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의회, 핵 오염수 투기 반대 발언 나선 동료 쫓아내
춘천시의회, "오염수 방류, 절대 안돼" 동료 윤리위 회부
일본 지방의회, 핵 오염수 투기반대 의견서 만장일치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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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경북 경산시 의회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반대 발언에 나선 이경원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5분 자유발언’을 하려다 회의장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더군다나 발언 내용은 경산시의회가 2년 전인 2021년 5월 채택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결의문 낭독이었다.
박순득 시의장(국민의힘)은 이 시의원이 낭독을 시작하자 “마이크 끄세요!”라며 제지했다. 마이크가 꺼졌다. 이 시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낭독을 이어나갔다. “이경원 의원(을) 본회의장에 퇴장시켜 주십시오. 끌어내 주십시오.” 박 시의장은 다시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 시의원은 사무처 직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경산시의회 회의규칙 제 34조에는 ‘5분 자유발언 도중에 의원의 발언을 정지할 수 없다’고 돼있다. 박 의장은 이 시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결의문’ 대표 발의를 한 사람이 바로 박 시의장이다.
그런가하면 나유경 춘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3~14일 기획행정위 행정사무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절대 안됩니다’라는 문구를 자신의 노트북에 붙여 감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징계 요구안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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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일본 미야기현 의회는 본회의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만장일치였다.
의원들은 의견서에 국가가 핵 오염수 투기에 대해 현지 어업 관계자 등의 이해를 얻은 뒤, 풍평(風評·뜬소문) 등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 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가 해양 방류 이외에 오염수 처분 방법을 계속 검토할 것’ ‘국가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보를 알기 쉽게 발신할 것’ 등의 내용도 있었다.
기쿠치 게이이치 미야기현 의회 의장은 “해양 방출은 절대로 하지말아 주었으면 하지만, 당사자는 국가이기 때문에 의견서를 내는 것으로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다”며 “국제기구가 안전하다고 인정해도 주민·어업인의 불안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하게 국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주객전도, 두 나라가 뒤바뀐 것 같다”
천양지차다. 경산시 의회와 미야기현 의회가 이렇게 다르다. 한국인들은 두 나라 지방 의회의 딴판으로 다른 풍경을 보며 씁쓸하기도, 화도 나는 모양이다. 야당 정치인 등 각계 인사들은 연일 관련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본지 필자이기도 한 강미숙 소셜칼럼니스트는 미야기현 지사의 “안전하다고 안심하진 못한다”는 말을 언급하며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반대한다고 외치지 못하는 단체장은 단체장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다. 경산시의회에 대해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시의원의 5분 발언 도중 강제퇴장 당하는 나라.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산시와 미야기현 의원들을 비교하며 “어찌 한일이 뒤바뀐 것 같다”고 어이없어 했다. 김경주 민주당 경주시 동천동 당원협의회장은 “우리나라 경산시의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5분 자유발언을 하던 의원을 끌어내렸는데, 일본 미야기현 의회는 오염수 반대 의견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으니 완전 주객전도”라는 글을 올렸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야기현 의회의 반대 의견서도 괴담이나 허위사실 유포인가”라고 물으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우리 국민에게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우려와 요구사항을 일본 정부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무소속)은 “(미야기현 의회의 핵 오염수 반대 의견서 채택에 대해) 지역 주민에게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이라 하더라도 반대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바다에 방류하는 문제에 대해 더이상 침묵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나유경 춘천시의회 의원은 미야기현 의회 기사를 붙여 “왜 춘천시의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는 의원의 소신행동이 징계 사유가 되고 신상발언도 징계 회부되고 결의안은 상정조차 못하고 의장직권 부결이 되죠?”라고 분노를 표했다.
백승종 역사학자는 미야기현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도대체 일본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았기에 극구 기시다 정권에 아부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정말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기에 충분한 일입니다.”라는 글을 썼다.
경산은 보수 지역, 미야기현은 원전 사고 트라우마
두 나라, 두 지역이 이렇게 다른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경산시는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 미야기현은 원전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경산시의회가 이경원 시의원의 ‘5분 자유발언’을 막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의 보수적 정치 성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있었던 20대 대선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은 73.37%였다. 경북 평균 72.76%보다 높다.
미야기현에는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지진 때문에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쓰나미도 공포의 대상이다.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원전의 지반 높이가 14.8미터에서 13.8m로 주저 앉았다. 불도 났다. 당시 쓰나미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2011년 4월 7일, 지진 발생으로 터빈 압력조정 패널이 떨어졌다. 특히 폐연료봉 저장 수조가 충격을 받아 8군데서 냉각수 유출 사고가 있었다. 냉각수에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1호기에서 유출된 냉각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5410베크렐이었다.
2021년 2월 1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호기 방수구 모니터가 정지했다. 3호기 비상전원장치 일부가 고장났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3월 16일에는 인접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미야기현 의회가 만장일치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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