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IAEA 100만유로 검은거래 의혹 해명해야

조르세티 제보한 제목·차례, 최종 보고서와 일치

일 외무성, 6월 15일 전 IAEA보고서 입수 사실로

외무성이 삭제·수정 요구한 표현들도 그대로 반영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 폐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2023.7.4.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 폐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2023.7.4. 연합뉴스

4일 발표된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일본이 IAEA에 정치 헌금을 주고 비밀리에 사전 입수해 수정했다고 제보자가 밝힌 최종 보고서 초안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로 추정되는 익명 제보자 조르세티(Jorseti)를 통해 최종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르세티는 일본이 최종 보고서를 6월 15일 이전에 비밀리에 받았다는 증거로 최종 보고서  초안의 제목과 목차를 공개했었다.

이날 발표된 IAEA 최종 보고서와 조르세티가 제보한 보고서 초안이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IAEA에 정치 헌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해 최종 보고서를 수정했다는 제보가 사실로 판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조르세티는 지난달 30일 제보에서 최종 보고서의 제목과 목차가 〈민들레〉와 〈더탐사〉를 통해 보도된 뒤, 그로시 사무총장이 일본 쪽 의견을 받아들여 많은 내용을 삭제하고 수정해 다시 일본 외무성에 넘겼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일부 확인됐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둘러싼 '검은 거래' 의혹을 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기시다 일본 총리와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표지,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표지. 최종보고서에서 THE SAFETY REVIEW 표현이 추가됐다. 2023.7.4. 김성진 기자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표지,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표지. 최종보고서에서 THE SAFETY REVIEW 표현이 추가됐다. 2023.7.4. 김성진 기자

제목에 "THE SAFETY REVIEW"만 추가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 보고서 초안과 IAEA가 공개한 최종 보고서는 제목부터 거의 동일했다.

지난달 26~27일 조르세티는 〈민들레〉와 〈더탐사〉가 일본 정부와 IAEA의 공모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언급된 수많은 디테일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합치한다"며, 일본 정부가 IAEA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비밀리에 받았다는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조르세티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6월 15일 이전에 비밀리에 받았다는 증거로 최종 보고서의 제목과 표지 사진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IAEA COMPREHENSIVE REPORT ON ALPS 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알프스 처리수에 대한 IAEA 종합 보고서)

조르세티의 제보 그대로 이날 IAEA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의 제목은 보고서 초안 제목과 거의 일치했으며, '안전성 검토'(THE SAFETY REVIEW)라는 단어만 추가됐다. 안전성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요구에 따라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ETY REVIEW OF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알프스 처리수의 안전성 검토에 관한 IAEA 종합 보고서)

이로써 일본 정부가 사전에 보고서를 입수해서 자신들의 요구에 따라 수정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목차 사진,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목차. 2023.7.4. 김성진 기자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목차 사진,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목차. 내용이 거의 같다. 2023.7.4. 김성진 기자

목차도 순서부터 세부내용까지 유사

아울러 조르세티는 표지와 함께 목차와 목차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일부 수정됐지만 골자와 세부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위 사진 참고).

조르세티가 공개했던 목차의 1부(Part 1) 제목과 이날 발표된 최종보고서의 제목은 표현만 일부 바뀌었을 뿐 사실상 같았다.

ⓐ조르세티가 공개한 목차의 1부 제목

Part 1 : Introduction and Background

1. Background

2. The Comprehensive Report

3. IAEA international safety standards

ⓑIAEA가 7월 4일 공개한 목차의 1부 제목

PART 1 INTRODUCTION

1.1 Background

1.2 The Comprehensive Report

1.3 The IAEA international safety standards

다만 초안에는 1~3. 아래 a~f.의 부제목이 있었지만 최종 보고서는 이를 삭제하고 대신 보고서 본문에 삽입했다. 본문의 부제목 역시 조르세티가 제공한 초안과 일부 차이가 있지만, 상당히 유사했다.(아래 표1 참고)

표1.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표1.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2부(Part 2)의 경우는 거의 '판박이'였다. 제목에서 두 단어만 달라졌고, 아래 부제목 역시 몇 글자만 추가 또는 삭제됐을 뿐 거의 동일했다. 3부(Part 3)도 제목은 두 단어만 달랐고, 부제목도 표현이나 순서가 달라졌을 뿐 동일한 수준이었다.(아래 표2, 표3 참고) 

표2.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표2.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표3.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표3.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4부는 제목은 같았으나, 부제목에서 환경 모니터링(Evironment monitoring)이나 피폭 방호(Radiation protection) 등 일본 정부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만한 내용은 뺐다. 다만 본문(2~4번 부제)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아래 표4 참고)

표4.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표4. 왼쪽 조르세티가 공개한 초안, 오른쪽 최종보고서

조르세티, 요약본 추가 공개…최종본과 상당 부분 일치

조르세티는 이날 오전 일본 정부가 사전에 입수한 최종 보고서의 요약본(Executive Summary)을 추가로 공개했다.

조르세티가 공개한 부분은 이날 IAEA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 요약본(보고서 5쪽)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다만 최종 보고서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로 인한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해양 투기가 이뤄진 뒤에 다핵종저감설비ALPS의 일관성 평가를 위해 여러 시기에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일본 정부와 IAEA가 핵 폐수 해양 투기에 대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재점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사전 입수해 수정한 IAEA 최종보고서에 담긴 요약본. 4일 조르세티가 공개했다. 2023.7.3.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이 사전 입수해 수정한 IAEA 최종보고서에 담긴 요약본. 4일 조르세티가 공개했다. 2023.7.3. 시민언론 민들레

"83종 어류 모니터링 샘플" 표현 그대로 등장

이 밖에 조르세티는 일본 정부가 IAEA에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꿀 것과 '다핵종처리설비ALPS 처리수의 방사선 피폭'에서 '방사선' 단어를 뺄 것, '83종 어류 모니터링 샘플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발견되지 않았음'을 추가할 것 등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조르세티의 이같은 제보 역시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우선,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는 단어는 실제로 상당 부분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보고서 전체에서 오염수 단어는 단 33번만 사용됐지만, 일본이 요구한 처리수(treated water) 표현은 무려 355번 사용됐다. 

또 일본의 요구대로 IAEA 보고서에는 '다핵종처리설비ALPS 처리수의 방사선 피폭'(radiation exposure of ALPS treated water)이라는 표현은 없었으며, '방사선 피폭'("radiation exposure of)이라는 표현도 단 3번만 사용했다.

조르세티가 일본 정부 요청으로 추가됐다고 밝힌 '83종 어류 모니터링 샘플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OBT)는 발견되지 않았음(OBT has never been observed in 83 fish monitoring samples)'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측정된 83개 검체에서 OBT가 관찰된 적이 없다(OBT has never been observed in the 83 samples measured so far)"로 일부 수정됐을 뿐 사실상 그대로 반영됐다.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IAEA 최종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이날 일본을 방문했다. 2023.7.4.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IAEA 최종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이날 일본을 방문했다. 2023.7.4. 연합뉴스

조작된 보고서 가지고 핵 폐수 처리 안전하다?

한편 IAEA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핵 폐수 해양 투기 계획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년간에 걸쳐 평가를 했다"면서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보고서는 과학적으로 답을 낸 것이라고도 말했다.

IAEA는 같은 시각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IAEA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과 별개로, 이날 최종 보고서가 사전에 유출됐고 일본의 요구대로 바뀐 정황이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해명이 필수적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7~9일 사흘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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