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말 바뀐 정부의 후쿠시마 브리핑
2019년 이후 정화설비 정상 작동이라더니
지난해에도 고장나서 스트론튬-90 농도 상승
'괴담' 잡는다더니 정부가 '가짜뉴스' 유포해
"자기자료도 검토 안하고 사건 덮기에 급급"
정부가 백혈병, 골수암 등을 유발하는 스트론튬-90(Sr-90) 농도 상승 문제와 관련, 2019년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해에도 ALPS 고장으로 스트론튬-90 농도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핵폐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 시찰단이 지난달 시찰 과정에서 ALPS 주요 고장 사례 목록 자료를 확보했다"며 "2013년부터 작년까지 설비 부식, 전처리설비 필터 문제, 배기필터 문제 등 총 8건의 ALPS 고장 발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 스트론튬-90 농도 상승과 관련, "2019년 이후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했던 설명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앞서 박 1차장은 전날(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저장탱크 내 오염수의 핵종별 방사능농도 자료 중에서 스트론튬 농도의 최댓값이 리터당 43만 3000 베크렐(Bq)이 검출됐다"며 "검출치가 일본 배출기준인 리터당 30베크렐(30Bq/L)의 1만 4433배이고, 한국 배출기준인 리터당 20베크렐(20Bq/L)의 2만 1650배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측은 이러한 오염수가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ALPS로 정화해 희석 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ALPS 운영 초기에 고장으로 인해 스트론튬이 제거되지 않고 저장된 사례는 있지만, 기준 초과 문제의 대부분은 성능이 떨어진 흡착재를 자주 교체하지 않아 발생했고, 2019년 이후에는 이러한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설명했다"며 일본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서 ALPS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듯 발언했다.
16일 박 1차장 등 브리핑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고장 사례를 밝히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확보한 'ALPS 주요 고장사례 및 조치사항 리스트'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ALPS는 △2013년 6월 △2014년 3월 △2014년 6월 △2014년 9월 △2018년 9월 △2020년 △2021년 8월 △2022년 7월 등 총 8차례 고장이 있었으며, 고장 사유도 필터 이상으로 인한 탄산염 유출, 틈새 부식 등 다양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현재 주로 가동 중인 증설 ALPS(A계열, 처리용량 1일 250톤) 흡착탑 내 pH(수소이온농도) 변화로 인해 일시적인 스트론튬-90 농도가 상승했다.
또한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 주요활동 보고'(붙임2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시찰단은 ALPS 운영 이후 주요 고장사례(8회) 및 조치사항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우려를 바로잡겠다는 정부가 정작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고 브리핑에 나서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자기 자료도 검토하지 않고 사건 덮기에 급급한 것이다. 정부의 브리핑이 사기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며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태도는 일본 정부의 태도다. 불안을 부추기는 당국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정부 브리핑 자료 총 11쪽 가운데 9쪽을 할애해 한국 해역의 수산물 안전관리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 주간 실시된 생산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54개 품목 137건이었다. 검사 결과는 전부 적합했다"며 "유통단계에서도 지난 2주간 229건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고, 검사결과 모두 적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차관은 정작 핵 폐수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후쿠시마 해역과 관련해서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핵 폐수가 해양 투기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 안전한 한국 해역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후쿠시마의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정부가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후쿠시마 해역의 방사선 영향 평가와 해역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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