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대원들 숙소 마련”…알고보니 입국도 안해

대기업은 “일방적으로 숙소 시설 내놔라”에 불만

K-POP 콘서트 장소 2번 변경 “축구계 피해 막심”

“올림픽·월드컵·엑스포 완벽하게 치른 나라가 맞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9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중구 임시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태풍 비상 대피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2023.8.9. 연합뉴스
9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중구 임시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태풍 비상 대피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2023.8.9.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을 연다. 위생 불량, 시설 미비, 태풍 등으로 대원들이 야영장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뒷수습 과정에서도 정부 대응은 ‘엉망진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준비 부족을 비판받았지만, 문제 발생 시 위기 대응도 수준 이하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등 수많은 국제행사를 완벽하게 치러낸 나라가 맞느냐’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자자체, 대학, 기업 “황당함 그 자체다”

156개국 대원 3만 7000여 명은 8일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대원들은 경기 64곳, 충남 18곳, 서울 17곳, 인천 8곳, 충북 7곳, 대전 6곳, 세종 3곳, 전북 5곳 등 모두 128곳으로 분산 배치됐다. 전국으로 분산된 대원들을 수용하면서 정부는 지방정부, 대학, 기업 등에 숙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통보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빈축을 사고 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은 황당함을 겪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9일 대원 5200여 명을 충남 18곳 시설에 수용하기로 하고, 홍성 혜전대 기숙사에 예멘 대원 170여 명의 숙소로 배정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출장뷔페 170인분을 준비했다. 하지만 조직위 측은 인솔자 연락처를 계속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알고보니 예멘 대원들이 아예 입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알려졌다. 홍성군과 대학 관계자는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허탈하게 자리를 떴다. 지방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언제나 쓸 수 있는 5분 대기조냐”라는 불만이 나왔다.

충남 천안시 남서울대 윤승용 총장은 8일 페이스북에 대원들을 수용하면서 겪은 혼란을 적었다. 윤 총장은 “어제(7일) 교육부로부터 이용 가능한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문의가 오더니 오늘 갑자기 12시쯤 스웨덴 대표 800여 명이 도착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며 “그런데 교육부, 경찰, 충남도 등 유관 기관들이 도착시간, 도착 후 어떻게 방 배정을 해야 할지, 식사는 어찌 제공해야 할지, 11일까지 머무는 동안 이들을 어떻게 대해 줘야 할 지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총장은 “주한 스웨덴 대사가 휴가를 반납하고 급히 달려왔다”며 “뜻밖의 ‘불청객’이지만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연수원 등을 급하게 내준 기업들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블라인드(익명 게시판)에는 “어제 늦은 밤 대통령실 전화 한 통”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이 글 게시자는 “대통령실은 회사에 전화를 걸어 12일까지 대원들을 연수원에서 재우고, 밥 먹이고, 놀이 프로그램까지 짜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가 싼 X을 왜 우리가 치우느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LG전자는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에 몰디브와 핀란드 등의 대원 240여 명을 수용한다. 포스코그룹은 인천 송도에 이탈리아 대원 160여 명, 코오롱그룹은 경기 용인시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원 130여 명을 수용한다.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의 천막이 철거되고 있다. 2023.8.9. 연합뉴스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의 천막이 철거되고 있다. 2023.8.9. 연합뉴스

문화예술, 체육계도 피해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가 국내외 아미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축구계에서는 “잼버리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잼버리 조직위는 K팝 콘서트 장소를 두 번이나 변경하면서 큰 혼란과 피해를 불렀다. 6일 조직위는 콘서트 장소를 새만금 일대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급변경됐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이 “수용 인력과 이동 조건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8일 문체부는 장소를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재변경했다. 태풍의 북상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전북현대 축구단은 9일 인천과의 FA컵, 12일 수원삼성과의 리그 홈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무대 설치와 공연 등을 고려하면 2경기를 치를 장소가 사라진 것이었다. 일정 변경 소식과 함께 11일 예정됐던 인천과의 경기 예매자에게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콘서트 장소가 서울로 변경되자 팬들에게 다시 공지를 해야했다. 원정팀 인천은 숙소와 훈련장 취소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지방 원정을 가 숙소 등을 예약하던 인천 팬들도 큰 낭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 지역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설화를 겪었다. 이 의원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사용에 대해 전북현대 팬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8일 페이스북에 “개최 지역 주민은 어쩌면 안방이라도 내줘야 할 입장이다”라며 “일부 축구 팬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에 전북 정치인으로서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적었다가 비난이 일자 1시간 만에 삭제했다. 이후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좀 너그럽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역시 좀 팬들과 제 생각에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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