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면죄부, 이 고통의 터널 언제 끝날까

기자회견 중 곳곳 오열…"참담했던 아픔 또 느껴"

유튜버들 "북한 소행" "이렇게 좋은 날에" 난동

유가족들 극심한 분노에 통곡‧실신, 병원 이송도

"굴하지 않아…이젠 탄핵 아닌 형사 책임 묻겠다"

"특별법 만들어 책임자 반드시 응징…응원해달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7.25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7.25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다시금 암흑을 마주해야 했다.

정부‧여당과 극우 집단의 악행에 수없이 쓰러지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왔지만 헌법재판소는 끝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면죄부를 안겨줬다. 유족들은 무릎이 꺾인 채 다시금 피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암흑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아무리 창자를 끊는 절규를 토하고 몸부림을 쳐도 국정 담당자들은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절망의 심연을 갈수록 깊게 만드는 것이다.

25일 오후 2시 헌재의 탄핵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유족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한숨을 쉬고 팔뚝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기자회견에서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참사 이후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지만 그 어느 날보다, 그 어느 때보다 통탄스럽고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하자 일부 유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이자 유가협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민 씨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침묵하고 있다가 마이크를 건네받자 그제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저희 유가족들은 오늘 헌재 결정이 너무 참담하고 너무 아프다.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의 그 참담했던 아픔을 오늘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울먹였다. 슬픔과 분노로 떨리는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대한민국 모든 국가의 행정기관들은 159명의 국민을 외면하였습니다. 우리는 국민이 아닙니까? 이렇게나 무정하고 무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허울뿐인 것입니까? 159명 국민의 생명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이제 행정부 수장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의 장들은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문제를 일으켜도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고생하는 실무자들만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는 자들은 절대 책임지지 않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7.25.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7.25. 연합뉴스

유족들은 소리 죽여 흐느꼈다. 그런데 극우 유튜버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야!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다! 북한 소행!" "이 좋은 날에 뭐하냐"고 소리치자 유족들은 폭발하고 말았다. 격노의 고함과 함께 해당 유튜버를 쫓아 여러 사람이 달려나갔다. 기자회견은 중단됐고 경찰들은 황급히 유족들을 가로막았다. 한 어머니는 극심한 분노에 발을 구르며 통곡하다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또 다른 극우 유튜버는 차량 스피커를 이용해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도~"라고 흥얼거리며 크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이 나라 극우 세력의 적나라한 단면이었다. 유족들은 다시 울부짖으며 이 유튜버를 쫓아갔고 말리는 경찰들과 뒤엉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게 말이 되는 거냐"는 탄식과 오열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유가족 2명 이상이 실신했고 1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20여 분간 중단됐던 기자회견이 재개되자 이정민 대표직무대행은 "조금 전에 여러분이 목격했듯이, 유가족들의 아픔이나 같은 국민으로서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리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잘못된 권력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불행한 국민에게 더욱 불행을 강요하는 행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7.25 [공동취재]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7.25 [공동취재] 연합뉴스

그는 "너무 암담하고 참담하지만 저희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필히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그 특별법을 통해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라며 "이제는 탄핵이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을 묻겠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희생자 박가영 씨의 어머니인 최선미 씨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다분히 정부에 대해 정치적이었고, 국민들에게 '너희들은 개돼지'라는 인식을 줬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별법을 꼭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 특별법을 위해 서명해주시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이상민 면죄부 준 헌법재판소 규탄한다!" "국민 신임 배반한 이상민은 자진 사퇴하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하고 책임자를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친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기나긴 고난의 길이지만 이들은 다시 특별법에 희망을 걸고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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