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로고침위’ 보고서 내용도 왜곡
부당 수사 맞선 정당한 대응이 '검찰 탓만'?
일상화한 검찰의 정치 개입과 노림수 외면
'정체불명 그룹'을 '강성 지지그룹'으로 곡해
맹목적 비난 위해 사용된 불성실한 '민생' 레토릭
한겨레는 12일 "민주, 검찰 탓만 말고 민생 우선으로 가치 재정립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의 내용은 한겨레의 '전문가 제언’에 응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코멘트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제목으로 뽑을 때는 한겨레의 의중이 깊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부당 수사에 대한 대응이 '검찰 탓’?
우선 한겨레와 신진욱 교수에게 민주당이 무슨 '검찰 탓’을 했는지 묻고 싶다. '탓’을 했다면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탓'을 했다는 것인가?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기대보다 높지 않은 것,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 이런 것에 대해 민주당이 "이게 모두 검찰 탓"이라고 언명하거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입장을 내보인 적이 있는가?
아무리 해석의 영역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검찰의 잦은 압수수색, 수사, 그리고 기소 등에 대해 반박하거나 비판한 적은 있어도, 민주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나 그들의 처지에 대해 '검찰 탓’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 본 기자는 <김용·정진상 재판, "차고 넘친다"던 증거 어디로 갔나?> 기사를 출고했다. 기소한 지 7개월, 첫 재판이 시작된 뒤 3개월이 넘어가도록 검찰이 "차고 넘친다"고 호언했던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기사다.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 수사 당시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고 김 전 부원장을 긴급체포하는 등의 검찰의 공격에 대해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수사’라며 반발했다. 그 반발이 정당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당한 정치 수사"라고 비판하고 항거한 것을 한겨레는 '검찰 탓’을 하는 것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현실화되어 있는 '검찰의 정치 개입’
한겨레의 이 기사에도 언급된 김남국 의원의 경우도 도덕적인 부분은 몰라도 법적으로는 문제삼을 것이 전혀 없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검찰이 수사가 부진하자 언론에 흘려 보도하게 된 것이 사태의 시작이다. 수삿거리가 안 되는 것을 수사하겠다고 덤비고, 그게 여의치 않자 조선일보에 흘려 사건화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당초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지적과 비판이 '검찰 탓’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에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사건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반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 말고는,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검찰’을 거론한 것은 "1년 전에 알게 된 사건을 뒤늦게 수사한다"고 비판한 것 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자들은 신속하게 탈당했고, 송영길 전 대표도 해외 체류 일정을 중단한 채 급거 귀국해 한 달 반이 되도록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검찰 탓’을 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은 전혀 없어 보인다.
도대체 민주당이 무슨 '검찰 탓’을 했으며, 앞으로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검찰 탓’은 뭐가 있다는 말인지 한겨레 기사는 근거 제시가 부실하다. 검찰이 민주당이나 당 관계자들에 대해 무슨 짓을 하든 납작 엎드린 채 입 다물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처분에만 맡겨야 한다는 말일까.
오히려 검찰이 노리고 있는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는 충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력의 상당 부분을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응하는 데 쏟느라 원래 해야 할 일을 잘 못하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소위 '검찰 캐비넷’이 두려운지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고 있고,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고된 양곡관리법, 간호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결해 '방탄 입법’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이 검찰의 공격에 위축되어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검찰 탓’임에 분명하다.
한겨레의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 왜곡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민주당의 '새로고침위원회’에서 발간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보고서의 내용도 왜곡해 인용하고 있다.
한겨레는 "시민 참여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는 소제목 아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당원 중심성 회복’(11.9%)은, '팬덤정치와 결별’(23.1%)’을 꼽은 이의 절반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제고를 위한 시급과제’에 대한 설문으로서 △신뢰회복(21.9%) △세대교체(16.4%) △팬덤정치결별(14.9%) △미래지향정책(13.6%) △민생정책전면화(11.0%)의 순이다.
여기에서 한겨레가 지적한 '팬덤정치 결별’이 높은 순위로 꼽히긴 했으나, 이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이면서 장점인 6개 그룹별로 본다면, 민주당의 전통지지층과 중립 그룹에서는 10% 내외의 지적률을 보인 반면,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인 능력주의보수그룹에서만 유독 높은 30.1%의 지적률을 보이고 있다.
즉 '팬덤 정치’ 부분은 반민주당 성향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러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언론사가 반민주당 성향 시민들의 의견이 주를 이룬 지적 항목을 '민심’ 혹은 '대중의 관심’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팬덤정치결별을 꼽은 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폄하한 '당원중심성 회복'은, 이 보고서가 민주당의 '타깃 그룹'으로 지목한 '친환경신성장' 그룹과 '민생우선'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선호를 보이고 있다.
'정체불명 그룹’을 '강성 지지그룹’으로
더 큰 왜곡은 이 보고서에 나와있는 '배타적 개혁우선그룹’에 대한 해석이다. 한겨레는 이 그룹을 아무런 이유없이 '급진적 개혁우선그룹’으로 이름을 바꿔놓고 이들이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과 유사한 성격을 띠는 그룹으로 규정한 뒤, 민주당이 그런 '소수의 큰 목소리’에 좌지우지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상의 '배타적 개혁우선그룹’은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만 강할 뿐 개별 이슈에 있어서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과는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그룹’이다.
이들은 높은 선호도로 △검찰개혁 △노동자 권리 강화 △지방자치제 강화 등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재산세 인하 △이재용 사면 △법인세 인하 △빚내서 집 사게 하는 정책 등을 선호하고, △남녀임금격차 해소 △여성 대상 성폭력 방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복지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동떨어지는 특이한 집단이다.
이 조사를 주관한 이관후 교수는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이 그룹이 "정치 이슈에 민감하지만 여러 이슈에 있어서 민주당 전통지지층과의 일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특이한 집단"이라며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존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룹은 유권자 지형 6개 그룹 중 6.3%의 가장 작은 규모로 민주당 지지층을 대표할 수 없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에서도 34.0% 대 26.2%로서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떤 측면에서도 민주당의 강성지지층으로 치환할 수 없는 그룹이다.
민주당 비난 위해 사용된 '민생’ 레토릭
한겨레는 "민생 우선으로 가치 재정립하라"는 내용을 제목으로 부각시켰다. '민생 우선’을 요구하려면 민주당이 민생을 뒷전으로 미뤄뒀다는 근거나, 민주당이 시급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민생 문제 등이 예시로라도 거론돼야 하겠는데 기사 본문에서 이 '민생’에 관한 언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용도 없이 '민생’이 민주당을 비난하기 위한 레토릭으로 사용된 것이다.
기사에서 단 하나 언급한 것은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가령 20~30대 저소득 남성이 많은 '반권위·포퓰리즘’ 그룹과 지방 비정규직 여성이 많은 '민생 우선’ 그룹은 '월세 지원’을 매우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지만, 민주당의 관심은 청년 주택 구입 지원과 부동산세 인하였다"라고 한 부분이다.
민주당이 '청년 주택구입 지원과 부동산세 인하’에만 관심을 가지고 '월세 지원’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는 한겨레의 시각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월세 지원을 담고 있는 '주거급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관심사안이었고, '주거급여 확대’는 작년 대선 이재명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으며, 국회 의안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거급여 확대 법안’은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어 처리되어 왔다.
또한 '새로고침위원회’가 조사한 '민주당 대선·지선 공약 중 가장 시급하게 시행하기를 원하는 공약’ 순위에서 한겨레가 예시한 '반권위·포퓰리즘’그룹과 '민생 우선’ 그룹은 6개 그룹 중에서 '민생활력’ 부분을 선택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반면, 기본소득·기본금융, 기본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특징적으로 높았던 그룹이다.
민주당은 과연 '민생'을 외면하고 있을까?
'민생'이라는 부분에 있어 '충분함'이라는 개념이나 기준은 있을 수 없을 것이고, 민주당이 민생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가 "민생 우선으로 가치 재정립하라"는 훈수를 하려면 나름의 기준은 제시해야 한다. 달랑 '월세 지원' 하나만 예시하면서 '민생 우선'을 요구하는 것은 근거가 너무 허약하며, 그나마 타당하지도 않다.
오늘(12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민생 추경 35조원'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고금리 피해 회복, △고물가 에너지 부담 경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민생 추경'은 올해 초부터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장 최근의 본회의에서 통과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인중개사법, 노인복지법,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 개정안의 '민생 법안'들은 모두 민주당 주도로 발의되어 처리됐다.
한겨레가 매우 높은 비중으로 인용한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반민주당 정서가 뚜렷한 '능력주의 보수’ 그룹에서 '민생활력’ 공약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그룹이 민주당이 민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뒤 이 공약을 선호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들은 어쩌면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를 통해 민주당을 접한 결과로 '민생 활력’ 항목을 1순위로 꼽았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한겨레와 같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민주당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기존 언론들의 혁혁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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