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라자리니 집행위원장 호소
하마스의 학살, 현재진행 가자주민 학살 정당화 안돼
가자 질식상태 몰아넣고 공격, 유엔직원도 53명 사망
“제2대 유엔 사무총장 더그 함마르셸드(함마슐드. 재임 1953~1961년)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유엔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를 천국에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가자지구의 현실은 휴머니티(인간성, 인도성)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의 호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 유엔이 사람들을 지옥에서 구하기는커녕 유엔 자신도 지옥에 빠져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UNRWA의 직원도 이미 53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인류의 비극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나 뉴스 방송을 통해서 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사람들도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몰랐다’고 할 순 없게 될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왜 세계는 용기를 가지고 단호하게 이 세상의 지옥을 끝장내지 못했느냐고.”
즉시 인도적 정전 단행해야
스위스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서 인도지원 일에 종사했으며, 2015년부터 유엔 레바논특별조정국 차장으로 근무하다 2020년 3월부터 현직에 있는 라자리니 위원장이 가자지구의 참상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아사히에 보냈다. 30일 게재된 그 기고문에서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은 전쟁범죄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100만 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현재진행형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썼다.
그는 지금의 가자지구의 현실은 물자 부족으로 “질식상태”에 빠져 있고, 휴머니티(인간성, 인도성)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며 “연료와 의약품, 물과 식품을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무제한 접근할 수 있도록 즉시 인도적 정전을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라자리니 위원장 기고문을 붙인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 기고문
지옥이 펼쳐지는 가자, 행동을 요구받고 있는 세계
견디기 어려운 인간의 비극을 전하는 영상이 가자지구에서 계속 흘러나가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가 계속 죽임을 당하고 있다. 병원과 학교도 폭격을 받았다. 무엇이든 인정사정이 없다. 슬프게도 UNRWA 직원도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 중 다수는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죽임을 당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과밀한 장소의 하나인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이 (그곳의) 민간인들 존재가 무시되기라도 하듯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폭격을 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폭격은 남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가자에 안전한 장소는 없다.
64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UNRWA가 운영하는 학교와 건물에 피난하고 있다. 깨끗한 물은 제한돼 있고, 식품과 의약품도 거의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들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청결한 상태로 돌볼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임신부들은 출산 때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도록 기도만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그녀들을 수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UNRWA의 시설도 폭격 피해
우리 건물에 식구 모두가 몸을 맡기고 있는 가족들도 있다. 어디로도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시설도 안전하지 않다. 학교와 창고를 포함해서 42동의 건물이 폭격으로 파손됐다. 슬프게도 거기에 피난하고 있던 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며칠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치열한 교섭을 벌였고, 마침내 약소하나마 가자지구에 인도지원 물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돌파구가 열린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반입 허가를 받은 트럭은 극소수로, 지금과 같은 처참한 인도상황이 필요로 하는 지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반입이 처음으로 허가된 지난 21일 분인) 트럭 20대는 200만 명 이상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는 ‘큰바다에 물 한방울’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연료의 가자지구 반입은 완강하게 거부당했다. 연료가 없으면 인도적인 대응도, 곤궁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병원의 전력도, 물도, 빵도, 전달될 수가 없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시작된) 10월 7일 이전에 가자지구에는 약 500대의 트럭이 식품과 기타 물자를 매일 운반했다. 그 중에서 45대는 가자지구의 자동차나 담수화 플랜트 또는 빵가게에 전력을 공급하는 연료 트럭이었다.
지금 가자지구는 질식상태에 있다. 약간의 운송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우리는 세계로부터 외면당하고, 희생되고 있다”는 시민 감정이 개선될 수 없다.
하마스의 행위는 학살이다, 그러나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에게 전쟁범죄를 구성할 수 있는, 필설로 얘기할 수 없는 학살을 자행했다. 유엔은 이 무서운 행위를 가장 강경한 말로 비난했다. 하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그것이 100만 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현재진행형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치명적인 교착상태의 근간에 있는 것으로 되돌아가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려면 정말 용기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우리는 국제인도법의 규칙이 존중되고,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이 연료와 의약품, 물과 식품을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무제한 접근할 수 있도록 즉시 인도적 정전을 단행해야 한다.
제2대 유엔 사무총장 더그 함마르셸드(함마슐드. 재임 1953~1961년)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유엔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를 천국에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가자지구의 현실은 휴머니티(인간성, 인도성)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이 인류의 비극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나 뉴스 방송을 통해서 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사람들도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몰랐다”고 할 순 없게 될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왜 세계는 용기를 가지고 단호하게 이 세상의 지옥을 끝장내지 못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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