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대행진, 8·15 범국민대회 등 열려
일본서 오염수 항의한 대학생도 참가
"한일 시민들 오염수 반대 의사 확인"
8·15 노동자대회, 범국민대회도 개최
"윤석열 정부, 공공요금 약탈적 인상"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시도 중단하라"
촛불 시민들이 12일 잼버리 사태로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드러내고, 국가 망신을 초래한 윤석열 정권에 대해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지하철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52차 촛불대행진 집회에는 7000명(촛불승리전환행동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태원도, 잼버리도 정부는 없었다"
촛불 자유발언대 무대에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감사를 맡았던 전수미 변호사가 올랐다. 잼버리가 열린 전북 부안군 새만금 현장을 직접 다녀온 전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 나왔다"고 연단에 오른 이유를 밝혔다.
전 변호사는 "압수수색, 구속영장, 정치표적수사, 윤석열 정부의 별명은 '압구정'으로 압축할 수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압구정 행태는 잼버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정 아이돌을 데려오기 위해 카카오그룹 창업주를 압수수색했다. 원래 참여할 수 없었던 케이팝(K-POP) 아이돌은 갑자기 방향을 돌려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전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는 스카우트 대원에게 못된 짓을 했다. (대통령이 참석했던) 잼버리 개영식뿐만 아니라 폐회식을 위해 새벽잠을 없애고 힘들게 몇시간 걸려서 오게 했고, 입장하는 데 몇시간 걸려 기다렸다. 비옷을 입고 대기했다"며 "케이팝 아이돌에 관심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폭력이었겠는가"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개영식 현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뻘건 얼굴로 다 끝나갈 시간에 나타났다. 기업인들과 술을 마신 거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뙤약볕에 몇시간 걷고 대기하고 몸수색까지 당한 아이들은 열사병에 쓰러져 가는데도, 소방당국이 멈추라고 하는데도, 대통령 내외가 왔으니까 행사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언론 보도가 안 됐는데, (사회자가) '스카우트 대한민국 격을 높이신 분이 여기 계신다. 그분은?'이라고 하니까 대통령 자기인 줄 알고 일어났다"며 "그게 한국 스카우트 명예회장 소개였는데 대통령이 일어났다가 5만 명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앉아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은 물웅덩이가 고여 있고 모기가 들끓고 학생들은 열사병에 쓰러지고 제대로 된 그늘막도 없고 화장실 냄새가 나서 갈 수가 없고 아이들이 본 대한민국의 모습은 처참했다. 그런데도 15개월이나 된 윤 정부는 전정권 탓을 한다"면서 "이태원 참사부터 잼버리 파행까지 이 모든 게 누구 책임인가. 힘을 모아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야단법석 시국법회를 이끌고 있는 진우 스님도 발언대에 올랐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진우 스님은 지난달 31일 동국대 교법사직 해임 통지를 받았다. 그는 "윤석열 정권에 면죄부를 준 조계종의 승려로서 참회드린다"며 시민들에게 먼저 절을 올렸다.
이어 "윤석열은 위패도 없고 영정도 없고 근조리본을 거꾸로 달게 해서 가짜 분향소를 만들어서 6번 '조문 쇼'를 했다. 조계종 자승은 면죄부라도 주듯이 가짜 위령 법회를 해서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마음의 평안을 선물해줬다"며 "윤석열과 김건희는 12월 1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있던 날 농지거리하며 종로에서 쇼핑했다. 이것들이 인간인가"라고 했다.
진우 스님은 "이태원, 수해 현장, 잼버리에서 그 어디에도 정부는 없었다. 심리적 G8(주요 8개국)이라는 선진국에서 어느 한순간 우리 대한민국은 무정부가 됐다"며 "아마 역사상 최고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가 윤석열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학문·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인간 존엄을 짓밟는 이 정권과 자승 결사(상월결사)를 박살내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도록 하겠다"면서 "심리적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하는 의병 승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학생들 "일본 시민들도 해양투기 반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대학생 원정단에서 대외협력팀장을 맡은 대학생 김예은 씨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활동에 대해 시민들에게 보고했다. 학생 대표단 25명은 지난 9일부터 11일 일본 총리관저와 도쿄전력, 경제산업성 앞에서 항의하고 행진을 했다.
김 씨는 "도쿄 신주쿠 거리에서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서 일본시민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을 진행했는데 200명 중에 89명이 해양투기 반대하고, 56명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며 "일본 정부의 보도통제가 심한 상황인데도 일본 시민들도 해양투기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2만 장 리플릿(전단)을 나눠드리고 4000분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며 "(시민들이) 바쁘게 출근하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서 서명하고, 서명하면서 오히려 '너무 고맙다, 좋은 일 한다'고 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얼음물, 커피, 간식을 받았다. 지하철역 앞에서 서명을 받으면 성별, 나이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서명해줬다. 국민 85%가 반대한다는 게 괜히 나온 결과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저희가 서명하고 리플릿을 나눠드리고 일본까지 가면서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는 마음을 모으던 그 기간에 오염수 방류는 '당연히 해당국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오염수 해양투기를 용인해주는 발언(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을 했다. 10억 원이나 들인 오염수 안전하다는 유튜브 광고, 지하철 광고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는 가짜뉴스 때문이라 한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게 가짜뉴스 아닌가. 국민 무시, 국민 기만이다. 원정단은 일주일로 끝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통일대행진단 단장을 맡은 대학생 민소연 씨는 "8월 말부터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한다. 당장 우리 바다가 고통받는 일들을 막아내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부산에 갔다"며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서 노동자, 대학생 단체가 모여 항의서한문 전달했지만, 역시나 경찰들은 대학생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받지 않았다. 대표단들이 가서 어떻게든 항의서한을 구겨서 영사관 담벼락 너머로 집어넣고 왔다"고 했다. 시민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발언 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통일대행진단 학생들은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이날 촛불 무대에는 가수 김가영, 민중가수 안계섭·류주현의 공연, 해외촛불행동 투쟁 영상, 촛불 파도타기 상징의식 등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서울시청-청계천 모전교-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세종문화회관 후문길-정부종합청사-광화문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행진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행진을 하며 ""나라가 엉망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잼버리 사태 국가망신 무능 무책임 윤석열 몰아내자" "참사정권 재난정권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윤 정부, 공공요금 약탈적 인상"
촛불대행진에 앞서 오후 3시부터 경복궁역 인근에서는 광복 78주년을 맞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7000여 조합원이 참가한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8·15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했다. 물가폭등, 금리인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 주머니를 털겠다는 약탈적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후려치고 재벌부자의 세금은 깎아주고 공공요금은 올려대면 도대체 노동자 서민은 어찌 살란 말이냐"며 "정부의 정책이 국민을 고통으로 내모는 끔찍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나서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양 위원장은 또 "노동조합을 이권 카르텔이라 매도하며 탄압했는데, 우리의 보금자리를 망가뜨린 자들은 정작 LH, 건설자본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양회동 열사를 희생시킨 탄압의 칼날은 여전히 건설노동자를 향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인은 하청의 하청을 남발하며 배를 불려온 자들인데 파견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늘리는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이 나라를 얼마나 더 말아먹을 생각이냐"고 했다.
그는 "내 노동을 지배하는 사용자와 교섭하겠다는 노조법 개정을 거부하겠다면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들에게 노예의 삶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정권과 함께 살 수 없다"며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는 게 우리의 삶을 지키고, 우리의 노동을 지키는 유일한 대안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반드시 쟁취하자. 노동자 뜻을 거스르는 정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서울지하철이 올해 150원, 내년 150원 도합 300원을 올리겠단다. 최저임금은 고작 2.5 % 올리고 지하철 요금은 그 10배인 25% 올린다고 한다"며 "전기요금은 30% 넘게 오르고 가스요금은 45%나 오르면서 지난 겨울 전기요금을 못내거나 전기가스 없이 생활한 에너지 취약계층이 5만 명이 넘었다. 이 모두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피해"라고 했다.
현 위원장은 "전기와 가스, 공공교통은 국민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요금을 대폭 올려놓고 돈 없으면 전기도 난방도 전철도 버스도 이용하지 말라 한다. 서민이 전기료, 가스비로 고통받을 때 민간 발전소와 재벌 대기업은 역대급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국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와 교통은 재벌과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 공공재이자 기본적인 권리"라며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민영화를 저지하고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파업에 돌입한다. 오늘 철도노조가 그 결의를 시작했다. 모두의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파업이라 생각한다. 모두의 삶을 지키는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시라"고 했다.
8·15 범국민대회 "한미일 군사동맹 중단하라"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노동자와 시민 1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광복 78주년, 주권 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노동자 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자리를 지켰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이홍정 상임대표 의장은 "윤석열 정권은 모호한 개념의 자유와 민주를 표방하며 미국의 신냉전 가치동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과거 분단독재 체제 유지에 사용하던 시대착오적 논리와 정책을 다시 가동시키고 있다"며 "8·18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군사안보를 강조하며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 의장은 "평화 구축시기에 대북확장억제를 명분으로 핵 동맹 수준의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을 향해 전쟁불사를 외치며 선제적 제압을 위한 북침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평화의 길이 아니다"며 "한반도가 영구평화를 갈망하는 8·15에 한미동맹 70년을 기념하는 역대급 한미군사훈련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실시를 중단하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신냉전 연대를 추종하는 대미 추종외교와 역사정의 해체와 핵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대일 굴종외교를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를 현실화함으로써 균형을 잃은 반통일 신냉전 동맹국가로 바뀌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자행하는 역사 퇴행을 바로잡고 우리 국민이 결사각오로 이룩해 온 민주와 평화와 통일의 길 위에, 자주적 길 위에 민족 공동체를 다시 세우자"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하며 판결금(위자료)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모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했으며, 이날 1차로 지급됐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아들 정종오 씨는 "아버지는 일본에서 히로시마에서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을 하시다가 피폭까지 당했다. 그후로 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를 만들어 일본과 계속 싸워왔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는 우리 편을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며 "모금을 해서 힘을 실어주신 여러분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정 씨는 "그렇게 힘들게 일본과 몇십 년 싸워온 것을 지금 윤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제3자변제안 만들어서 피해자들, 2세 가족들을 살살 꼬드겨서 외교부를 통해서 압력을 가하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며 "저희들도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남기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국간사, 이경은 여성시국회의 전국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 운영위원, 박석운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낭독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힘에 의한 평화는 거짓이다, 적대를 멈추고 한반도 평화 실현하자" "주권을 훼손하는 굴욕외교 저지하자" "주변국에 대한 적대를 강요하고, 역사정의 주권 평화를 훼손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일본 대사관과 광화문 종로 방면 등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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