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미 관장 "성희롱범이 고위 직책 맡고 있었다"
5·18단체 회원 3~4명도 명예훼손으로 고소 준비
이태원 유족 맞아 "국가폭력에 자식 보낸 아픔 공유"
전두환 손자 사과…"엄마로서 위로, 영웅시는 안돼"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최근 이정호 전 5·18부상자회 복지사업본부장을 성희롱으로 고소했다.
김 관장은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이 도덕과 윤리가 특히 요구되는 공법단체인 5·18부상자회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은 개탄할 노릇”이라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김 관장은 지난달 2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형미 관장은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부 5·18 단체 임원과 특전사동지회가 지난 2월 19일 개최한 <5·18 민주화 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 행사에 대해 처음 “가짜 화해 정치쇼”라고 공개 비판하며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김 관장은 지난 1월 10일 5·18부상자회 이 모 씨가 이 전 본부장을 비판하는 글을 퍼다 5·18유족회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그러자 이 전 본부장은 다음날인 11일 무려 3시간에 걸쳐 일상적 욕설은 물론 신체 특정 부위를 섞은 욕설까지 문자로 보냈다. 그런 문자는 모두 수십여 건에 이른다.
충격을 받은 김 관장은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김 관장이 고소를 망설였던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특히 일부 5·18단체들의 기만적 <대국민 선언> 행사 이슈가 생기는 바람에 다른 데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김 관장은 “인맥이 이리저리 얽힌 지역사회에서, 더군다나 상대방이 5·18단체 간부 출신이니 고소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그래도 ‘5·18 가족’으로서 지켜야 될 선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신앙인으로서 양심의 문제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소를 당한 이 전 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도 김형미 관장에게 4차례 욕설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캡처해서 보내달라고 했지만 지워졌기 때문에 포렌식 작업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전 본부장은 업무상 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약 6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특히 알선수재로 5년 6개월의 형을 살았다. 3개월 전쯤 5·18부상자회 복지사업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모 5·18단체 회원 3~4명도 이 전 본부장을 이달 중에 욕설 등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미 관장 인터뷰]
김형미 관장은 통화하기기 무척 어려웠다. ‘진실 버스’를 타고 광주로 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고, 언론의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 씨 관련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전화가 연결된 건 김 관장이 광주와 전남 지역의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던 늦은 저녁이었다. 김 관장은 유족들을 극진히 맞이하고 정성을 다해 배웅했다고 했다.
김 관장은 유족들의 아픔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김 관장에게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뛰어 들었다가 부상을 입고 투병 끝에 세상을 뜬 오빠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치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특히 어머니들과는 국가 폭력으로 자식을 하늘로 보낸 아픔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김 관장은 “유족들에게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확실하게 규명되는 날까지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 씨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좀 달라졌다. 전우원 씨의 아버지인 전재용 씨를 비롯, 전재국·전재만 씨 등 형제들과 이순자 씨가 여전히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데 손자의 독단적인 사과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우원 씨의 ‘사과 행보’가 자칫 전두환 씨 일가에 대한 면죄부로 비쳐질까 걱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용서라는 단어가 쉽게 나와서 안 됩니다.”
김 관장은 전우원 씨의 용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전두환 씨 일가 중에 전우원 씨 같은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다만 “그를 영웅시한다든지 쉽게 용서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탄치 않았던 그의 가족사를 보면 어머니의 입장에서 얼마든지 위로하고, 얼마든지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김 관장은 “전우원 씨가 ‘광주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며 “한국 현대사 속의 5·18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 얘기는 앞서 말한 일부 5·18 단체 임원과 특전사동지회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 행사 등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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