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방탄'만 강조하며 정치공학적 해석

경향‧한겨레 역시 '꼼수' '국면 전환용'으로 몰아가

과거 독재정권서 폐간‧구속도 '사법리스크' 였나?

조국‧윤미향‧노무현 때와 변함 없는 보도 관성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만 공정 수사? 판타지"

문재인 "윤 정부 폭주 너무 심해" 이재명 격려 전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물병을 잠그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물병을 잠그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윤석열 '무능폭력정권'의 끝 모를 폭주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지만 언론 대부분은 이를 평가절하하며 조롱과 냉소, 비난 위주의 기사‧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국민 중심 국정 방향 전환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등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그러나 언론은 대의명분이 뭐가 됐든 알 바 없다는 투로 어떻게든 '사법리스크'와 '방탄'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며 이 대표의 배수진을 오로지 정치공학적 목적으로만 간주하려는 상투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쌍방울 등과 관련한 검찰의 일방적인 혐의 주장과 피의사실 흘리기를 그대로 받아쓰며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고착화해온 그간 보도 양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장동 그분' '428억 약정' '변호사비 대납' '800만 달러 대납' '위증교사' 등 전혀 검증되지 않았거나 조작됐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의혹들을 '사법리스크'라는 이름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검언 복합체'라는 대한민국 특유의 권력 카르텔이 마음에 안 드는 특정인과 집단을 향해 '의혹 제조 공장' 같은 무책임한 폭로와 선전전으로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내일도 계속될 '오래된 미래'이지만, 이른바 진보 언론들조차 여기에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행태 역시 '노무현 사법리스크'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사법 리스크'에 리더십 위기…대여 투쟁 강화로 시선 분산〉 기사. 경향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 〈'사법 리스크'에 리더십 위기…대여 투쟁 강화로 시선 분산〉 기사. 경향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은 1일자 신문에 <'사법 리스크'에 리더십 위기…대여 투쟁 강화로 시선 분산>이라는 기사를 싣고 제목에서부터 '사법 리스크'에 방점을 두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전격적으로 시작한 무기한 단식은 취임 1년을 맞아 제기된 리더십 문제를 '대여 투쟁 강화'로 돌파하기 위한 수로 해석된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선택이 과거 야당 대표들이 얻었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썼다.

기사 리드에서부터 정치공학적 '꼼수'로 해석하는 데만 집중하며 '효과도 미지수'라고 깎아내리는 기자의 의도가 매우 투명하다. 기사는 또 "특히 잇따른 사법 리스크로 당의 도덕성이 추락하면서 이 대표 체제로는 22대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내부 여론이 폭발하기 직전"이라며 당내 일각의 의견을 일반화‧보편화한 뒤 "하지만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단식에 들어간 당대표에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 이 대표의 간특한 '고려'까지 추정해서 보도했다.

기사는 심지어 "특히 사법 리스크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단식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식이 소환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동훈 장관 말을 빌어 이재명 대표의 '꼼수'를 비난했다. 여론이 정말 '따가운 시선'인지도 의문이지만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끌어오는 방식은 이 신문의 이재명 비판이 얼마나 맹목적인지, 윤석열 정치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탓에 민주당의 민생 행보가 주목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다수 의견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 역시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대한 맹신을 반영한다.

 

한겨레 〈"사즉생" 배수진 친 이재명…사법리스크에 효과 회의론〉 기사.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사즉생" 배수진 친 이재명…사법리스크에 효과 회의론〉 기사.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도 경향신문과 거의 판박이다. 한겨레는 <"사즉생" 배수진 친 이재명…사법리스크에 효과 회의론>이라는 기사에서 아예 제목에 '사법리스크 효과 회의론'을 못박고 있다. 본문 역시 다음과 같이 시종 부정적 해석으로 일관한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점에 던진 카드여서 '명분도 실리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검찰 수사에 따른 체포동의안 처리 전망을 비롯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함구한 채 전개하는 이 대표의 단식투쟁의 정치적 효과를 두고 회의론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거취 등) 걸어야 할 걸 안 걸고 애먼 단식으로 맞서면 얼마나 효과를 거두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등 '사법 일정'을 고려해 단식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눈길도 있다."

이 또한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을 '사법 리스크' 회피라는 개인적 목적에서 찾고 있으며, 사실상 '거취 표명', 즉 사퇴 선언부터 하라는 투다. 한겨레가 예전부터 민주당 내 소수인 비명‧반명계의 목소리에 주로 초점을 맞춰 논조의 명분으로 삼아왔음은 물론이다.

기사는 나아가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의 요구는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등 세 가지인데, 전선이 두루뭉술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출구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표의 요구는 평소 윤석열 정권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 기조와도 다를 바가 없는데 이를 '전선이 두루뭉술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누워서 침 뱉기 식으로 평한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 <제1 야당 대표 '무기한 단식' 선언, 여야 정치 복구하라>에서도 "다만 이날 단식 선언을 두고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피할 수 없었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방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파문 등에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사법 리스크 방탄 논란은 물론 실체가 불분명한 전당대회 돈봉투와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까지 이 대표 책임으로 돌렸다. 아울러 "제1 야당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치가 멈췄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책임을 통감하길 바란다"고 윤석열 정권은 귓등으로도 안 들을 하나 마나 한 양비론식 책임 통감을 촉구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이승만 정권 시절 '야당지'로서 동아일보에 이어 발행부수 2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정부‧여당 비판이 이승만의 눈엣가시가 돼 막무가내로 폐간당했다. 그 과정에서 기자와 논설위원, 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노태우 정권 때 공안몰이로 리영희 논설고문이 구속되고 임재경 부사장이 기소됐으며, 뒤이어 수사요원과 백골단을 포함한 800여 명의 경찰병력이 편집국 철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난폭한 압수수색 및 기자 연행까지 당했다. 이것은 경향‧한겨레의 '사법리스크'였나, 아니면 무도한 정권의 일방적 탄압이었나. 그 과정에서 신문사 책임자나 노조위원장이 단식 투쟁을 벌이면 "리더십 문제를 '대여 투쟁 강화'로 돌파하기 위한 꼼수"이고 "전선이 두루뭉술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회의적"이라고 평가받아야 하는 걸까.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대부분 지난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윤석열 검찰에 의해 형성된 것인데도 이들 신문은 그 '사법리스크'의 진실 여부를 치열하게 따지고 추적하는 대신 검찰 및 윤석열 정권과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조국 사태, 윤미향과 정의연 사태 등에서 경향‧한겨레가 보였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 보복성 인간사냥에 몰릴 때 이들 신문이 수구언론 뺨칠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방했던 행태도 연상시킨다.

반면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국민항쟁'을 선언하고 나섰다"면서 "촛불행동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 응원하며 적극 함께 할 것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밝힌 바대로 '무능과 폭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은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매국 행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적시한 대로 '권력 사유화와 국정 농단'은 끝 간 데를 모르고 '민생 포기'는 나라를 거덜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대표와 인식을 같이 했다. 촛불행동은 "하나 더하여 바라자면 무기한 단식은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국민항쟁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범국민적 항쟁을 앞당기고 단식을 뛰어넘는 거대한 싸움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본인도 1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꼭 이렇게 해야 되느냐, 이런 말씀들이 많았다"며 "저의 대답은 그렇다.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포기,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는 없는데 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며 "그리고 이것이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삶의 문제, 민생의 문제,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고통에, 절망에 우리가 공감하고 함께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 비상행동 결과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 비상행동 결과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서은숙 최고위원은 "민주당 동지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면서 ▲ 일본의 핵폐수 해양 투기 테러에 적극 협조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주권자인 국민을 죽게 하고도 반성‧사과는커녕 진실 은폐 ▲억울하게 사망한 채 상병 사건의 진실 은폐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느닷없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바뀌고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백지화를 선언한 사태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으로 매도하며 육사에서 흉상 철거를 결정하는 등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헌법 유린 ▲시행령 통치와 거부권 남용으로 국회 무시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런 짓을 하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이 이재명 당대표 수사만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 판타지 소설 같은 생각입니다.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사법 스토킹이라고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나서 이틀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윤건영 의원이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또 통화에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드렸다"며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걱정 끼쳐서 죄송하다. 전화주셔서 감사하다. 잘 견뎌내겠다"면서 "더 이상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두 분 다 민주당을 대표하고, 대표하셨던 큰 정치인"이라며 "두 분이 현 정부에 대한 어려움과 걱정스러움을 공감하고,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걱정하는 게 우리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희망이 돼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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