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공로자회 임종수 현 회장, 백의종군 선언해
“‘가짜’ 걸러내는 일이 급선무” 인터뷰 내내 강조
"가짜들이 5.18정신 훼손하고 극우세력에 빌미"
“42년 ‘5월의 역사’에서 가장 참담한 심정으로 먼저 가신 5월 영령께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서 고백합니다.”
지난 1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는 ‘5.18 가짜유공자 척결투쟁위원회’라는 한 낯선 시민단체의 기자 회견이 열렸다. 모인 사람들은 연로한 5.18유공자 등 서른 명이 채 안됐고, 취재 나온 기자들도 거의 없었다. 초라한 기자 회견이었다.
그들의 외침은 그렇게 초라하게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광주에서조차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가짜 유공자’ 문제를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제기하는 기자 회견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임종수 회장이 오는 12월 17일로 예정된 회장선거에서 두 번째 출마를 포기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가짜’를 걸러내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 금남로에 섰던 그날의 각오로 반드시 5.18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그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5.18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지 등에 대해 묻고 대답했다.
- 그동안 ‘가짜 유공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드문드문 떠돌기는 했다.
“솔직히 말하면 광주에서도 ‘가짜’ 문제에 대해서는 쉬쉬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은 ‘가짜’들이 5.18정신을 훼손한다는 사실이다. 사익에 눈이 어두워 선을 넘은 몇몇 사람들이 ‘일베’ 등 극우세력에게 빌미를 주고 있지 않은가. 사실 문제 제기가 많이 늦었다고 본다. 늦은만큼 더 치열하게 ‘가짜’들과 싸워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 이제 와서 ‘가짜’를 가려내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반발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터무니 없는 얘기지만 내부 총질이라고 음해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다.”
- 그동안 찾아낸 ‘가짜’ 사례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가.
“가장 흔하고 광범위한 유형으로는 ‘허위 인우 보증자’와 ‘부정 승급자’를 들 수 있다. 이 두 유형은 전수조사만 하면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
- ‘가짜’ 문제는 언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나.
“이무헌-이정호 형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형제가 ‘가짜’ 문제의 시작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핵심에 있다고 본다. 형 이무헌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5.18구속부상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가짜 유공자를 만든 혐의로 2000년 구속되어 1년 6개월의 징역을 산 사람이다. 이정호는 형의 도움으로 5.18유공자 2명의 인우보증을 받아 2002년에 유공자가 됐다.”
- 그 사람은 유공자 신분을 언제까지 갖고 있었나.
“세월이 흘러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2018년 10월 11일 광주지방 검찰청 앞에서 이정호의 인우보증을 섰던 당사자 2명이 “5.18 당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거짓 보증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도 이정호는 몇 년 뒤 5.18구속부상자회 복지사업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다. ‘가짜’의 역사가 이렇게 길다.“
- 임 회장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 재출마를 선언하자 광주의 시인 김준태 선생이 “임종수를 돕기 위해 나도 대의원출마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들었다.
“그런데 내가 다시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선생도 출마하지 않으시겠다, 그렇게 다시 번복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그저 짐작해볼 뿐이고... 선생의 심중을 헤아려 볼 뿐이다.”
임 회장은 1980년 12월 9일, 동지들과 함께 광주 미문화원에 불을 질렀다. 전남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그는 전두환의 광주시민 학살을 용인 혹은 지원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방화 사건의 주범이 됐다. 그 사건으로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말도 많고 눈물도 많다. 말이 많은 것은 세상을 향해 할 말이 많아서일 것이고, 또한 눈물이 많은 것은 어떤 원통함이 여전히 가슴 속에서 사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사와 관련된 통화를 하던 중에도 한번 울먹였다. 그는 1959년생이다.
임종수 회장 “12월 17일 공로자회 회장선거는 적폐와의 싸움”
“내가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2대 회장 선거(12월 17일)를 앞두고 있다. 겉으로는 일반 단체의 회장선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모씨가 지원하는 쪽과 적폐청산을 외치는 쪽과의 ‘치열한 전쟁’에 다름 아니다.
나는 지난 11월 20일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모씨 세력의 비리 척결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다. 그 전날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 전자투표를 배제하고 현장투표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5명의 선관위원 중 일부 위원이 전국에 산재한 1300여 회원들의 투표소를 3개로 제한하고 투표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축소해버렸다. 이로써 서울, 경기, 인천, 충청남북도, 대전, 세종 등 7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수도권 교통이 혼잡한 토요일에 서울 종로구 투표소까지 이동하여 투표해야 하는데 이는 고령 회원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구와 경상남북도, 부산, 울산, 강원도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토요일에 대구까지 가서 투표하고, 광주와 전남북, 제주도 거주 회원들도 광주 투표소 1곳에서 투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장과 집행부를 배제한 채 사전에 작성된 대의원 후보추천서, 입후보 접수증, 선출공고 서식 등을 원안대로 확정해서 이날 한국일보에 선거공고문을 게재하는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법원에서 파견한 변호사들까지 좌지우지하는 이모씨의 횡포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선관위가 열렸던 곳은 5.18기념문화센터 1층 옛 구속부상자회 사무실이다. 5.18예우법에 따라, 이곳 구속부상자회 사무실은 공로자회가 인수받아 사용할 공간인데, 이모씨가 지난 4월 1일 밤 사무실 칸막이를 부수고 옆방 부상자회 사무실로 병합시켜버렸다. 이 사건으로 이모씨는 광주시청의 형사고발로 검찰에 송치됐다. 얼마후 칸막이를 다시 복원하고 이 방에 ‘공로자회 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유령간판을 내걸고 현 공로자회 집행부를 방해하는 공로자들을 입주시켰다.
나는 선관위 첫날 위원장에게 인사차 들렀다가 반대측 회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날도 여지없이 이모씨가 나타나 “이 방에 있는 가구와 컴퓨터는 내가 산 것들이니 성질나면 전부 가져가버리겠다”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모씨는 늘 10여명의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다닌다. 이들에게 잘못 걸리면 욕설과 구타 등 봉변을 당한다. 이런 무력시위는 관공서와 언론사, 각종 행사장에서도 상당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공로자 회원 정모씨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글을 단톡방에 올렸다는 이유로 그녀가 근무하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중징계를 요구하는 어이없는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나는 지난 3월 공로자회 공식출범 이전에는 이모씨의 사주를 받은 집단폭력에 시달렸고, 4월 회장에 공식 취임한 뒤 8개월동안 이모씨측 공로자들의 선거 불복에 따른 비방과 이사회 반대, 직무정지 가처분, 징계 등 방해 책동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5.18단체의 내부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일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항쟁 이후 수십년 세월이 지난 지금, 내부의 썩은 살은 도려내고 고름은 짜내야 할 때가 아닌가.
5.18이 이 나라의 정치와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수 적폐세력이 5.18의 본질을 훼손하고 부당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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