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주기 기억식, 눈물바다 속에 안산에서 열려

"잊혀 가는 것 같아 두렵다” "진상규명 그만둘 수 없어"

세월호 10주기 준비위 결성 “다른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

'이태원' 희생자 유족, 대통령 사과와 국가 책임 인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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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3.4.16 [공동취재] 연합뉴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3.4.16 [공동취재] 연합뉴스

세월호 9주기 기억식이 유가족들과 참석자들이 눈물바다를 이룬 가운데 치러졌다.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린 ‘기억, 약속, 책임’ 세월호 9주기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망한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 씨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약속 편지’를 낭독할 때는 유가족은 물론 참석한 시민들까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그 말이 그렇게 잔인하고 원망스럽게 들릴 수가 없었다”라면서 “그래도 너를 보내고 지난 9년 동안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해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삭발하고 전국의 시민들이 행진에 나섰을 때 함께 나서지 못하고 숨죽여 울던 못난 형이었다”라면서 “이제는 캡사이신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도 없지만 ‘외로워 마라. 물 밖도 차고 깜깜하다’라고 했던 그 말이 9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말인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너한테 한 약속들이 시간이 갈수록 잊혀 가는 것 같아 두렵다”라면서 “9년 동안의 다짐이 모두한테서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사망한 단원고 2학년 1반 수진이 아빠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김종기 씨는 추도사에서 “아직도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라면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10주기, 15주기 아니 그 이후까지 세월호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4·16세월호참사10주기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등 10명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준비하는 우리의 다짐’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국가는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라면서 “국가의 책임 인정과 진상규명이 지체되는 사이 또다시 10·29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회적 재난과 참사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확장하면서 세월호 10주기를 준비하겠다”라면서 “더는 국민 생명을 외면하는 국가 권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2023.4.16 [공동취재]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2023.4.16 [공동취재]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304인 시민합창단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등 2곡을 합창했다. 샌드아티스트 신미리 씨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모래 그림으로 재현해 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왔다”는 가수 알리는 ‘사랑한다 미안해’를 열창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가영씨의 어머니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분노했어야 하는데 멍청하게 울고만 있어서 우리 아이가 간 것 같아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가영 엄마’의 영상 편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사과와 함께 국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기억식 사회를 본 박혜진 아나운서는 “과연 사회적 참사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9년 전 팽목항 앞바다에서처럼 응답해야 할 국가는 오늘도 여전히 말이 없다”라면서 “그러는 동안 우리는 이태원 유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이라는 만나지 말아야 할 만남을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기억식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안전한 뱃길을 만들기 위해 안전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회의 품격이 드러난다. 4·16 생명안전공원이 차질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안전한 미래 사회를 향한 초석을 마련하겠다. 4·16 민주시민교육원이 4·16의 가치를 담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아픔은 타인이 그만할 시기를 말할 수 없다. 안산 시민이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거쳐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유가족의 치유를 돕고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기억식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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