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물에 타 먹던 무지의 시대 기억해야
야광 시계 공장서 일하던 'OO 걸스' 피폭
후쿠시마 원전 핵물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온갖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어떤 물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까지 가져온다. 백가지 화를 불러올 백화(百禍) 물질이 아닐 수 없다. 오염수 문제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약’일 수 없다.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알아야 대처할 힘이 나온다. [편집자주]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가 1898년에 발견한 라듐은 대중에게 처음 만병통치약으로 대접 받았다. 어둠 속에서 신비하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특유의 성질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 빛을 쬐면 낫지 않는 병이 없다고 믿었다. 심지어 그 빛으로 젊어질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중은 연고와 치약에 라듐을 넣었다. 라듐은 또한 보약이었다. 버터와 우유에도 그 보약을 넣었다. 물에도 넣어 마셨다.
장삿속 밝은 사람들은 라듐을 넣은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만들어 팔았다. 라듐 스타킹도 나왔다. 여성들은 그것들로 한껏 멋을 부렸다.
20세기 초반 미국인들은 라듐 페인트를 칠한 야광 시계를 세상에 내놨다. 이 시계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은 떼부자가 됐다.
야광 시계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라듐 걸스’ ‘천사’로 불렸다. 페인트칠을 하다 옷에 묻은 라듐이 어둠 속에서 천사의 빛을 발산했기 때문이다. 천사들은 ‘립 페인팅’을 했다. 페인트칠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하려 붓을 입에 넣어 뾰족하게 만들곤 했다. 천사들은 일이 끝나면 라듐 페인트를 얼굴이나 몸에 바르는 놀이를 즐겼다.
시간이 흐르자 천사들의 이가 빠졌다. 뼈가 으스러졌다. 아래턱이 빠졌다. 빈혈 증세를 일으켰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방사능 피폭 때문이었다.
무지몽매의 비과학 시대였다. 과학자들은 달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몽매하기로는 라듐을 발견한 당사자인 마리 퀴리도 매한가지였다. 그 역시 라듐이 뿜어내는 어둠 속의 오묘한 빛을 보고 행복해 했다. ‘깜깜한 밤중에 연구실 들어가는 일이 즐거웠다’는 글을 남길 정도였다. 라듐과 폴로늄 등을 병에 담아 갖고 다니거나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폴로늄도 방사선이 매우 강한 놈이다.
마리 퀴리도 피폭을 받아 악성 빈혈, 만성 통증에 시달렸다. 몸의 발열 기능이 멈췄다. 생리 기능이 정지됐다. 마리 퀴리는 결국 피폭자로 죽음을 맞이했다.
정부와 여당은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비과학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방귀 뀐 X이 성내는 격이다.
과학은 의문과 의심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 방사능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리 퀴리는 당대의 천재 과학자였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그다. 그런 그도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몽매하기 짝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향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는 사람들’ 이라고 조롱하며 그들과 싸워야 한다고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 윤 대통령의 이 말이야말로 비과학적이다.
아인슈타인 어린이가 진흙을 양손에 들고 교사에게 1+1=1이라고 반박했다는 얘기의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심하는 태도야말로 과학이다. 의심이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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