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로 재생에너지 확대 급한데
윤 “탄소중립 달성에 원전 포함” 강변
국제사회는 “원전 재생에너지 아니다”
원전 ‘올인’에 에너지 전환 오리무중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을 제안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과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도 포함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연합을 만들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CFE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며 “CFE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오픈 플랫폼인 ‘CF연합’을 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늘리지는 않고 ‘CF연합’을 추진하는 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기후 위기에 대응한 탄소 배출 감축 프로젝트는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크라이밋그룹이 2014년부터 시작한 ‘RE100’이 주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민간 주도 캠페인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은 400개가 넘는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국가에 비해 재생에너지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일조량과 바람의 세기 등 여건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RE100 달성이 어렵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면 REC 가격이 상승한다.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힘들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로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CF100’이다. 원전과 수소, CCUS까지 포함해 무탄소 100%를 달성하자는 제안인데 한국이 강점이 있는 원전을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넣은 게 핵심이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 5월 국내 기업 50여 곳이 참여한 가운데 CFE 포럼을 발족하기도 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유엔에서 ‘CF연합’ 결정을 제안했다고 해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원전이 많은 국가를 상대로 설득하겠다지만 RE100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CFE 이니셔티브는 RE100 대체 또는 배제가 아닌 모든 무탄소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해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CF연합은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CF100이 RE100을 대체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RE100 사무국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보지 않는다. 발전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재생 불가능한 핵폐기물을 남기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범주)에 추가하면서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각국의 원전 안전 규제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CF연합 제안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RE100 참여 기업이 증가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EU는 다음 달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기(준비 기간)에 돌입한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 탄소 배출량이 기준치가 넘는 수입 품목에 대해서는 탄소 관세를 부과한다.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 어떤 피해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RE100 달성 시기도 늦추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에너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CF연합’ 결정을 외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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