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들 공소사실 부인하고 뉘우치지 않아"
박희영에 이어 줄줄이 석방…"재판부 의지 의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에, 피고인들은 또다시 못질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53)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보석 석방된 데 대해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희영(용산구청장)과 마찬가지로 박성민과 김진호는 자신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잘못을 전혀 뉘우치고 있지 않다"며 "이들의 파렴치한 태도를 규탄하며, 재판부에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피고인들이 엄벌에 처해질 때까지 이번 공판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전날(21일) 박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이 지난 1일 신청한 보석을 받아들였다. 석방 조건은 △출석 및 증거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주거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3000만원은 보증서로 갈음 가능)이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보고서 등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2일 열린 이태원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 공판(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에서는 김 전 과장이 핼러윈 인파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한 정보관을 고압적인 태도로 질책하고, 참사 뒤 보고서를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들이 드러났다.
인파 관리 보고서를 작성한 김모 용산서 정보관은 증인으로 나서 "보고서를 드릴 때 (김 전 과장이) '이거 누가 작성하라고 했냐'고 (질타) 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과장이 다른 직원들을 향해 "(핼러윈 데이는) 크리스마스 같은 거다. 정보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김 정보관은 증언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타박하는 취지였고, 마치 쓰지 말아야 할 걸 쓴 기분이 들었다"고도 했다.(오마이뉴스 5월 23일자 <이태원 보고서 쓴 경찰의 눈물... 참사 전후 용산서에서 벌어진 일> 참고)
김 정보관은 "과장님 마인드가 '용산 정보는 예전과 다르다', '지역 정보활동은 필요 없다'고도 하셔서 '제가 (핼러윈 데이 때) 가보겠습니다 이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김 정보관은 지난해 10월 31일 김 전 과장으로부터 "작성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보고서를 지우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을 많이 받아 우니 과장님이 문을 닫고 '왜 우느냐'고 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5월 23일자, 위 같은 기사)
보고서 삭제 이후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조직적인 은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용산서 정아무개 정보계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정 계장도 김 정보관에게 삭제 지시를 했다는 혐의로 입건됐었다.
"재판부 판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까지 석방되면서 이태원 참사로 구속된 피고인 6명 중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이태원 참사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이 최근 '줄석방'을 해주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5일 업무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된 박희영(62) 용산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도 보석 석방된 바 있다.
현재 수감 중인 피고인은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52)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2명이다. 이 전 서장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지난 20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내 또다시 석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서장이 심문기일은 이달 30일 오전 11시 10분이다.
이들의 보석 석방은 재판부의 재판 의지를 의심케한다. 게다가 이들의 석방 자체가 유가족들에게는 '2차 가해'다. 박희영 구청장은 보석 석방 뒤 '도둑 출근'으로 복귀했다가 유족들의 항의를 받았다. 또 그는 출근 하루 만인 9일부터 연가를 내면서 논란이 됐다. 용산구청은 유가족의 항의해 경찰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등 경찰 간부 2명의 보석 석방에 대해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나 증거 인멸을 지시하고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보석을 받아들인 재판부에 제대로 판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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