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총출동…강서구 보선 사활 걸어
국힘, 선거 책임론 원죄…프레임 전환 안간힘
민주당 지도부, 6~7일 사전투표 앞두고 총력
40억 애교에 60만원 월세 논란…공방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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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선거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읽을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지만 '예비총선' '미니총선' '윤석열 정권 중간 성적표'로 불리는 이유다.
이로 인해 여야가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불 붙은 정부·여당 비판론을 대대적인 '정권심판론' 바람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다. 입원 치료를 통해 단식 후유증을 회복하고 있는 이 대표도 선거 지원을 위해 조기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선거 '책임론'이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반드시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선거 승리로 '수도권 위기론'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당 내홍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국힘, 선거 책임론 원죄…프레임 전환 안간힘
선거는 초반부터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김 후보에게는 이번 선거의 원인 제공자라는 '책임론'이 걸려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던 김 후보는 2018년 말 특감반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지난 5월 형이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특별사면·복권시켜주면서 김 후보는 다시 강서구청장에 출사표를 내밀게 됐다. 대법원 판결로 자리를 잃은 구청장이 사면을 받아 4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도전하는 헌정사에 유례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11~12일까지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17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진교훈 후보 39.4%, 김 후보 28.1%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0~21일 강서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강서구청장 후보 지지도는 진교훈 후보가 43.4%,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27.4%로,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법원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자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김 후보가 '조국 사태' 공익신고자라고 주장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또 지역 숙원 사업을 위해서는 정부·여당과 가까운 김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6일 선대위 위촉식 행사에서 "김 후보는 서슬 퍼런 문재인 정권 핍박에 굴하지 않고 권력형 비리 실체를 국민께 알리고 조국 사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인물"이라며 "강직한 사람, 용감한 사람, 바른 사람"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28일 선대위 출정식에서도 김 후보의 책임론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오죽 신임했으면 특별사면에 복권까지 싹 시켰겠나"라고 김 후보를 두둔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되면 대통령도 밀어주고 서울시장도 밀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출마에 여론이 마냥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은 선대위 구성에도 유권자에게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상임고문에 권영세·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을,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에 5선 정우택·정진석 의원 등을 동원했다. 또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강서구 방문, SNS 활동 전개 등을 지시하고 결과 보고서 제출하도록 했다.
사전투표 앞두고 총력전…이재명도 조만간 등판
반면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 후보가 앞서면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채 출발한 모습이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법원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무리한 검찰 수사에 철퇴를 내린 점도 민주당엔 호재다.
강서구 갑(강선우)·을(진성준)·병(한정애) 현역 지역구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조직력이 중요한 보궐선거에서 뒷받침이 되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46.97%)보다 이재명 후보(49.17%)에게 더 많은 표를 줬던 지역이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당일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지도부가 먼저 나서서 총력전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당 소속 의원들도 동별로 나눠서 유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연휴 뒤 열린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를 진 후보 캠프에서 갖고, 선거 승리를 다짐하며 진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력히 호소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4일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강서구에 국한된 선거가 아니다. 퇴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강서구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 심판을 시작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특히 오는 6~7일 사전투표일을 앞두고 민주당의 총력전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는 평일 열리는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인 만큼 투표율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보수 성향이 강한 노년층의 여론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일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직장인, 청년층이 참여하는 사전투표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민주당은 주력하고 있다.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30세대에서도 지난 대선과 달리 정권 비판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 모습이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26.2%만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66.3%는 '잘 못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역시 '잘하고 있다' 25.3%, '잘 못하고 있다' 72.2%로 나타났다.
주말 선거 유세가 이번 선거의 분수령인 만큼 이재명 대표도 주말 사전투표를 앞두고 본격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치료 중임에도 현장 선거 지원을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병상에서 "자랑스러운 동지 여러분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습니다"라며, 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성격의 내용의 유튜브 쇼츠 영상(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끝에 '10월 5일 커밍 순(Coming soon)'이라고 적혀 있어 이 대표가 금명간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의 이 대표 선거 유세 관련 질의에 "아직 모든 것이 미정"이라면서 "우선 회복과 안정에 방점을 두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정리할 생각"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했다.
'40억 애교'에 '60만원 월세' 논란도…공방 치열
한편 양측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김 후보가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과 관련해 "1년에 1000억 원 넘게 벌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말한 것을 두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어차피 안 될 선거, 막나가기로 작정한 것이냐"며 "강서주민은 지역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으려면, '수십 억의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하나.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자리에서 어떻게 이런 무개념 막말을 할 수 있단 말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선거유세' 대신 '석고대죄'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40억 원 애교' 발언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 캠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은 "자신 때문에 발생하는 보궐선거에 자신이 다시 출마하는 기괴함과 자신 때문에 발생한 40억을 애교로 봐달라는 그 뻔뻔함은 더욱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며 "상식적으로 구청장은커녕 9급 공무원조차 해서도 안 될 부적격자"라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 후보는 강서에서 40번 머리를 숙여 사죄와 반성을 해도 부족할 판에 보궐선거 비용 40억을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뻔뻔하게 말했다. 역시 비상식 사면에 비상식 공천, 비상식 정당의 비상식 후보답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범죄에 대한 반성은 없고 보궐선거비용 40억 원의 혈세에 대해서도 '40억은 애교로 봐달라'는 후안무치한 말을 하는 김태우 후보의 오만은 목불인견"이라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지난 3일 강서구 방화사거리 유세에서 40억 원과 관련, "박원순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오거돈, 안희정 알고 있다. 이들의 선거 때문에 그들이 낭비하게 만든 돈이 9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1000억 가까운 돈과 40억 비교가 되겠나"라며 '40억 원 애교' 파문을 일축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재직 시 1057억원을 아꼈다고 주장하며 "40억을 저한테 들이댈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 신고 내역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각각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반면 강서구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주택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 캠프의 정춘생 공동선대위원장 겸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사는 곳이 어디인지 물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뻔뻔하게 선거 때마다 주소지만 바꿔서 출마하는 '철새 거주자'는 강서구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김 후보는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깔끔하게 사퇴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 후보는 구청장 당선 이후에도 녹물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화곡동 빌라에 거주하며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하고 지역 개발의 의지를 다졌고, 여러 이웃과 함께 강서의 발전 방향을 토의하며 강서구의 미래만 바라봐왔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에 전세로 거주하지만, 분당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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