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입 물가 전월 대비 2.9% 올라

소비자물가와 시중 금리도 다시 들썩

중동 사태로 유가· 환율 급등할 수도

물가·이자 부담 서민 시름만 깊어져

국제유가와 원 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인상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농산물과 우유, 밀가루, 외식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마트에 가기 무서울 정도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와 기업부채도 고려해야 한다. 시중 금리는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하며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입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올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입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올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는 139.67로 8월(135.68)보다 2.9% 상승했다. 전월 대비 수입물가지수는 7월(0.2%) 상승 전환한 후 3개월 연속 올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9.6% 떨어졌고 8월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이 맞물리며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광산품(6.3%)과 농림수산품(1.1%) 등 원재료는 전월 대비 5.7% 올랐고 중간재는 석탄·석유제품(7.9%)과 화학제품(2.1%)이 큰 폭으로 뛰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0.7%씩 올랐다. 세부 품목 중에는 원유(8.8%)와 나프타(9.3%), 프로판가스(18.0%), 부타디엔(26.5%), 메탄올(8.1%) 등의 상승 폭이 컸다. 

한국은행은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광산품과 유류제품 등의 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8월 평균 배럴당 86.46달러(한화 약 11만6900원)에서 9월 93.25달러로 7.9% 올랐다. 환율 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으로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2.3% 증가했다. 지난달 원 달러 평균 환율은 1329.47원으로 전월(1318.47원)보다 0.8% 증가했다.

 

 자료 : 한국은행. 수입물가지수 용도별 품목 등락률
 자료 : 한국은행. 수입물가지수 용도별 품목 등락률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도 119.56으로 8월(117.55)보다 1.7% 올랐다. 수입 물가와 마찬가지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하락했으나 공산품은 1.7% 올랐다. 환율 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 물가는 전월보다 1.1% 상승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유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수입 물가 불안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쟁이 확전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 뛸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중동 정세 불안이 향후 수출입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란이 개입하는 등 전쟁이 확전되면 원유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 결과 고유가와 고환율 기간이 길어지면 국내 물가를 잡기 힘들어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고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소관 분야의 물가를 면밀히 점검·대응하는 등 서민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추이(2023년 9월)
소비자물가 추이(2023년 9월)

정부는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구성하고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으로 8월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0.9% 올랐다.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은 1400원으로 150원 올랐고 연료 가격 상승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로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기업대출과 가계부채가 너무 많고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정세 불안까지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금리를 올리기 더 힘들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이후 기준 금리를 5번 연속 동결하며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 올해 세수 부족이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할 재정 여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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