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형량 감경 위해 하지도 않은 말 시키려 해"

부인 "변호인 해임", 이 "계속 변호 원해"…재판 파행

변, "변론 중 변호인 조사" 항의…사임 뜻 밝히기도

검, '공판기록 유출' 건 조사·입건 등 변호인 압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임 당시의 이화영 전 부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임 당시의 이화영 전 부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인이 26일 라디오 방송에 전화로 출연해 "변호인이 이 부지사로 하여금 하지도 않은 말을 법정에서 증언하게 하려고 하고, 이에 항의하자 검찰과 협의 후 변호인 진술서로 제출하겠다고 했다"며 "변호인이 이 부지사의 뜻과 반대되고 있어 법원에 해임 서류를 냈다"고 밝혔다. 

25일 열린 공판은 변호인 변호인 해임과 관련된 이 전 부지사와 부인 간의 이견으로 파행됐다. 부인이 해임한 변호인은 '공판 기록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로 조사를 받고 직원들도 피의자로 전환되는 등 검찰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재판 뒤 '이재명에 보고' 보도 쏟아져"

부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연결로 출연해 "이 전 부지사는 처음에 뇌물죄로 기소됐다가, 남북외환관리법 위반이 추가되더니 이재명 지사의 방북 추진을 위해 쌍방울에게 대납을 시켰다는 프레임으로 갔다"고 재판의 진행 상황을 설명한 뒤 "그런데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자진해서 증인으로 나서더니 이재명 대표를 방북시키기 위해 자기네가 300만 달러를 대납해 보냈고, 경기도 스마트팜 대납을 위해 또 5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지급한 500만 달러는 북한에 있는 희토류 개발사업을 위한 계약금이며, 계약 성사를 위한 뇌물 성격의 추가 대금으로 3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3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방북 성사를 위한 비용이며,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남북협력사업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하려고 했던 스마트팜 조성 비용으로, 이 두 종류의 비용을 모두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대납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북 성사 비용이라는 것은 없으며 경기도가 추진하던 스마트팜 조성 비용은 3억 원 정도면 충분하다"며 "그게 원화로 60억 원 규모인 500만 달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해 왔다. 경기도 관계자들은 "쌍방울이 추진하려던 희토류 개발사업의 총액이 5000만 달러로서 그 10%인 50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내용에 대해 갑자기 김성태 회장이 검찰 주장대로 "300만 달러는 방북 성사 비용, 500만 달러는 스마트팜 조성 비용으로 자신이 대납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것이다. 

 

박범계 의원(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와 인권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오전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3.7.24. 연합뉴스
박범계 의원(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와 인권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오전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3.7.24. 연합뉴스

"변호인, 형량 감경 위해 하지도 않은 말 시키려 해"

부인은 "김성태 회장이 증언을 한 뒤에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해야 하는데 국정원 자료 현출 관계로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되더니 그 다음 날 신문에 '제2의 유동규, 드디어 이화영이 입을 열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변호인에게 전화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변호인이 "이 부지사가 이재명에게 방북을 보고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했다"고 말해 강력하게 항의를 했더니 조금 있다가 전화를 해와서 "검찰에서 그게 부담스러우면 이 부지사를 증인으로 세우지 않고 변호인 진술서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잘 된 일이죠?"라고 되묻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접견변호인을 통해 이 부지사를 면담해 이런 상황과 보도 내용을 전하자 이 전 부지사가 너무 당황해 하면서 말이 안 된다며 옥중편지를 써서 내보낸 것이라고 부인은 설명했다. "대납 사실도 없고, 사석에서 북한 사람들을 많이 아니까 신경 좀 써달라는 정도로 얘기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부인은 "변호사 사무실이 검찰로부터 약점을 잡혀서 이 전 부지사가 생각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변호사 사무실이 꾸며내고 있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꾸며낸 것이라기보다 남편이 계속 매일 가서 진술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이 이재명 방북을 불면 감형을 해주겠다는 조언이 있었던 것 같다. 변호인이 그 부분에 대해 우리에게 좋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었다"고 답변했다. 

또한 민주당이 이 부지사를 회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남편과 더 많이 만나서 회유를 하지, 당이 무슨 회유를 하냐"며 "제 생각은 (이 부지사가 재판정에) 나와서 양심선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런 심정으로 지금까지의 과정들에 대해 당에 탄원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부지사와 쌍방울 수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화영 전 부지사와 쌍방울 수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화영·부인 간 변호인 해임 이견으로 재판 파행

부인은 25일 재판 시작 전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이어졌고,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우려가 커졌다"며 변호인 해임 사실을 알렸지만, 법정에 출석한 이 전 부지사는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며 "변호인 해임은 제 뜻이 아니며, (기존 변호인으로부터) 계속 변호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변호인 선임과 해임은 피고인만이 할 수 있고 변호인 없이는 재판 진행이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해임 의사가 없다고 하니 변호인에게 연락해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오전 재판을 휴정했다. 오후에 재판을 재개했으나 재판부는 "변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피고인과 가족의 의견 조율이 마쳐지지 않아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며 "다음 공판 때까지 변호인 해임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요청하며 재판을 마쳤다. 

재판을 마치기 직전 검찰은 발언권을 얻어 "수사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SNS에 공개 게시되는 등 다른 재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며 "검사로서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재판부에 공판 진행 절차를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요구했다. 

변, 재판 중 "변호인 조사" 항의…사임 뜻 밝히기도

이 전 부지사와 부인 간의 변호인 선임에 대한 이견은 이 전 부지사 가족이 가진 변호인에 대한 불신과 장기간 재판을 함께 해온 변호인에 대한 이 전 부지사의 신뢰와 필요에서 비롯됐다. 

이 전 부지사 부인에 의해 해임된 변호인은 '공판 기록 유출'과 관련해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스스로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변호인은 지난 4월 25일 열린 공판에서 "제가 검찰청에서 소환통보를 받았다"면서 "제가 이 사건을 변론 중인데 '변론 중인 변호인을 검찰청에 소환하는 게 합당한가'는 조사를 받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변호인은 공판 마무리 전 "이 사건 사임을 검토 중"이라며 "사건을 맡으면서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 저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인데 검찰 소환 (통보)까지 받고 하니까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자료사진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 '공판기록 유출' 건 조사·입건 등 변호인 압박

검찰은 대선 경선 국면이던 2021년 11월 이재명 대표의 소위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이 대표의 전 변호인이었던 이태형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M과 법인 소속 변호사들, 그리고 이 변호사 가족에 대해 전면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조사를 벌이면서 이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변호사 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적이 있다. 

당시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자료를 통해 쌍방울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고, 이 수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쌍방울그룹 법카 사용' 의혹으로 번지고, 그것이 현재의 '방북비 대납' 수사로 이어졌다. 

또한 검찰은 2022년 12월 대장동 민간업자 중 유일하게 검찰에 협조하지 않는 김만배 씨를 대상으로 '범죄수익 은닉'에 대해 갑자기 수사를 확대하면서 김 씨를 변호하고 있던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법조계로부터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와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주변에서는 법무법인M과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한 압수수색 사태가 '공판 기록 유출'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의 소속 법인을 대상으로도 재연될 수 있으며, 담당 변호인으로서는 이에 대해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이 전 부지사로서는 지난 10개월간 변론을 맡아온 변호인이 교체되면 재판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지난 4월 변호인의 자진 사임 의사도 만류하고 부인의 해임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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