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회덮밥, 술까지 곁들인 진술 조작 '세미나'?
민주, '검찰 회유' 의혹에 곧 진상조사단 구성키로
18일 수원지검과 대검 방문, 구치소 교도관 면담도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국기 문란 행위"
"CCTV 공개하면 이화영‧김성태‧방용철 금방 확인"
수원지검은 강력 부인…대검, 사실관계 확인 나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법정에서 폭로한 검찰의 '진술 회유 술판'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우선 이번 의혹의 진앙지인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를 직접 찾아가 관계자 면담 및 항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도 수원지검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돌입한 상태여서 진위가 머지않아 판명될지 주목된다. 다만 윤석열 정권 들어 '이재명 사냥'에 총력을 기울여 온 정치검찰이 사활을 걸고 사안을 축소‧은폐할 가능성도 상존해 진실 규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1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 이른바 진술 조작 술 파티에 대해 수원지검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인 데 반해 수원지검의 반박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며 "기껏 내놓은 근거가 '김성태(쌍방울그룹 전 회장)와 방용철(전 부회장)이 부인했다'는 것이 거의 전부인데, 언제부터 검찰이 그렇게 피의자의 진술을 철석같이 믿었나?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으면 모두 밝혀질 문제인데 왜 근거 자료를 내놓지도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 조작 술 파티 장소로 지목한 수원지검 1313호실 앞방 복도를 비추는 CCTV를 공개하면 같은 날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는지 금방 확인될 것 아닌가?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의 출정 기록을 공개하면 셋이 같은 날 수원지검에 모였는지 아닌지 금방 확인될 문제 아닌가?"라며 "계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담당 교도관들도 조사해야 하지 않나? 수원지검은 말로만 아니라고 하지 말고 근거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구속수감 된 피의자들의 진술을 조작하기 위한 회유와 협박 자체도 중대 범죄이지만, 음식과 술까지 제공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다. 진술 조작 술 파티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대검이 수원지검의 대질조사 날짜와 교도관 출장 기록, 구매한 음식 메뉴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판에서 충격적인 진술이 나온 지 열흘이 훌쩍 넘었다. 뒤늦은 자료 제출 요구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상조사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상조사기구가 맡게 될 역할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1313호 앞 창고 CCTV를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이들의 출정 기록을 공개하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담당 교도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을 갖다줬다는 거 아닌가. 쌍방울 관계자가 누구인지, 출입 내역을 공개하면 되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검찰청사 안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건 수원지검이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진상조사기구가 구성되기 전에 우선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민원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어 수원구치소에도 찾아가 교도관 면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대검찰청도 방문해 수원지검 감찰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은 '황당무계하다'는 말을 할 게 아니고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검찰청에서 공범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진술을 모의하고 술판을 벌였다는 것은 검사의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며 "교도관들이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했다면 실형을 받아 마땅한 중대 범죄 행위인 만큼 담당 교도관들을 조사하면 간단하게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때도 "대명천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며 "심각하게 처벌해야 할 중범죄"라고 개탄했다. 또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하는 데가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며 "그냥 (보통) 있는 징계 사안이나 잘못이 아니라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소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공판에서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이건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술을 번복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를 엮기 위해 이 지사와 통화 한번 하지 않은 김성태가 이재명을 잘 아는 것처럼 했고, 얼굴 한 번 안 봤는데 방북 비용 500만 불을 대신 냈고, 이를 보고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면서 "이를 위해 (검찰에서)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고 털어놨다.
변호인이 "세미나를 했다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구체적으로 묻자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방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다"며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떠올렸다. 지난해 6월쯤 검찰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진술을 하기 전에 수원지검 검사실 바로 앞방에서 같이 기소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세미나'를 했고 그 자리에는 쌍방울 직원들이 가져온 연어와 회덮밥에 술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회의용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서 나, 김성태, 방용철 등을 다 모아놓는다. 외부에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소주)도 먹은 기억이 있다. 쌍방울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 구치소 내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덮밥도 있었다.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말했다.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 난다. 이재명이 죽어야 한다. 이 수사의 목적은 형님이나 내가 아니다. 이재명을 위한 수사다. 이재명은 끝났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화영 법정진술 "이재명 엮으려 사실상 세미나 했다, 연어에 술도 먹으며"
당시 세 사람은 모두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이 전 부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이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 관해 자신은 물론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도 줄곧 부인해 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입장을 바꿔 검찰에서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했지만, 7월에 다시 공개적으로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의 폭로에 대해 수원지검은 언론에 밝힌 입장문을 통해 "터무니없는 허위"라며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 시스템을 운영하는 교도행정 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당시 조사에 참여한 검찰 수사관 등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해 허구성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화영 피고인의 주장이 마치 진실인 양 이를 호도하면서 수사팀을 계속해서 음해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을 왜곡하고 법원의 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매우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대검찰청 반부패부서는 16일 수원지검에 사건 관련자들의 대질 조사 날짜, 교도관 출정 기록, 음식 주문 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당시 출정했던 교도관들을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CTV를 통한 확인은 어렵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실엔 CCTV를 설치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복도엔 (검찰청별로) CCTV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는데, (있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보존 기한이 최장 90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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