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팔' 사망자 최소 7326명

유엔총회, 즉각 휴전 결의안 채택…이스라엘 '반발'

가자 전역의 통신 완전 차단…주민들 '고립무원'

국제기구들, 이스라엘 전시 잔혹행위 은폐 우려

 

이스라엘의 가자구 접경 지역에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3 10. 27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구 접경 지역에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3 10. 27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3주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격을 퍼부으면서 민간인 사상자의 규모도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27일 현재 어린이(3038명)와 여성(1792명)을 포함해 최소 7326명이 숨졌다. 또한 어린이(6360명), 여성(4891명)을 비롯해 1만8967명이 다쳤다. 그러나 이 집계에는 파괴된 가자의 건물 더미에 깔린 최소 1000명의 사망자는 제외돼 그 수는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의 가운데 140만 명이 피란길에 나섰고, 이 중 61만3000명이 유엔이 운영하는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심야 공습을 이어가는 한편, 27일 오후 미사일과 대포, 탱크 등을 동원해 가자 북부에 대한 공격을 병행하며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 접경지에 정규군 수만 명과 예비군 수십만 명을 집결시켜 놓았다. CNN과 BBC 방송 등은 이스라엘이 이례적으로 장시간 가자지구에 공습과 포격, 탱크 사격 등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도 가자 접경 근처에서 강력한 일련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지난 7일 하마스 기습공격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습공격 기획자 중 하나인 하마스의 칸 유니스 지부 사령관 메드카트 마바셰르가 숨졌다.

 

27일 미국 뉴욕시티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들고 있다.  2023. 10. 27 [AFP=연합뉴스]
27일 미국 뉴욕시티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들고 있다.  2023. 10. 27 [AFP=연합뉴스]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팔' 사망자 최소 7326명

IDF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 지상군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확대 중"이라며 현지 주민들을 향해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자시티와 주변을 계속 공격할 것이다. 공군이 지하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가리 대변인은 가자의 최대 종합병원인 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사령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타격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공격을 곧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자에 하마스가 구축한 터널 망이 광범위해 곧 시작될 지상전은 길고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앞서 갈란트는 지난 20일 크네세트(의회)에 출석해 공습과 병행한 지상전을 통해 △ 하마스 파괴 △ 숨은 저항 세력 제거 △ 가자에 새로운 정권 수립 등 3단계 계획을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대폭 강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역의 인터넷과 모바일 등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연료가 바닥나고 전기 공급도 중단된 지옥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과 전화까지 단절되면서 가자 주민은 처절한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 등 유엔 기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은 전면적인 통신 두절로 인해 이스라엘군의 지상공격 세부 과정과 사상자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가자가 외부와 차단되면서 민간인에 대한 전시 잔학행위가 은폐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HRW 관계자는 "이러한 정보 차단은 대규모 만행을 은폐해 인권침해 행위의 처벌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위험이 있다"고 했고, 국제앰네스티도 "이번 통신두절 사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인권침해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정보와 증거 확보가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현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의 참상을 전하던 각국 취재진도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옆을 채소 장수들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2023. 10. 28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옆을 채소 장수들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2023. 10. 28 [AFP=연합뉴스]

가자 전역의 통신 완전 차단…잔학행위 은폐 우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안으로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공습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하마스 전사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에 따르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들이 밤하늘을 가르며 이스라엘로 날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통신과 대부분의 인터넷 연결을 끊었다"며 "이스라엘이 공중과 육상, 해상에서 유혈 보복을 자행하려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정치국 고위 관리인 에자트 알 리샤크는 텔레그램을 통해 "네타냐후가 가자 에 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저항군은 준비돼 있다"며 "네타냐후 병사들의 유해가 가자 땅에 삼켜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공습과 포격, 탱크사격을 총동원한 대규모 작전에 들어가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X'(·옛 트위터)에서 "인도주의적 휴전, 모든 인질의 무조건 석방, 필요한 구호물자의 전달을 거듭 촉구한다"고 썼다. 한편 이날 유엔 회원국들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됐다.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요르단이 주도한 이 결의안은 찬성 121표, 반대 14표, 기권 44표로 가결됐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채택 과정에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규탄 내용이 없자 캐나다가 서방국을 대표해 하마스의 테러 행위 규탄과 인질 석방 요구를 추가한 수정안을 내놨고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수정안 채택에 필요한 찬성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서방 진영 국가들은 요르단 제출 결의안에는 거의 대부분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졌다.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됐다. 2023. 10. 27 [AFP=연합뉴스}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됐다. 2023. 10. 27 [AFP=연합뉴스}

유엔총회, 즉각 휴전 결의안 채택…이스라엘 '반발'

이에 대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엔 총회 결의안을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민간인들을 위한 연료와 인도적 구호를 들여보낼 수 있도록 결의가 즉각 적용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의 광폭한 공격을 거부하는 확고한 국제적 입장이 나왔다"고 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 전쟁과 우리 국민을 겨냥한 대학살은 멈춰져야 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자지구로 들어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오늘은 오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유엔이 아무런 합법성이나 타당성을 지니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목격했다"고 성토했다. 에르단은 또 유엔 회원국이 이스라엘 대신 "나치 테러리스트들을 방어"하는 데로 기울었다면서 "이 휴전 결의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방어하기를 멈추고 하마스가 우리에게 불을 붙이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이 본격적 지상 작전을 앞두고 대규모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여전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 무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인질 석방에 도움이 된다면 임시 휴전도 가능하다고 밝힌 데 이어, 물밑으론 대규모 지상 작전 재고를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이같이 전하고 대신 미국은 민간인 사망자 최소화 등을 위해 항공기와 특수전 부대를 활용해 하마스 주요 인사와 시설에 대한 외과 수술식 타격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점령지역 정착운동 책임자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10일 크네세트(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 07. 10 [AP=연합뉴스]
점령지역 정착운동 책임자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10일 크네세트(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 07. 10 [A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부 파시스트, 내각 극우 광신자 오십보백보"

한편, 세계적 인구 과밀지역인 가자에 대한 지상 침공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와 연합한 종교적 극우 광신자 동맹세력과 전투를 지휘하는 갈란트 장관 및 베니 간츠 전 국방 장관 사이에 전쟁의 전략과 목표를 두고 균열 확대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알자지라의 선임 정치분석가인 마르완 비샤라는 '광신자 대 장성들. 가자를 두고 이스라엘의 이상한 분열'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두 진영은 "전쟁 이전부터 개인적, 군사적, 정치적, 이념적 등 모든 면에서 견해가 달랐다"며 두 장성은 광신자들의 이익에 복무하며 이번 전쟁을 "폭력을 통한 정치의 연속으로 여기는" 네타냐후의 동기와 목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샤라에 따르면, 두 장성은 이번 군사작전 목표를 하마스 군사능력 파괴, 하마스의 행정 및 정치구조 해체로 잡고 이것이 달성되면 곧 사직한다는 입장인 반면, 네타냐후는 자신이 전쟁영웅으로 인기를 다시 구가할 때까지 최대한 "길고 고통스러운 전쟁"을 수행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점령을 강화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촉발한 광신자 극우 동맹 세력은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와 그 리더십 섬멸이란 비현실적 목표를 내걸은 데다,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했던 불법적이고 아주 문제가 많은 유대 정착촌을 다시 조성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전쟁의 최종 목표'를 두고 두 장성과 충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샤라는 "어마어마한 군부 세력과 극우 광신 종교 진영 간의 확대되는 균열은 앞으로 이스라엘 사회와 정치체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팔레스타인인, 특히 이스라엘의 가학적 폭격과 봉쇄를 겪는 이들에겐, 자신들을 '인간 짐승'이라 부른 전쟁광인 장성들과 팔레스타인인의 축출을 요구하는 인종주의적 광신자들 사이에 현실적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비샤라는 "파시스트나 광신자나 오십보백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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