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화 재개, 양국관계 안정화에 “중요한 진전”

미, 우크라·중동·남중국해 3방면 대응에 숨통

차별적 관세 인하 등 교역활성화 '이면 합의'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11.16.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11.16.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근교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양국 간 고위급 군사대화를 재개하는 등 경쟁하면서도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군사대화 재개, 안정화에 “중요한 진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지 1년만에 열린 이날 회담 뒤의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앞으로 의견차이를 분쟁으로 몰고가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풀기로 했다면서, 양국관계 안정화에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화는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면서 양국이 군사대화를 재개하고, 수천명의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확산을 막기 위해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관계”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분쟁으로 가지 않게 합리적이고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는 중요한 돌파구를 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 연합뉴스

이-팔 분쟁, 알시파 병원 군사작전 지지 등 기존입장 고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무차별적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색출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 최대병원 알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면서, 그 병원이 하마스의 작전 본부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그 병원 내에 지휘본부와 무기, 장비 등을 은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시적인 인도적 전투 중지는 지지하지만 하마스의 전열 재정비를 허용하게 될 휴전(정전)에는 반대한다고 해 온 기존 입장 견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가자회견 말미에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바이든은 “공산국가를 통치하는 자”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국, “평등과 존중” 강조하며 군사대화 재개 공표

중국은 이와 관련해 이날 <중앙텔레비전>(CCTV)를 통해 두 정상이 “평등과 존중”을 전제로 두 나라 군의 고위급 의사소통과 두 나라 정부 국방부문 관계자들의 회의, 두 나라간 해상 군사안전협의 메커니즘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전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2월 미국 영공내에 들어 온 중국 기구 폭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자유 항행’ 문제와 필리핀 근해의 중국-필리핀 함정들의 충돌, 중국 해군의 급속한 증강, 미 공군기들에 대한 중국군 전투기의 근접 위협 비행 등으로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돌을 막고 긴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논의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 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두 정상이 인공지능(AI)에 관해서도 정부간 대화를 포함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합성마약 펜타닐 제조에 연루돼 있는 중국과 마약 박멸 협력을 위한 작업팀을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에도 두 나라는 합의했다.

 

 14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마중 나온 개빈 뉴섬(오른쪽)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23.11.15. AF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마중 나온 개빈 뉴섬(오른쪽)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23.11.15. AFP 연합뉴스

관심쏠린 이면합의들

전문가들은 공개된 이런 합의 사항들 외에 공개되지 않은 이면 합의사항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관측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터지면서,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로 힘의 중심을 옮기고 있던(Pivot to Asia) 미국이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시아 3방면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중대한 변동사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사된 점에 주목한다.

우크라, 이-팔 분쟁, 대만 및 남중국해 3방면 대응

예컨대 이-팔 분쟁의 확대는 최근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에게 대미협상 차원에서 유리한 입지를 마련해 준 결과가 됐으며, 미국으로서는 특히 이란의 세력확장 및 이란-중국 협력관계 강화와 사우디 등 아랍국가들의 미국 이탈 움직임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화가 절실했다는 지적들이 있다.

이는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도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유착, 북한과 러시아의 접근을 막고 미국의 상대적 고립을 막기 위한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내년 대선전략과도 얽혀

또한 이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의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을 겨냥한 바이든의 선거전략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긴장 고조는 그것이 우발적 충돌로 발전할 경우 지중해 이스라엘 근해에 2개의 항모전단까지 파견한 미국이 중동과 유럽(우크라이나), 아시아에서 3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충돌로 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중간 경쟁의 관리, 위기 및 긴장 관리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설정한 최고목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그런 필요에 응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애쓸 것이고,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가 트럼프 정부 때부터 강도를 높여 온 미국의 대중국 경제 규제를 완화하는 쪽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많았다. 이른바 ‘좁지만 높은 담장’의 대상인 첨단반도체 등의 ‘전략적 물자’가 아닌 분야의 상품들에 대한 차별적 관세 인하 등을 통한 양국 교역 활성화다. 이에 대해서는 디커플링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언해 온 미국도 일정 정도 양보하면서 중국의 외교안보상의 협력을 얻어내는 쪽으로 이면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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