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3일 쇠약…"대북송금 증거 한 개도 못 찾아"

"아무리 범죄자로 만들려 해도 없는 사실 안 나와"

검찰, 조사 종결 뒤 추가 소환 없이 영장 청구키로

민주, 수원지검 검사들 '직무유기' 공수처에 고발

"쌍방울 김성태 봐주는 '사법거래'로 진술 조작해"

"조선일보 등에 공무상비밀누설" 추가 고발 방침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9.12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9.12 [공동취재] 연합뉴스

검찰이 주장하는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검찰에 2차 출석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광고비) 의혹으로 한 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두 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한 번, 대북송금 의혹 1차 조사로 한 번 검찰에 소환됐다. 이번이 여섯 번째이고, 지난 9일 1차 조사 이후로는 불과 사흘만이다.

이 대표는 오후 1시 20분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후문 앞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청사 앞으로 걸어와 포토라인에 선 그는 1차 조사 때보다 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단식 13일째를 맞아 기력이 크게 떨어지고 쇠약해진 듯 평소보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이 대표는 "두 번째 검찰 출석이다. 오늘은 대북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번 보겠다"며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그렇게 주제를 바꿔가면서 일개 검찰청 규모의 검사 수십 명, 수사관 수백 명을 동원해 수백 번 압수수색하고 수백 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검사에게도 질문했지만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한테 100억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며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국민이, 그리고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국민이 권력을 맡긴 이유는 더 나은 국민들의 삶을 도모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지, '내가 국가다'라는 생각으로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 제거나 폭력적 지배를 하라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이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아시아의 발칸으로 변해가는 한반도의 평화 위기를 방치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더욱더 주력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9.12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9.12 [공동취재] 연합뉴스

발언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는 이 대표에게 기자가 따라붙어 "대북송금 관련 공문을 도지사가 직접 결재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조사에는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 소속 박상용 검사가 투입됐다.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찰은 이 대표 출석 직후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이 대표의 건강 상황을 고려하여 주요 혐의에 관한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히 집중 조사해 오늘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조사는 1시간 50여분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이후 추가 소환 없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장하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1차 조사 때 공개한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사건 검찰 진술서'를 통해 검찰이 노골적인 조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 이재명, 또 검찰 출석…'대북송금' 말이 안 되는 이유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끝 모를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표가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 대화는 물론이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잇단 검찰의 소환 조사는 우리가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개탄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고 중도층을 포함한 민심의 이반이 각종 지표로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여권이 국정 쇄신에는 눈과 귀를 닫고,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증거 없는 정치적 소환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2. 연합뉴스

민주당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검사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역공을 병행했다. 민주당은 수원지검이 이재명 대표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핵심 피의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이날 고발장 접수 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답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는 조작 수사가 가능한 배경에는 명백한 범죄 혐의를 봐주고 덮어주는 부당한 '사법거래'가 존재한다"며 ▲김성태 전 회장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북한 민경련으로부터 50년 동안 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 관광지 및 도시개발사업 등 6개 사업권을 부여받는 경제협력 사업 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2019년 쌍방울 임직원들과 공모해 수십억 원 상당의 달러화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것은 재산국외도피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수원지검 검사들은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과 영수증, 6개 사업권에 대한 경제협력 사업 합의서, 나아가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임직원들을 이용해 수십억 상당의 달러화를 해외로 밀반출한 정황까지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거나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10억 원 이상 거래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이에 비해 50억 원 이상의 재산국외도피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 처벌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법률위는 수원지검의 의도적인 수사 방임과 거짓 진술 조작을 막기 위해 김 전 회장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법률위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신봉수 수원지검장, 김영일 2차장검사부터 수사를 담당하는 김영남 형사6부 부장검사, 송민경 부부장검사까지 검찰에 묻는다"면서 "이렇게 명백한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성태에게 나머지 범죄도 언제든 추가 기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이라는 거짓 진술을 조작해내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신봉수 신임 수원지검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검찰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7. 연합뉴스
신봉수 신임 수원지검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검찰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7. 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수원지검 검사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피의사실공표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할 방침이다. 대책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이재명 대표 1차 조사 때의 질문 및 답변 내용을 언론에 계속 흘리고 있다며 조선일보 기사 등을 사례로 들고 "하나같이 검찰이 흘리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원지검의 여론재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가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히며 이 대표가 억지를 부렸다는 식으로 왜곡했다"면서 "일방적인 검찰 시각의 각색되고 날조된 조서를 멋대로 제시했기에 이재명 대표가 동의하지 않은 것임에도 검찰 말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한 번 범죄자로 낙인찍으려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이 회유와 강압을 통한 진술 조작에 단단히 중독된 모양이다. 그 수많은 인력으로 이재명 대표 본인과 주변을 먼지 털 듯 털어놓고 소환 조사까지 벌였음에도 혐의를 밝히지 못하자 이번에는 익명으로 기사 뒤에 숨어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며 여론재판에 나선 것인가?"라며 "입증되지 않은 혐의 사실을 언론에 유출해 수사 당사자들을 낙인찍고 망신 주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뿐더러,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반헌법적 범죄행위"라고 일갈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