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셋째주 키워드] 3년만에 입장 180도 바꿔
문 정부 땐 ‘증원 반대’ 윤 정부 땐 ‘불가피한 선택’
조선 ‘의대증원,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이라더니
이-팔 전쟁 관심 지속…유튜브로 ‘갈등 뿌리’ 학습
윤석열 ‘민생 이슈’로 국면전환 시도…언론평가는?
우리나라 의사수 부족과 공공의료 부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OECD회원국 평균 3.7명보다 크게 낮고, 멕시코 2.5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별 의사 편중도 심각해 일부 지역에서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10년 넘게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풀어 매년 4백명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2025년 의대 정원을 4천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보다 10배나 더 큰 규모의 증원이다. 그러나 의사단체의 반발은 3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삭발과 파업으로 극한의 정권퇴진 투쟁까지 벌였던 의협의 최근 반응은 단지 ‘부정적’인 정도다. 의협의 태도가 3년전과 확연히 달라진 이유를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여론을 만드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선, 중앙 등 기득권 언론들은 의사협회의 입장을 연일 크게 보도하면서 의대 증원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외국보다 의사 부족한 건 맞는데, 왜 의협은 화가 났나’(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2020.7.24.) ‘코로나 와중에 의대 증원 평지풍파 일으켜야만 했나’(조선일보, 2020.8.27. 사설) 등 조선일보 기사나 사설이 당시 조중동 주류 언론의 논조였다.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가 게재한 ‘의사 정원 확대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 제목의 기고문(2020.9.2.)은 압권이었다. 코넬대 정책학과 소속의 한국인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의사는 성직자가 아니다, 억지로 원치 않는 곳(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는 그곳에 오래 남을 가능성이 낮고 열심히 일할 가능성도 낮다’는 신박한 논리로 의대 정원 확대를 ‘무지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똑같은 의대 증원을 윤석열 정부가 말하자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찬성으로 돌아섰다. 조선일보는 ‘의대 정원 확대 불가피, 현실 안맞는 의료 수가도 함께 개선해야’(2023.1016, 사설), ‘의사 부족으로 환자 큰 고통, 국민·의사 윈윈 방안 찾아야’(2023.10.18.) ‘서울 아니면 치료 못받아, 10위권 경제 국가서 나올 말인가’(2023.10.20. 사설) 등 이틀에 한 번씩 의대 증원 찬성 사설을 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이 윤 정부에서는 ‘10위권 경제 국가에서 꼭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중앙일보도 ‘의대 정원 확대, 불가피한 선택이다’(2023.10.16.사설), 동아일보도 ‘의대 큰 폭 증원...미용의료 쏠림, 의대 블랙홀 대책도 내놔야’(2023.10.16. 사설) 라며 호응했다. 이런 사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사들도 여러 건 쏟아냈다.
조중동을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주류 언론들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식의 보도를 해온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말바꾸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말바꾸기를 ‘두개의 혓바닥’으로 비유했는데,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언론이 ‘두개의 혓바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고 위안이다.
겨우 3년 만에 혓바닥을 바꾸려니 언론 스스로도 멋쩍었기 때문이었을까? 지난주 ‘의대 증원’ 이슈는 언론에서보다는 SNS와 커뮤니티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 많이 언급됐다. SNS에서는 ‘의사’ 키워드의 언급량 순위가 224단계나 급증했고, 커뮤니티에서도 ‘의대’ ‘의사’ 등이 갑자기 언급량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언론 뉴스에서는 언급량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지만, 호의적 언론보도에 힘입어 ‘의대정원’ 연관어 긍부정어 분석에서는 긍정이 65%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은 언론과 디지털 플랫폼 모두 주요 이슈로 자주 언급됐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1위는 ‘이스라엘’이었고 ‘하마스’‘가자지구’도 10위권에 들었다.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에서도 이 키워드들은 여전히 높은 순위의 관심 키워드였다.
유튜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관련 콘텐츠가 특히 많이 유통되는 플랫폼이다. CNN이나 BBC 같은 글로벌 매체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현장이 라이브로 보도돼 높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폭격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씩 목숨을 잃고 있는 민간인들, 특히 고립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 받는 모습도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중동에서 아랍민족과 유대민족 간 갈등의 역사와 뿌리를 설명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크게 늘었다. 전통 언론매체가 보도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에 관한 단편적인 뉴스, 이스라엘·미국 편향적인 뉴스, 전쟁을 부추기는 한국의 일부 극우언론의 뉴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디어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시작된 국회의 국정감사가 이번주에 후반부에 들어가며 마무리된다. 이번주 남은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윤석열 정부 1년의 문제점을 얼마나 잘 파헤칠지 관심을 끌 것이다. 지난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언제나 옳다’며 민생 이슈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언론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비판할지, 디지털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여론을 만들어갈지 지켜봐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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