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반도의 야경을 위성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밤의 한반도는 남과 북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남한은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들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이었고, 군사분계선의 북쪽은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마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한의 경제적 자부심 만큼 북한의 어둠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또는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캄캄한 북쪽보다 환한 남쪽 야경이 더 걱정그러나 기후 위기와 생명사회를 고민하는 나의 눈에는 불 끄고 자야 하는 밤을 화석연료를 태워 저렇게 환하게 밝히는 남쪽의 소비문명이 더 걱정되었다.필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사전 투표 첫날이었던 5일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에 다음 글을 올렸다. “R&D다운 R&D로의 개혁에 따른 2025년도 R&D 예산 증액은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부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밝혀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R&D 지원방식의 개혁을 꾀하는 동시에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자 한다.” 지난 3일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 ‘선거용’이란 비판이
“열 받은 바다 … 해수 온도 역대 최고 행진에 기후재앙 공포” “1년째 매일 신기록 … 1년 만에 20년 상승치 폭등” “산호 등 생태 파괴... 폭풍·폭우 등 극단기상 기습 흉조”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자료를 인용해 CNN이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 기사(연합뉴스 2024년 3월 19일)에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제목이 달렸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지난해 3월 중순부터 1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1982년 이후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수온이 전년 대비 0.25°C 올랐는
시진핑은 어떻게 미국을 따라잡으려 하나?(How Xi Jinping plans to overtake America)영국 주간지 의 지난 3월 31일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동북부 헤이룽장(흑룡강)성을 방문한 얘기로 시작한다. 중국의 러스트벨트(rustbelt. 산업 사양화 지대)로 알려진 헤이룽장성은 출산율이 중국에서 가장 낮고, 성도인 하얼빈의 주택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성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 인플레율 조정 전의 명목 GDP 성장률은 제로(0)로 심각한 디플레 상
[]흔히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를 바꿔야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기득권 체제에 녹아있는 기후 체제를 바꾸려면 권력관계를 바꿔야 하고 그걸 바꾸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권력을 둘러싼 제도와 사람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기후정치로서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방앗간이 아니다. 깊어가는 기후위기 앞에서 기후운동이 4·10 총선을 맞아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정당의 공약에 기후 의제를 삽입하거나 ‘기후정치인’을 국회로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이 통합하면 과연 시너지가 날까?” 지난 1월 12일 오후 장이 끝나자마자 두 그룹이 통합 계획을 발표했을 때 곧바로 제기됐던 의문이다. 한미사이언스 창업자의 아들들도 모르게 창업자 아내와 장녀가 손잡고 OCI 측과 전격 합의한 결정이라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그 뒤 모녀 측과 형제 측은 3개월 가까이 공방을 벌였고 28일 승패가 났다.이날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개최된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 임성기 창업자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0번인 한창민 후보는 지난해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창당된 사회민주당 전 공동대표다. 사회민주당은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정의당보다 노회찬답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노무현과 노회찬을 계승하되, 그 가치를 더 강하게 살려나가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대중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한창민 전 대표는 교육운동·언론운동에 참여하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 창당 준비위원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노무현 후보 대전국민참여운동본부에서도 일했다. 2015년부터는 정의당 대변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 대표 주도로 급부상한 조국혁신당, 두 야당이 내세운 4·10 총선 비례대표 후보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윤석열 정권과 잘 싸울 것 같은’ 후보, 정치 신인 등을 눈여겨 봤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후보들은 가급적 제외했다. 김선민2020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선민 후보를 차관급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임명했다. 200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설립된 이래 최초의 여성 발탁이자 내부 승진이었다. 심평원 입사 17년만의 경사였다. 3년 임기를 마
우리나라의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성별 임금격차는 가장 높고, 여성관리자 비율은 밑에서 두 번째였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사회 전체로는 개선됐지만, 은퇴 연령층에서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은 21일 이런 내용의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를 발간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난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사람과 지구의 공동 발전을 위해 2030
국제 환경단체인 그리피스가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기후유권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청년의 삶을 돌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자는 것이 기후유권자 운동의 목표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청년에게 가혹한 탄소 예산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그린피스가 문제를 제기한 '탄소 예산'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에 부여된 탄소 배출 허용치를 뜻하는 개념이다. 그린피스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보고서를 바탕으
시민언론 민들레가 생명 생태 평화에 대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칼럼 연재를 이달 3일 부터 새로 시작합니다.‘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의 등장이 시사하듯, 인류는 자신들이 주인처럼 행세하는 세상을 만들어냈으나, 바로 그 성공 때문에 오히려 자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들이 나온 지 오래됐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해마다 경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섭씨 1.5도’(지구 열화 global heating를 막기 위한 지구 대기 평균기온 상승 허용 한도)는 지킬 수 있을까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재생에너지 예산의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또한 관용과 협업의 정치 복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강조했다.홍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 위기 대응과 친환경 산업이 계속 후퇴하고 있는데 대해 많은 전문가들도 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한민국 기후변화 대응 순위는 67개국 가운데 64위이며 우리 뒤에 중동지역의 산유국만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꼴찌인 셈”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하고 있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최근 잇달아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탈원전 정책부터 정책 통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해 감사를 벌였으며,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사실상 하명수사를 해왔다. 이번에 관련 사건의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표적 감사' '정치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정부 국토차관 등 모두 영장 기
지난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당황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화를 돋우기도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전혀 대통령스럽지 않은 언행들은 집권 2년차인 올해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그의 말과 행동이 단순한 실수이거나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집권 1년차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본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는 평생 특수부 검사로 살아 온 사람이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늘 남을 단죄하기만 했던 직업이다. 정치 경력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지극히 짧다. 그의 언행에서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이 아닌, 권력을 쟁취하고 휘두르는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100’이라고 있다. ‘RE100’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가 주창한 개념으로 재생에너지를 뜻하는 ‘Renewable Energy’의 머리글자에 숫자 100을 붙인 것으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100% 모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지난 20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RE100’ 개념을 몰라 곤혹을 치렀다.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도 ‘RE100’ 개념과 그 중요성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영화는 좀비만큼이나 끈질기다. 걸핏하면 멧돼지처럼 튀어나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시기나 방식에서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공기업들이 민영화의 길을 밟았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담배인삼공사(현 KT&G), 국정교과서 등이 그들이다. 민영화는 ‘작은 정부’와 시장원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정책의 상징이었지만 신자유주의가 퇴조한 지금에도 민영화는 여전히 살아남아 유령처럼 공기업을 배회하고 있다.공공전력사업 분야를 배회하는
때는 2013년 초.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직후이자 후쿠시마원전사고 2년 후, 불교계와 원불교계는 원전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에 요구하였다. 그것은 안전분야와 해체분야를 특별히 강화하라는 주문이었다. ‘안전’은 예전부터 강조되어온 바이지만 ‘해체’는 그 이전의 정부에게는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었다.종교계의 염원은 단순했다. 원전해체의 흐름이 활성화되면 낡거나 위험한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가급적 해체하라는 것이다. 노후원전은 더 이상 가동하지 말고 ‘해체’기술을 연마하는 기회로 삼아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라는 것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 28)가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개막돼 2주일 간의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총회는 첫날인 이날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산업화에 따른 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구제대책에 필요한 기금 출연과 그 구체적인 운용방안에 대해 합의했다.‘손실과 피해’, 이행 총점검,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의제이번 28차 총회의 주요 의제로는 이 ‘손실과 피해’의 구체적인 운용방안 마련 외에,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
지난 10월 20일 경주에서 열린 '국토학교'에서 독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발표한 김수진 박사의 발제문을 싣는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정책학 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탄소중립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박사는 이 글에서 독일 탈원전이 성공한 전후방 맥락과 이것이 한국의 원전 정책에 던지는 함의를 설명하고 있다. 1. 독일, 원전 대국에서 탈원전 국가로 전환하다.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55년 파리조약에 의해 주권국의 지위를 회복하고 핵에너지 개발에 대한 금지가 풀리면서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원자로
포스코는 탄소 배출량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배출량은 7019만 톤, 국내 총 배출량(6억 5450만 톤)의 10.7%에 해당하는 양이다. 2021년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이 전체의 4.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마무시한 규모다. 한 개 기업이 말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일 뿐 거기서 사용되는 전력이 배출한 탄소량은 빠져있다.이러한 배출량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지는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영국의 ‘코먼웰스’와 미국의 ‘기후와 공동체 프로젝트’라는 두 싱크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