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정 폭주' 관성이 '김태우 공천'으로

국힘도 '윤심' 코드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 자멸

때늦은 자성론…"이대론 망해" "윤석열 책임져야"

'줄행랑' 김행, 본인 말대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대통령님께 누가 돼 죄송"…막판까지 '결백' 주장

대통령실과 여당 정무적 판단 기능 마비 드러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떠나고 있다. 2023.10.11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떠나고 있다. 2023.10.11 [공동취재] 연합뉴스

'용산전체주의'와 '식물여당'의 합작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대패한 원인은 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가장 큰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거 승리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3개월도 안 돼 사면복권이 되고 최소한의 자숙 기간도 없이 곧바로 구청장직 재출마를 선언하도록 조장한 그 모든 원인 제공자가 바로 윤 대통령이다. 그래서 김 전 구청장 본인도 사면 발표가 나온 지 불과 1시간 만에 "사면을 결정해 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과 정부 당국(한동훈 법무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감읍했던 것이다.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도록 하는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행각은 윤 대통령의 그간 독재적 국정 운영과 궤를 같이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적폐 세력을 대거 사면하는 등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야당 죽이기에만 집착하며 비판 여론을 귓등으로도 안 듣던 '국정 폭주'의 관성이 그대로 이어져 '김태우 공천'이라는 엽기적인 선택으로 귀결된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윤석열당'으로 전락한 채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하던 관성대로 계속 직진하다 벼랑 밑으로 굴러떨어진 꼴이 됐다. 정부가 민심과 크게 괴리된 잘못된 길을 갈 경우 이를 견제하고 주도적으로 견인해야 할 집권여당이 '예스맨'들만 넘쳐난 채 거수기 노릇에만 충실하다 보니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는 '무공천' 한다는 당규에도 불구하고 윤심(尹心)만 좇아 치명적 자충수를 둔 것이다.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 만평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 만평

국민의힘 내에서는 뒤늦게 자성론과 용산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윤 대통령과 정치검찰의 위세에 눌려 드러내놓고 발언은 못 하지만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대론 망한다" "지도부가 용산에 '바른말'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패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저희 여당에서 민심을 살피는 데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비주류 측의 비판은 직설적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마음이 맞는 인사들로,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인사들 중심으로 치러야한다"고 했던 이준석 전 대표는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고 여권의 변화 가능성을 암담하게 전망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마디로 망했다. '폭망'이다"라며 "원래 수도권은 험지가 아닌데 용산 (대통령실)과 우리당이, 그러니까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다. 서울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서구는 사실 무당층과 중도층이 많은 지역이다. 잘하면 이기는 지역인데 대통령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저희가 대패한 것이다. 민주당이 더 나은 혁신 카드를 꺼내면 우리는 얼마나 지는 것인가. 되게 무서운 지점"이라고 우려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강서 참패의 후폭풍으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사퇴 권고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사실상 지명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주식 파킹'과 '청문회 줄행랑' 등 김 후보자를 둘러싼 온갖 잡음이 민심 이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는 때늦은 각성인데,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는 보궐선거 전에 결단했어야 했다. 이 또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정무적 판단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어제 늦게까지 강서구 보궐선거를 지켜봤다"며 "저는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이다.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되어 죄송하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며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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