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한경연 흡수 통합한 ‘한경협’ 출범
4대 그룹에 공문 보내 동참 거듭 요청
정경유착으로 몰락한 과거 반성 않고
윤석열 정부 정책 코드 맞추기 '올인'
“4대 그룹 복귀는 국정농단 이전 회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달 22일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새 회장을 선임하는 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420여 회원사에 이런 내용의 '2023년도 임시총회 개최 안내문'을 발송했다. 앞서 전경련은 이달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해산 결정과 임시총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내달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새 회장 선임과 함께 한경연을 전경련으로 흡수 통합한 한경협이 출범하게 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경협 출범을 계기로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복귀할지 여부다. 이들 그룹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몰리며 2016년 전경련을 전격 탈퇴했다. 하지만 산하 기관인 한경연에는 형식적 회원사로 남았고 이번에 한경연 해산 결정에도 동의했다. 전경련은 지난 19일 4대 그룹에 한경협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전경련은 4대 그룹에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 5월에는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윤리경영위원회 설치와 글로벌 싱크탱크 역할 강화 등 혁신안을 발표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경연 회원사 지위를 한경협이 승계하는 방식으로 4대 그룹이 자동 재가입할 수 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작 4대 그룹은 말을 아끼며 눈치를 보고 있다.
문제는 전경련이 정경유착 등 잘못한 행태에 대한 반성과 환골탈태는커녕 현 정부와 밀착하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5단체장 간의 첫 회동에서 재계 창구 역할을 한 것을 시작으로 정권 코드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월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고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김병준 전 장관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것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김 직무대행은 정치권 인사로 전경련을 혁신할 적임자가 아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특보 등을 지냈고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한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정경유착으로 몰락했던 전경련이 또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수장으로 영입했던 것이다.
김 직무대행 취임 이후 예상했던 대로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는 전경련이 주도해 경제사절단을 구성했다. 한경연은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경제 효과를 부풀린 보고서를 발표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함께 ‘한일 미래파트너십기금’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
전경련이 간판을 바꾸고 혁신을 외쳐도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4대 그룹 총수에 대한 일부 재판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그룹이 복귀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일 뿐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이 관여해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준 전경련이 실질적인 개혁 없이 이름만 바꿔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며 “(여기에 부화뇌동해) 4대 그룹이 복귀한다면 사실상 전경련의 위상이나 역할이 국정농단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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