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어머니집 등 규탄…행사 저지 대책위 긴급 구성
"5·18 '포용과 화해와 감사' 선언은 가짜 화해 쇼"
"진정한 화해는 가해자의 진실 고백에서 시작해야"
또 5·18 이용… "3개 단체 집행부와 윤 정부 야합"
강기정 광주시장, 이용빈 민주당 의원은 불참할 듯
일부 5·18 단체 임원들과 특전사동지회가 오는 1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민주화 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 행사를 열고, 같은 날 5·18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기로 하자 오월어머니집 등 다른 5·18 단체와 광주 시민사회가 “진정성 없는 가짜 화해 정치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위(위원장 이충영, 부상자)도 13일 긴급하게 꾸려졌다.
오월어머니집(관장 김형미)은 13일 저녁 <5·18영령을 기만하는 ‘가짜 화해 정치쇼’를 즉각 중단하라!>는 규탄문을 냈다. 오월어머니집은 규탄문을 통해 “(행사에 참여하는) 5·18단체 일부 임원과 특전사동지회에 대해 국민과 5월 영령들을 기만하는 정치쇼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가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이 발포 명령과 암매장의 진실도 밝히지 않는데 화해와 용서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가해자들의 고백과 사과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전사동지회에 대해서도 “전두환과 함께 광주 시민을 학살한 정호용이 초대 회장인 단체”라며 “광주학살이 일어난 지 43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이들 학살 주범들의 입에서 진실을 고백한 적이 있었던가? 광주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오월어머니집은 ▲이번 행사를 주도한 일부 5·18단체 임원들은 회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처럼 기만적인 정치쇼를 벌인 데 대해 그 저의를 밝히고 사죄할 것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이용빈 국회의원은 국민과 5월 영령을 기만하는 정치행사에 불참할 것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를 비롯한 회원들은 광주학살의 진실을 밝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앞장설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특전사동지회 초대 회장이 정호용인데 특전사들이 피해자 행세를 한다면 언젠가는 광주시민은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며 “(국민과 광주시민들이) 제발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명령을 받고 수행한 사람들이 어떻게 피해자가 될 수 있느냐”는 말도 했다.
이날 오후 늦게 긴급히 꾸려진 대국민선언저지대책위원회도 ‘행사 반대’에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직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활동 중이고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인데, 진상 규명도 없이 누구를 용서하고 누가 화해를 한다는 말이냐”고 질문했다.
이어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보훈처의 움직임도 바뀌었다”며 “공무원이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저런 (행사의) 취지를 권유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올해는 몇몇 어머니들을 접촉하여 저 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우리는 (행사를) 정치권의 필요와 5·18 3단체 집행부의 야합, 윤석열 정부와 3단체의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이런 식의 야합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들과 지역사회의 극한 분열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5·18 이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대책위는 “43년이 지나는 동안 숱하게 정치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해야했다”는 자기 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다시는 허수아비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가짜 유공자 척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대책위는 “비록 기력이 빠지고 병든 몸이어도 아직 우리에게는 눈빛 형형한 수백 명의 늙은 투사들이 남아있다”면서 ‘새벽 광주의 마지막 방송’을 떠올리는 것으로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저 말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고, 저 말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저 말을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 폭도가 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부디 우리를 잊지말아주십시오. 1980년 5월 27일 새벽의 마지막 대시민방송입니다.”
이충영 대국민선언저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화해하는 장면을 보이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정치 연출에 불과하다”며 “언젠가 우리가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을 초청하여 언론의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아파봤기에 당신들(군인들)의 아픔도 이해한다”는 말도 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도 이날 <진정한 대국민통합은 5·18 진상규명이 먼저 -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는 진상 규명부터 나서라>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추모연대는 “(특전사동지회는) 80년 5월 광주시민을 군홧발로 짓밟았던 3공수, 7공수, 11공수 등 특전사 예비역들의 단체로, 5·18 광주학살을 통해 전두환의 정권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호용 특전사 사령관이 초대회장이었던 단체”라면서 “그날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하고 폭력을 휘둘렀던 군인들 중에 처벌 받은 자는 있는가? 4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광주의 오월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조차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누구를 용서를 하고, 누구와 화해를 하며, 누구에게 감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추모연대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려면 올바른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며 “특전사 동지회는 먼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거짓 없이 온 국민 앞에 밝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특전사 단체 방문을 주도하고 있는 5·18 공법 3단체에게 묻고 싶다”며 “아픈 역사를 모조리 무시한 채 오월 당사자들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일을 무리한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왜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대국민 공동선언은 올바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위이며, 이것은 오히려 5월 학살자들에게 부역하고 있는 행위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추모연대는 5·18 공법 3단체와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에 ▲오월정신을 해치고 올바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5·18민주화운동 용서와 화해 그리고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 계획 즉각 폐기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는 지금이라도 1980년 진실을 밝히는 일에 앞장설 것 ▲지워지지 않는 피 묻은 군홧발로 신성한 묘역을 짓밟지 말고 국립5·18민주묘지,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 참배 계획을 철회할 것 등을 요구했다.
5·18 관련 단체의 회원 단톡방 등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범태 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많은 5·18 동지들이 이번 행사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인지하고 주관하는 당사자들이 고민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부상자 김일권 씨는 “포용과 화해는 지금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먼저 가신 오월 영령들에게 사과조차 없는데 화해를 이야기 하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썼다.
광주전남 민주화운동 동지회 장헌권 상임대표는 “지금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 서둘러서 이런 일(행사)을 하는 것은 광주 시민은 물론이지만 트라우마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원 김준영 씨는 “우리가 먼저 눈물을 흘리고 우리가 먼저 용서와 화해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부상자 한광진 씨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화합하자는 것은 윤 정부의 대일 외교처럼 굴욕적인 행위”라며 “(가해자가)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난 후 화합이 성립 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3단체장들(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을 향해 “진정한 화합이 무엇이고 우리 유공자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더 심사숙고 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행사 당일의 프로그램에는 ‘격려사 및 축사 예정자’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 지사의 이름이 올라 있다. 국회의원으로는 이용빈, 성일종, 정운천, 양향자 의원 등의 이름도 보인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이 행사를 문제삼자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용빈 의원 등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정운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용빈 의원은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무소속이다.
이날 행사에는 군 출신 인사들도 다수 참가한다. 특전사동지회의 최익봉 총재, 전상부 회장, 박지양 사무총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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