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지지 결의안 첫 안건…팔' 민간인 피해 외면
존슨 의장 "중동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아"
19일째 가자 공습…팔' 민간인 사망자 6500명 넘어
해임서 선출까지 '친트럼프계' 작품…승자는 트럼프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극우 보수인 마이크 존슨(51) 의원이 미국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공화당 소속 4선으로 '친트럼프계' 핵심인 존슨 의원은 25일 진행된 하원의장 선출투표에서 재석 의원 429명 중 공화당 의원 220명 전원의 표를 얻어 과반 득표함으로써 민주당 의원 209명 전원의 지지를 얻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이후 이어진 하원 마비 사태가 22일 만에 해소됐다.
헌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존슨 신임 하원의장은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2015∼17년)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친트럼프와 극우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낙태에 반대하고, 동성혼 반대 등 성소수자 규제를 지지했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중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자에 대한 이민 금지 행정 명령을 내렸을 때 찬성했던 인물이다.
첫 안건은 이스라엘지지 결의안…팔' 민간인 피해 외면
그가 트럼프의 눈에 든 것은 2020년 `대선 인증 반대' 과정에서 가장 앞장서 싸웠기 때문이다. 당시 존슨 의원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반대할 법적 논리를 제공했으며, 텍사스주가 바이든이 이긴 4개 경합주의 투표 결과를 무효로 만들려고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설득해 텍사스주를 지지하는 126명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나중에 트럼프가 대선 불복 혐의로 기소되자 혐의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 재판이 진행됐을 때도 트럼프 변호인단에 참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존슨의 하원의장 선출 직후 "위대한 의장이 될 것"이라고 축하 글을 남겨 애정을 과시했다. 앞으로 미 하원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더욱 극단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존슨 신임 하원의장의 첫 일성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중동에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을 첫 안건으로 상정해 찬성 412표 대 반대 10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하마스에 공격 즉각 중단과 납치한 인질의 전원 석방을 촉구하고 있으나, 19일째 이어진 이스라엘 군의 보복 공습에 따른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인명피해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19일째 가자 공습…팔' 민간인 사망자 6500명 넘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5일 현재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내 7천 곳 이상을 공습해 민간인 사망자가 65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전쟁으로 사망한 것이다. 알자리라 방송은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공습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원 의회가 정상화되자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은 재해‧재난 대응, 안보와 에너지 자립, 우라늄 농축 역량 개선, 저소득층 초고속 인터넷 제공,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대응 등 다양한 국내 현안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추가 예산 560억 달러(약 75조원)를 의회에 요청했다. 앞서 20일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그리고 중국 견제 등에 사용할 1050억 달러의 안보 예산을 추가로 요청했다. 백악관은 의회가 이들 예산을 신속히 처리하고 임시예산 기한이 만료되는 11월 중순 이전에 2024년도 본예산 문제도 처리해달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존슨의 의장 선출 축하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가 안보 필요에 대응하고 22일 내로 셧다운(정부 업무 일시 정지)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가 중요한 현안에서 정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가능한 한 접점을 찾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임서 선출까지 '친트럼프계' 작품…승자는 트럼프
바이든이 요청한 1050억 달러의 안보 예산 중 이스라엘 지원과 중국 견제 예산은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위태로운 시간에 서 있으며, 위험에 빠진 세계는 강력한 미국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자유의 횃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공화당 내 다른 '친트럼프' 의원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 용처에 대한 감독을 주장해온 그는 지난 5월 398억 달러의 우크라 지원 예산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존슨 의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조건부로"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책임을 원하고 백악관으로부터의 명백한 목표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미 의회 역사상 최초의 연방 하원의장 해임과 뒤이은 22일간의 하원 마비 사태의 사실상의 승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빈 매카시 해임안에서부터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짐 조던 법사위원장, 톰 에머 원내수석부대표 등 3명의 잇단 낙마, 그리고 새 하원의장 선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공화당 내 초강경 보수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를 중심으로 한 '친트럼프' 의원 20여 명이 주도했고, 마침내 '트럼프 지킴이' 존슨을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