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돌 멤버 , 후쿠시마 농산물 먹고 피폭?
후쿠시마에서 봉사활동하다 암 걸린 여배우?
인과관계 밝혀진 바 없지만 확산되는 괴담
권력이 정보 통제, 비밀주의 고수하면 더 퍼져
후쿠시마 원전 핵물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온갖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어떤 물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까지 가져온다. 백가지 화를 불러올 백화(百禍) 물질이 아닐 수 없다. 오염수 문제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약’일 수 없다.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알아야 대처할 힘이 나온다. [편집자주]
피폭된 일본의 아이돌 스타?
아이돌 그룹 토키오의 멤버였던 야마구치 타츠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얼마 뒤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에 동참했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열심히 먹었다.
캠페인 참여 채 1년이 안됐을 때 그는 니혼티비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제작진과 함께 체르노빌을 방문한 그는 현지 연구소에서 피폭 검사를 받았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에 피폭됐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피폭량은 주의 레벨 70Bq/kg(킬로그램 당 베크렐)의 3분의 1 수준인 20.47Bq/kg이었다.
“그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고 피폭돼 백혈병에 걸렸다”는 괴담이 퍼졌다. 하지만 진단에 사용된 측정기는 간이식이었다. 주변의 선량까지 함께 측정하는 등 단점과 한계가 있었다. 쉽게 말하면 ‘참고용’ 진단만 했다는 얘기다. 진단 결과가 피폭과 상관이 있는지,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백혈병 걸린 아나운서?
아나운서 오오츠카 노리카즈는 2011년 11월 2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도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에 참여했다. TV를 통해 토마토, 표고버섯 등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고 피폭됐다”는 괴담이 퍼졌다. 역시 그가 피폭 때문에 백혈병에 걸렸다는 증거는 없다.
레슬링 하다 유방암 걸렸다?
프로 레슬러 출신의 방송인 호쿠토 아키라는 유방암에 걸려 2015년 수술을 받았다. 그는 레슬러 시절이던 2011년 5월, 역시 레슬링을 하던 남편과 함께 도호쿠 지방 일대에서 ‘후쿠시마 피난민을 위한 프로 레슬링 대회’를 열었다.
“그가 레슬링을 하다 피폭됐다”는 괴담이 퍼졌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일 뿐이었다.
봉사 활동하다 암 걸린 여배우?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후쿠시마를 자주 방문했던 가수 겸 배우 카와시마 나오미는 2013년 여름 암 수술을 받았다. 투병 끝에 2015년 9월 24일 사망했다.
“그가 후쿠시마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암에 걸렸다”는 괴담이 퍼졌다. 의사 등 어떤 전문가도 사실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으니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다.
침전물 제거하다 대장암 걸려?
배우, 연출가 등으로 활동하던 이마이 마사유키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해 침전물을 제거하는 등 열심히 봉사 활동을 했다. 자선 공연도 했다. 2014년 대장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5월 28일 사망했다.
“그가 후쿠시마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암에 걸렸다”는 괴담이 퍼졌다. 이 역시 확인할 수 없는 뜬소문이라고 봐야 한다.
“괴담이냐 사실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른바 ‘일본 연예인들의 피폭 괴담’은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밀하게 인과관계를 추적할 기회가 없었다. 문제는 괴담이냐 사실이냐, 진실이냐 거짓이냐, 이런 게 아니다.
‘괴담’이나 유언비어는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생겨난다. 유언비어는 권력이 뭔가 감추고 숨기려 할 때 태어나는 괴물이다. 그렇지만 유언비어는 암흑시대의 ‘참언론’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언론통제가 극심했던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의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 감춘 정부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가 비공개 처리된 사실이 밝혀졌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연구기관들이 협동연구로 만든 이 보고서에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바다 생태계 위협’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지속적 노력’ ‘일본 정부가 한국의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 등 중요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공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 오염수가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조언도 포함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비밀주의가 또한번 드러난 셈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IAEA와 도쿄전력, 일본정부와 한국정부가 은폐해온 ‘핵오염수 관련 비밀’들이 속속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음모가 세상에 그 몸뚱아리를 드러낼 때마다 정부는 괴담이나 유언비어라고 몰아간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은폐는 진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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