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블랙핑크 등 한국 스타들 유명기업 광고탑

파리 패션 쇼 런웨이 맨 앞줄 한국 스타들 차지

아시아 패션스타 일본서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진부함을 두려워하며 혁신성 보전하려 노력해”

지난 6월 8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경기장 앞에서 BTS 공연을 기다리며 춤을 추는 BTS의 '아미'들.  연합뉴스
지난 6월 8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경기장 앞에서 BTS 공연을 기다리며 춤을 추는 BTS의 '아미'들.  연합뉴스

일본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이젠 한국으로.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그런 순으로 대중적 인기 또는 인지도가 변천해 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가가 아니라 이들 각국의 패션업계와 패션 스타들이다. 지금은 한국 스타들의 전성기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사히 미디어 문화담당 편집위원 시각

지난 9일 아사히신문 고토 요헤이 편집위원(미디어, 문화, 패션 담당)이 쓴 기사 <BTS、블랙핑크…한국 스타에게 추파 보내는 고급 브랜드, 그 전략은>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디올, 셀린, 티파니, 캘빈 클라인, 까르띠에, 샤넬,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불가리 등 서방 패션업계 대기업들이 한국의 대중 스타들을 그들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앰배서더‘로 기용해 광고에 활용해 온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광고전략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해 보인다. 그들이 한국 스타들을 광고탑에 올리는 이유는 국경을 초월해서 그들의 상품을 구매하는 세대들에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고 눈길을 붙잡는 매력을 지닌 이들이 한국의 스타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그들의 제품을 더 많이 팔리게 만들 수 있는 마력을 지닌 최고의 상품성을 지닌 존재들이 바로 한국의 스타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벌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특히 한국 스타들이 그들에게 그런 마력을 지닌 존재로 비치는가. 고토 위원이 인용한 세계적인 패션 전문가 시마자키 마사코의 얘기로는, 대중적 인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인 ’혁신‘성이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진부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진부해지면 몰락한다.

 

지난 1월 20일 프랑스 파리의 패션 쇼 회장에 나타난 BTS 멥버 지민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프랑스 파리의 패션 쇼 회장에 나타난 BTS 멥버 지민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진부해지면 몰락한다

한 국가의 운명도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성공한 국가라도 그 성공에 취해 변화를 거부한 채 세월을 보내면 반드시 쇠퇴하고 몰락한다.

운동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진부해지면 반드시 몰락한다.

세계적 고급 브랜드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새로워져야 한다. 그들에게 지금 한국의 스타들은 새로움 그 자체로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움에 안주하면 진부해진다. 진부해지면 망한다. 그러니까 서방 고급 브랜드들에게 한국 스타들의 높은 상품성은 그들이 진부해지기 전까지만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스타들만이 아니라 그런 스타들을 배출한 모태인 한국 대중문화산업 자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고토 위원의 파리 패션과 한국 스타 이야기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깊이를 더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그런 류의 얘기들은 더는 별로 새롭지 않다. 다만 다른 이의 시선,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 스타와 파리 패션의 관계를 바라본다는 점은 조금이라도 새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토 위원의 글을 옮겨 본다.

 

블랙핑크
블랙핑크

BTS、블랙핑크…한국 스타에게 추파 보내는 고급 브랜드, 그 전략은

파리와 밀라노에서 신작 컬렉션을 계속 발표해 온 구미 고급 브랜드가 최근 한국 스타들을 잇따라 광고탑에 기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케이팝(K-POP) 붐의 선두를 달리는 비티에스(BTS)와 블랙핑크(BLACKPINK)는 패션계에서도 서로 끌어가려고 야단이다. 1990년대 이후 유명 브랜드를 차례차례 장악한 대기업들은 2010년대에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중국을 타겟으로 삼았다. 하지만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소셜 미디어) 규제와 정치정세 등의 영향도 있어서 최근에는 이웃나라의 K-POP 스타들을 경유해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전개를 내다보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6월 중순, 루이비통(LV)은 1930년대에 디자인한 아이콘 가방 ‘키폴’의 광고 캠페인을 실시했다. 전신을 LV 옷으로 감싸고 춤추는 듯한 포즈로 가방을 든 비주얼에 담은 것은 BTS 멤버로 올해 2월에 LV 글로벌 앰배서더(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에 취임한 J-HOPE(제이홉)이었다.

올해 1월에는 같은 BTS의 지민이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에 취임했다. 디올은 그 직후에 파리 맨즈 컬렉션 기간 중에 파리 중심부 콩코드 광장에 설치한 회장에서 쇼를 개최했는데,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런 웨이를 걸어가는 모델들이 착용한 옷이 아니라 그 행사장에 등장한 지민이었다. 그가 도착할 때 각국의 미디어들이 에워쌌고 회장 바깥에도 팬들이 쇄도했다. 근처 튈르리 공원 부지는 조금 높게 돼 있어서 회장 주변을 건너다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거기에도 인파가 몇 겹으로 몰렸다.

LV와 디올을 산하에 두고 있는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구찌, 생로랑을 소유한 케링 등 대기업은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중국 등의 신흥국들을 조준해서 판매전략을 세워왔다. 즉 2010년대는 ‘중국의 10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파리나 밀라노의 패선 위크에는 각 브랜드의 쇼에 초대받은 중국인 바이어와 저널리스트 자리가 급증했다. 예전 아시아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였던 일본인석 비율은 감소 일변도였다.

일세를 풍미한 구찌의 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실질적인 데뷔 쇼가 된 2015년 1월의 밀라노 맨즈 컬렉션에서는 첫 모델이 중국 국기 오성홍기에 가까운 색의 톱스(상반신 옷)를 입었다. 다른 고급 브랜드들도 시누아즈리(chinoiserie. 중국 취향)를 의식하게 하는 듯한 컬렉션을 추구, ‘퍼스트 로’라 불리는 맨 앞줄에 진을 친 중화계 스타들이나 부유층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기용한 이유? 얼마든지 있다” 브랜드 쪽의 계산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재난이 잦아들기 시작하고 피지컬 방면의 본격적인 쇼가 재개된 2022년 6월에 개최된 2023년 봄 여름의 파리 맨즈 컬렉션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바이어들과 저널리스트들이 파리를 찾았는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했던 중국에서 온 방문객들만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느 브랜드의 대표는 “중화계 스타의 앰배서더 기용은 중화권에는 강하지만 한 걸음 바깥으로 나가면 영향력이 작다. 중국 인구가 많은 것은 매력이지만 중국내의 SNS가 규제받고 있고 국가 정책에 따라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케이스에 직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더 강렬하게 변화를 피부로 느낀 것은 파리 맨즈의 마지막 날이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회장으로 사용하는 파리 16구의 시설 ‘팔레 드 도쿄’ 주변이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그 직전에 “BTS의 뷔(V)와 블랙핑크의 리사가 셀린의 쇼를 찾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두 사람이 회장에 도착하자 그 일대는 땅을 울리는 듯한 함성에 휩싸였다. 몰려든 사람들 다수는 예전 중화계 스타들에게 악수를 청하던 아시아계가 아니라 대부분이 파리 현지의 유럽계였다. 쇼 초대장을 손에 든 기자가 입구를 항해 걸어가고 있을 때도 아마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악수를 요청받는 상황이었다. 예전부터 종종 찾았던 파리에서 인종차별이 아닐까 하고 느낀 적도 있었기에 “한국인 스타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개념까지 바꿔버린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BTS에서는 지민이 디올과 티파니, 뷔는 셀린과 까르띠에, 제이홉은 루이비통, 정국은 캘빈 클라인, RM은 보테가 베네타의 앰배서더를 맡았고, 블랙핑크에서는 제니가 샤넬과 캘빈 클라인, 지수는 디올, 로제는 생로랑과 티파니, 리사가 셀린과 불가리로 각각 ‘별매’돼 복수의 유명 브랜드 광고판을 채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일류 브랜드의 쇼 맨 앞자리는 유력 바이어나 대형 매체의 저널리스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SNS의 발달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스들이 앉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까지의 사람들을 밀어내듯 한국의 스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쇼뿐만 아니라 상품광고에도 기용되는 이미지 캐릭터에도 K-POP 스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는 “이전에는 슈퍼 모델이 인파를 끌어 모았으나, 이미 모델의 ‘성역’은 쇼 런웨이에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고 말했다.

복수의 해외 대형 브랜드에서 대표를 경험하고 K-POP에 대해서도 잘 아는 시마자키 마사코 씨는 고급 패션업계에서 한국 스타들이 환영받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고급 브랜드가 앰배서더를 기용할 때 중시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SNS의 팔로워 수다. 블랙핑크의 각 멤버들은 전 세계의 팔로워들이 각각 7천만이 넘는다. 게다가 많은 K-POP 스타들은 영어를 비롯해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 투고도 한다.

시마자키 씨는 “한국의 음악세계는 처음부터 세계적 시야를 갖고 육성한다. 연수생 시절부터 노래와 춤은 물론 영어나 일본어 레슨도 받는다. 미국 출신자나 호주계, 타이(태국) 멤버가 그룹에 소속하는 등 국제색도 풍부해서 글로벌 전개의 브랜드와 구색이 맞다”고 했다. 어린 나이의 같은 그룹 멤버들은 공동생활을 체험하면서 어학(말)을 서로 가르쳐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SNS 사용이 제한받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일본의 아이돌을 포함해서 다른 나라들의 예능인에 비해 K-POP 스타들은 SNS의 숙련도가 매우 높다”고도 했다. 사생활의 일부를 보여 주거나 특정 앱에서는 본인이 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선전과 같은 투고만으로는 이처럼 팔로워가 붙지 않는다. 공사(公私)를 잘 조합한 내용에 팬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런 투고로 앰배서더를 맡은 브랜드의 옷이나 가방, 보석 장신구를 착용할 때의 선전효과는 절대적이다.

왜 스킬이 좋아졌는가. 세계적 스타가 된 BTS가 소속된 사무소는 예전에는 한국 국내에서도 약소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규모였다. “당시는 민방 TV 등의 출연이 어려워 SNS에서 확산하는 것으로 세계로 진출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그 성공 사례가 다른 한국 그룹의 본보기가 됐다”고 시마자키 씨는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 쪽은 그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과 스킬을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저명 브랜드일수록 항상 진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혁신적인 이미지를 보전하고 싶어 한다. 인기와 새로움을 겸비한 K-POP 스타들의 기용은 필연이었다.”

BTS와 블랙핑크에 이은 뉴진스와 NCT, 스트레이 키즈 등 후속 그룹의 멤버들도 착착 유명 브랜드 간판을 채우기 시작했다. 패션업계에서도 K-POP 선풍은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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