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수입 늘었다며 '핵 오염수 괴담' 비판

야당 선동에 넘어간 열성 지지층의 몰상식으로 매도

수산물 소비 세계 1위 이유 등 무시한 단순한 결론

<"참돔, 일본산도 맛있어"… 오염수 괴담 1년도 못 갔다>

조선일보 20일자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류를 시작한 지 오는 24일로 1년이 되는 것을 앞두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손님들이 북적인다며 ‘방사능 괴담’ 따위는 완전히 잊은 듯한 분위기였다고 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난해에 “정치권에선 후쿠시마 방류를 두고 ‘핵 폐수’ ‘세슘 우럭’ 같은 자극적인 구호로 반일(反日)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하며 이 때문에 전국의 수산시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9일 조선일보 기자가 찾아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수십 명의 손님들이 광어, 참돔 등 생선이 헤엄치는 수족관을 구경하며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북적인다'며 쓰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년간 정부는 일본 수산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4만4000회가량 실시했지만 기준치에 근접한 결과는 한 건도 없었다”는 결과를 후쿠시마 등 일본 수산물 안전의 ‘확실한’ 근거로 내세운다. 나아가 “국산보다 일본산이 맛이 좋은 어종(魚種)이 있다” “괴담 따위에 개의치 않고 맛있는 일본산 생선을 사서 먹는다” “참돔은 국내산보다 일본산이 훨씬 쫄깃하고, 일본산 줄무늬전갱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일본산 생선 홍보까지 한다.

한국경제의 <“오염수 괴담 퍼뜨리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日방류 1년, 방사능 없었다> 매일경제의 <"오염수 괴담 더는 안 속아"…'일본산 참돔' 없어서 못 산다>도 비슷한 내용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을 '괴담'으로 규정하면서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20일자 기사.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을 '괴담'으로 규정하면서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20일자 기사.  

이같이 이날자에 동시에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비판 기사가 나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수산무역협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물수출정보포털이 통계를 공개한 것을 언론들이 받아 쓴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 8106t이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 직전인 작년 상반기(1만 5994t)보다 13.2%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으로 2017년(1만 8399t) 이후 최고치다.

언론들은 이를 후쿠시마 괴담을 이겨내고 수산물 수입과 소비가 정상화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도 빌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괴담을 살포한 정치권과 이를 무작정 지지한 열성 지지층이 얼마나 국민 보편 상식과 괴리돼 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었다”고 해 지난해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열성 지지층'이 '무작정 괴담을 지지'한 것으로 단정한다.

이들 언론들의 주장대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늘어난 것을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들 기사는 스스로 다른 중요한 사실을 얘기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엔저 효과라는 것이다. 슈퍼 엔저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단가가 지난해 상반기 ㎏당 5.88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당 4.56달러로 낮아진 것이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어떻든 간에 '괴담'에 무게를 두고 싶어하는 듯하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후쿠시마 괴담 영향 때문이었지만 이런 괴담에 따른 감소 추세는 지속되지 못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입량은 증가세로 반전한 것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은 한국 국민들의 '양식의 승리'였다는 식이다. 조선일보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60대 손님의 “세상에 어느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그런 생선을 수입해서 먹이겠느냐”는 말을 인용해 1년 전 야권의 ‘방사능 생선’ 주장을 반박한다.

다른 신문들도 "정치권이 제기하는 루머나 괴담의 영향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방류 직전 ‘오염수 투기는 방사능 테러’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걸고 시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범벅 물고기’ ‘세슘 우럭’ 등 "선동을 되풀이했다"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적잖은 전문가들이 제기한 주장을 아예 ‘선동’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보도들의 1년 만의 재연이다. 당시 정부는 IAEA의 결론에 대해 반론이나 의문을 제기하면 괴담이라며 유언비어 대하듯 단속령을 내렸다. 가짜뉴스 신고 센터까지 설치해 처벌하려고까지 했고, 다수의 언론은 이를 충실히 중계 보도하면서 뒷받침했다. 과학적 결론이니 오로지 믿으라는 바로 그 주장이야말로 사실은 진짜 '괴담'인 것에 대해 지적하는 언론은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야당이나 일부 매체들의 주장 이전에 조중동 등 매체들 자신의 보도들이 불과 몇 년 전에는 같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 스스로 '괴담' 주장을 폈었다. 이들 언론은 2021년 4월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인류 위협’ ‘방사능 공포’ ‘바다의 독극물’ ‘인접국 불안’ ‘철회해야’ ‘일본산 생선 먹어도 되나’ ‘한중우려 무시’ 와 같은 보도들을 쏟아냈다. 스스로 괴담으로 몰아붙여야 할 주장들이었다. 

조선일보는 당시 ‘방사능 논란에도…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나 주변국에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일본 정부를 ‘무책임을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또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ALPS로 처리해도 인체 내부에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배출한다지만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일, 끝내 바다에 오염수 방류키로…방사능 공포 커지는 한국’ ‘바다에 독극물 쏟아부어…한반도 침략, 제주 울산 강원 분노’ 등의 '괴담' 기사를 쏟아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일본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공모’하고 있다는 제보를 <더탐사(현 뉴탐사)>와 함께 연속으로 보도했다. 이 제보에 대해 민들레가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제보 내용이 갖고 있는 정보의 긴급성과 중대성 때문이었다.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긴급하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오염수의 실태와 검증 등에서 확인하고 공개해야 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도쿄 전력 등에서는 극단적인 불투명성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의 정보는 그만큼 극히 제한되고 있던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도였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늘고 노량진 수산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섭취량 1위 국가로 꼽힌다는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식습관은 단기간에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해서 오랫동안 즐겨 먹어온 것을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수산물을 먹는다고 해서 후쿠시마 오염 우려를 완전히 지웠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대기가 오염됐다고 해서 도시를 쉽게 떠날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한 이유다.

한국 국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불안에도 일본 수산물을 찾는 이유는 명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등의 괴담론이라는 명쾌하고 단순한 결론은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의 비약과 모호함과 대조된다.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은 그것이 극소 미미한 확률이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며 돌이킬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빠져 있다. 

한국 국민들이 수산물 소비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는 수산물을 끊는 것에 비해 상식적인 이들이 갖는 불안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을 끊는 것은 그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더 적지 않을 듯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