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 잃고 부끄러움 국민 몫"…현 정부 책임 분명히

이낙연도 "잼버리 처참하게 끝나…국가 곳곳 구멍"

정부‧여당 '전 정부 탓' 격화에 정면 대응 나선 듯

민주당 "대통령 사과와 총리 사퇴, 국정조사 요구"

국힘은 여전히 책임 전가…대국민 선전전에 총력

"망칠뻔한 대회를 윤석열 정부가 수습, 유종의 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6일 짐을 꾸리고 있다. 2023.8.6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6일 짐을 꾸리고 있다. 2023.8.6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린 뒤에도 정부‧여당의 '전 정부 탓' 공세가 더욱 격화하자 마침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현 정부 책임'을 분명히 하며 윤석열 정권에 정면 대응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총리의 사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그나마 수습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전 정부와 전라북도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3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면서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하여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되었다"고 탄식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디 이번의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며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 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들과 후원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세계 잼버리가 처참하게 끝났다. 국민께는 보람이 아니라 상처가 남았다"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나라로 키웠다는 국민의 성취감이 허물어졌다. 어떤 국제행사도 거뜬히 성공시킬 수 있다는 국민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국가의 곳곳에 구멍이 뚫려 여기저기 바스러지려 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사회 전반에 안개처럼 퍼졌다"고 개탄했다.

이 전 대표는 "큰일이 터졌을 때마다 그래왔듯이, 윤석열 정부는 수사와 감사를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그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태세와 능력, 지도자들의 자세와 역량을 점검하고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각종 행사 준비를 주도했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정부가 먼저 나서 전 정부를 탓하고 정부 안에서도 서로 책임을 미루며 이제와 '유종지미'를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그러니 대통령, 국무총리, 3명의 장관, 경찰, 소방, 공공기관, 기업, 방송사까지 대한민국 모든 가용자산을 총동원해 만든 'K-POP 콘서트'를 두고 '한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대회를 수습하려는 노력으로 K팝 콘서트를 열었고 급조된 K팝 콘서트가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냈다'는 외신의 비판을 듣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십억에서 수천억의 세금을 들이는 국가행사, 국제행사의 결과가 반목과 질시, 서로를 탓하고, 책임을 미루고, 공을 내세우며 '정신승리'하는 것이라면 국가는 왜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행사를 그럴듯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보다 더 반성해야 할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은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8.1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8.13. 연합뉴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 사태는 준비 부족, 부실 운영, 책임 회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의장은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한 행사라며 전 정권을 소환했지만, (개최지를) 새만금으로 결정한 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였다"고 짚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야영지 매입 등 인프라를 닦았고, 대회 운영 준비는 윤석열 정부의 과제였다"며 "총경비 1170억 원 중 전 정부 시기인 2021년에 156억 원,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398억 원, 올해 617억 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 조직위, 전라북도의 책임을 규명하게 해야 한다. 잼버리 실패를 교훈 삼아 부산 엑스포 유치에 걸림돌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과 이전 정부가 잘못하고 놓친 게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윤덕 의원이 먼저 유감과 사과 의사를 표했으면 좋겠다"면서 "그건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우리 국민과 전라북도 도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새만금을 찾아온 세계 150여 개국 4만 3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새만금 잼버리가 변칙 운영되면서 본의 아니게 고생한 수많은 관계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새만금 잼버리 문제는 스카우트에 대한 무지, 준비 과정에서의 무능·무관심의 결과물"이라며 "신속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올바른 시비를 가려내야 한다. 어떤 점에서 준비가 미흡했는지, 예산은 과연 적절하게 편성되고 취지에 맞게 집행됐는지, 정부와 전북도 그리고 조직위원회 간 의사 결정과 운영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냉철하게 밝혀야 한다. 저 역시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 대회 진행 과정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있다. 2023.8.13.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 대회 진행 과정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있다. 2023.8.13. 연합뉴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제대로 된 현장 점검과 사전 대비 없이 막무가내로 대회를 밀어붙이더니 국제적 논란이 되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점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으로도 부족해 공공기관 직원까지 차출하고, 정부 연수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종교시설까지 끌어다 쓴 점 ▲급조한 케이팝 콘서트를 위해 전시에 물자 징발하듯 BTS 등 케이팝 스타들의 출연을 강요하고 콘서트장도 전주에서 서울로 급히 바꾼 점 등을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 사례로 꼽았다.

김한규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잼버리 대회의 성공적인 주최를 자신하던 것은 정부 인사들이었다"며 ▲2022년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대회 준비가 부실하다고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다 준비됐다고 자신했던 점 ▲2023년 5월 17일 한덕수 총리는 직접 새만금 현장을 방문해 "정부지원위원회를 주재하며 꼼꼼히 챙겨왔다"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또 "정부가 의지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 행사였다"면서 "영국과 미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며 각종 문제를 지적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냉방버스 262대와 그늘막 69동을 설치하고, 청소 인력을 70명에서 1400명으로 늘렸다. 정부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안 했던 것인데 이래도 민주당과 전 정부 때문인가?"라고 따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페이스북

그러나 집권여당은 변함없이 잼버리 대회 파행이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 책임이라며 정치 공세를 오히려 더 강화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망할 뻔한 대회를 겨우 수습해 그나마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강변했다. 정부‧여당 책임론이 훨씬 강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대국민 선전전에 전력투구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실제 현장을 책임지고 예산집행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전‧현직 전라북도지사의 부실 준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집중 지원과 민간기업을 포함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대회 유치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7년 8월이다. 그 후 문재인 정권과 전북도는 매립과 기반 시설 확충, 편의시설 등 대회 준비를 위해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로 인해 망칠뻔한 잼버리를 윤석열 정부가 총력을 모아 겨우 수습해놓았는데, 민주당이 '정부가 친 사고' '국민 혈세' 운운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더욱 볼썽사납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대회 준비 기간 중 절반에 해당하는 2년 5개월이나 국무총리였는데 그동안 뭘 했나?"라고 역공했다. 또 "이제부터 과연 사고는 누가 쳤는지, 국민 혈세는 다 어디로 샜는지 명명백백 밝혀내 지위고하, 소속을 막론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회 유치가 확정된 2017년 8월 이후 약 5년간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부지 매립과 배수 등 기반 시설, 편의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잼버리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전북도와 민주당의 부실한 준비로 인한 사태 수습에 들어간 돈을 가지고 트집을 잡으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 논리라면 '뻘밭 대참사'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소방수'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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