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강서구청장 보선 '원인 제공자' 김태우 공천

'검찰 대 경찰' '윤석열 대 문재인' 대리전 구도

무엇보다 '정권 심판 대 야당 심판' 총선 전초전

리얼미터, 민주 진교훈 39.4% 국힘 김태우 28.1%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도 '정권 심판론' 우세 추이

"문 정권과 민주당 심판" vs "윤 정권 몰락 신호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9.17 [공동취재] 연합뉴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9.17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하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된다.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본인의 유죄 확정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끝내 다시 출마하게 됐다. ☞ 헌정사의 엽기적 장면, 김태우 강서구청장 재출마

김 전 구청장도 엽기적이지만, 좌고우면 끝에 구관(舊官)을 도로 공천한 국민의힘도 철면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론의 비판은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일 뿐, 강서구 유권자들이 결국엔 '야당 심판론'이나 '힘 있는 일꾼론'에 기울어 여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객관적인 여론 지형은 반대로 흐르고 있어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17일 국회에서 김 전 구청장을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최종 후보자로 발표했다. 책임당원(강서구민 당원 1000명) 투표 50%, 일반유권자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난 15∼16일 진행된 경선에서 김 전 구청장은 경쟁 후보인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과 김용성 전 서울시 의원을 제쳤다. 공관위는 후보별 세부 득표율은 발표하지 않고 최종 후보자만 발표했으나, 김 전 구청장이 당원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일반유권자 조사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각종 비위 혐의로 대검찰청 감찰을 받게 되자 특감반원 시절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언론을 통해 각종 폭로에 나섰다. 결국 검찰 수사관직에서 해임된 뒤 여러 비위 중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2021년 1월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출마를 강행해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으나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뒤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의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이 됐고, 이에 김 전 구청장은 기다렸다는 듯 그로부터 3일 만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사전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때만 해도 여당에서의 전반적인 기류는 김 전 구청장 공천에 회의적이거나 미온적이었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번 보궐선거 비용으로 강서구청이 혈세를 40억 원이나 투입하게 돼(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의 재·보궐선거 경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여론의 역풍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른바 '윤심(尹心)'이 김 전 구청장 낙점에 쏠린 것으로 해석되면서 형식적 경선을 거쳐 기어이 김 전 구청장이 재등판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진교훈 후보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3.9.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진교훈 후보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3.9.6.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미 지난 6일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 공천한 바 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진 전 차장은 경찰대를 졸업한 뒤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정보국장, 전북경찰청장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으로 일했다. 진 전 차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이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강서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욕감과 실망감을 느껴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거대 양당의 대진표가 확정됨으로써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검찰 대 경찰'이라는 상징적 구도가 됐고, 나아가 '윤석열 대 문재인' 대리전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보선은 '정권 심판 대 야당 심판'의 성격이 짙은 총선 전초전이라는 데 여야의 이견이 없다. 10‧11 보선은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마지막이자 유일하게 치러지는 단체장 선거인만큼 바닥 민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의 경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는 극적일 정도로 뒤집혔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1~12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17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진교훈 전 차장은 39.4%, 국민의힘 김태우 전 구청장은 28.1%를 기록해 진 전 차장이 김 전 구청장보다 11.3%p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진보당 권혜인 6.2%, 정의당 권수정 4.4%, 자유통일당 고영일 2.8%, 우리공화당 이명호2.4%, 민생당 김영숙 2.2%, 녹색당 김유리 1.9% 순으로 조사됐다. 부동층은 12.6%(없음 7.0%, 잘 모름 5.6%)였다.

지난 8월 28~29일 조사에서는 진 전 차장과 김 전 구청장이 각각 30.1%, 29.9%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으나, 이번엔 진 후보가 9.3%p 상승한 반면 김 후보는 1.8%p 하락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무선가상번호(80%)·유선RDD(20%) 표집틀을 통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2.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9월 11~12일 진행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미디어트리뷴 인용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9월 11~12일 진행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미디어트리뷴 인용

내년 4월 총선 전망도 현재로서는 '정권 심판'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7%에 그친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를 나타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상대로 진행해 21일 발표한 '전화면접 총선 특집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안정을 위해 여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7.2%,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51.5%로 집계됐다.

심지어 강성 우파 유튜브 채널 고성국TV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거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은 35%, '현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은 57%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세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야당 심판론이 35~37%, 정권 심판론은 50%를 상회하는 일정한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김태우 전 구청장을 또다시 선출할지, 아니면 정반대의 선택을 할지 여부는 여야 지도부의 운명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각 당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정치권 지각 변동의 진앙으로 작용해 각 정파의 이합집산 및 합종연횡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김 전 구청장은 이날 공천 확정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죽다 살아난 김태우에게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면서 "당과 강서구민의 선택을 받들어 반드시 압도적인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앞서 기자들이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에 대해 질문했을 땐 "조국이 유죄면 저는 무죄라는 생각에 많은 분이 공감하신다. 그 여론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내리신 걸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선거는 무능과 실정을 넘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국민 기만과 국기 문란을 심판하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발을 맞춰,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강서구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선거"라면서 "반드시 승리해 민생을 내팽개친 민주당,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 진교훈 후보자 캠프인 '진짜캠프'의 정춘생 공동선대위원장 겸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을 조롱하려고 하나. 보궐선거를 만든 장본인을 재공천한 일은 전무후무하다"며 "국민의힘은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공천을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제보자란 가면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벗겨졌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특혜 사면을 하고 국민의힘은 다시 공천하는 해괴한 작태를 벌였다"면서 "김태우 후보 선출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김태우 공천을 통해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대통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선거는 대법원판결까지 무시하고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여 온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공익제보자의 탈을 쓰고 부정한 비리와 범죄를 정당화하려 드는 김태우 후보를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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