기부금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들이 친팔레스타인 선언이나 시위를 한 학생들 소속 대학에 대해 기부금을 끊겠다거나 선언에 참여한 학생 명단을 내 놓으라고 하고, 대학이 그런 학생들의 취업 알선을 알아서 취소하는 것 등이 이들의 막강한 힘을 의식해서다.
뉴욕주 지사와 뉴욕 시장 등 유력 정치가들이 이번 이-팔 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을 서둘러 찾아가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눈밖에 나면 ‘반유대주의자’로 찍혀 정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바이든이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도 이-팔 분쟁의 휴전에 반대하면서 잠깐의 ‘인도적인 전투 중지’를 타협안으로 내놓는 옹색한 처신도 이들 유대계와 그들이 내년 대선에 끼칠 영향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지지하면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유대주의 확산을 보고도 못본 체하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는 이유도 그와 다를 게 없다.
문화전쟁, 실제 전쟁과 얽혀 동시 진행 중
그럼에도 뉴욕 맨해턴 그랜드센트럴 역에 모인 유대인들이 “우리 이름으로 그런 짓 하지 마라”고 외쳤듯이, 인종적 기준만으로 유대인들의 정치성향이나 사고를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대인들도 보수파, 진보파, 초정통파로 나뉘고 초정통파 우익 유대인들 중에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를 부정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랜드센트럴 역 점령 시위가 벌어진 다음 날인 10월 28일 맨해턴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를 수천 명의 뉴요커들이 행진하면서 외친 구호들이 이랬다.
“이스라엘은 폭격한다. 미국이 (비용을) 지불한다. 오늘 몇 명의 어린이들을 죽였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유를!”
“가자, 가자, 울지 말아요”
“팔레스타인인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지적했듯이, 지금 서구 세계에서는 기술, 인구, 이데올로기 변화가 촉발한 지정학적 갈등과 여론이 새롭고 폭발적으로 뒤엉킨 가운데 실제 전쟁과 문화전쟁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얽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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