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성공회 최상석 신부…1일부터 40일간

"핵오염수 투기 문제는 오직 생명의 관점에서 봐야"

"자연 질서는 하느님이 창조한 것…일본이 파괴"

"일본 바다의 모든 생물과 인류의 건강 위해 기도"

“일본이 원전 방류 중단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후쿠시마 앞바다의 모든 생물을 위하여 기도합니다…모든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한인성공회 최상석 주임신부(62·미국 성공회 버지니아교구 소속)가 9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기도 시위’에 들어갔다.

최 신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오체투지 기도 시위’를 하고 ‘기도’와 ‘뜻 드러냄’(피케팅)을 이어 나갔다. 최 신부는 이날부터 매주 월~금요일 40일간 ‘오체투지 기도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미국 워싱턴 한인성공회 최상석 주임신부가 9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기도’를 하고 있다. 해외촛불연대
미국 워싱턴 한인성공회 최상석 주임신부가 9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기도’를 하고 있다. 해외촛불연대

최 신부가 오체투지에 나선 이유가 뭘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2일 오전(한국 시간) SNS를 통해 최 신부를 인터뷰했다.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질서는 하느님이 창조한 것인데, 일본은 그 질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핵오염수 투기는 바다를 테러하는 것과 같아요. 일본은 반인류적이고 무책임한 불량국가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합니다.”

최 신부는 핵오염수와 관련, 정부가 ‘괴담’과 ‘비과학적 선동’으로 몰고 가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생명을 부인하고 자연을 부정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다. “핵오염수 투기 문제를 보는 관점은 오로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생명의 관점이지요.”

생명의 관점은 최 신부가 ‘오체투지 기도 시위’를 준비하며 미리 만들어둔 기도문에도 들어가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모든 생물을 위하여,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기도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지난달 31일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찾아 점심으로 현지 생선회를 먹고 있다. 2023.8.31 AFP 연합뉴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지난달 31일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찾아 점심으로 현지 생선회를 먹고 있다. 2023.8.31 AFP 연합뉴스

최 신부는 한미일 세 나라 정부를 모두 성토했다. “일본은 자연과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의 행위에 대해 방조를 넘어 지지를 하고 있어요. 게다가 한국은 자국민을 외면하고 일본에 비굴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 신부의 말대로 미국은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는 지난달 31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찾아 현지에서 잡은 생선을 회로 먹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회를 먹은 뒤 수산물 시장을 방문해 쇼핑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지지한다는 미국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최 신부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했다.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연대해야 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최상석 주임신부가 9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기도 시위’를 하고 있다.  해외촛불연대
최상석 주임신부가 9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기도 시위’를 하고 있다.  해외촛불연대

최상석 신부의 ‘오체투지 기도문’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일본이 원전 방류 중단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모든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모든 생물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나 자신의 바른 마음 건강한 몸 행복한 삶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모든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온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미사 중인 최상석 신부.  미국 워싱턴 한인성공회 유튜브 갈무리
미사 중인 최상석 신부.  미국 워싱턴 한인성공회 유튜브 갈무리

최상석 신부는 누구?

1961년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변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입학해 공대생이 되었으나 졸업 무렵 신학대학에 편입했다. 신학을 공부하며 ‘신학은 신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생태신학를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20~30년 전부터 기독교계에서 생태신학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모든 이들이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생태영성), 지구의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지구적 삶(생태사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오체투지 기도’도 생명 존중 차원에서 결심했다.

2012년 미주 한인성공회 사역을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사제성직 수품 30주년을 맞았고, 지금은 워싱턴 한인 성공회 주임신부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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