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과잉투자 감당못할 재정적자

구이저우 재정수입 대비 부채비율 164%

더 심각한 ‘숨은 채무’ 올해 66조 위안

불평등한 부의 집중 ‘중진국 함정’ 위험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당국은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지난 4월 역대 최고치인 20.4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6.09. EPA 연합뉴스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당국은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지난 4월 역대 최고치인 20.4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6.09. EPA 연합뉴스

중국 남부 구이저우 성의 성도 구이양 시에서 남동쪽으로 2시간 남짓 자동차로 달려간 깊은 산속에 첸난 푸이족·먀오족 자치주가 있다. 그곳 두샨 현은 2020년까지 국가가 지정한 빈곤지역이었다. 거기에 ‘천하제일 슈스루(水司樓)’라는 호화롭고 거대한 목조건물이 서 있다. 이곳 소수민족 전통양식인 못을 쓰지 않는 고난도의 공법으로 지은 높이 약 100m의 건물이다. 건설 총면적이 6만㎡가 넘는데, 2018년께 거의 외관이 완성된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유는 빚(지방정부 재정 부채) 때문이다.

두샨 현 정부가 이 건물 건설에 투입한 돈은 연간 재정수입의 20%에 달하는 2억 위안(약 356억 원). 두샨 현은 이 외에도 180홀짜리 골프장, 대학시설 유치도 추진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이런 거대사업들은 끌어들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중단되는 등 파산상태가 됐다.

‘천하제일 슈스루’가 ‘천하제일 폐허’로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두샨 현의 ‘천하제일 슈스루’는 지금 관광객 한 명 없는 스산한 ‘천하제일 폐허’가 됐다.

이런 과잉 개발투자로 인한 두샨 현의 채무는 연간 재정수입 40년분에 상당하는 400억 위안(약 7조 1200억 원). 구이저우 성에는 두샨 현 외에 다른 지역들에서도 과잉투자가 잇따라 거대 박물관과 대형 관광단지들이 관광객도 찾아오지 않는 실패와 낭비의 기념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악화된 지방정부 재정상태가 자력으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성들까지 생겨나 중국경제 전체의 리스크(위험)가 높아지고, 시진핑 정권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방정부의 이런 과잉개발로 인한 문제들이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이런 과잉개발의 역사는 오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토지재정’이라는 중국 특유의 사정 때문이다.

중국은 토지(땅)가 국가소유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을 기업들에 높은 가격으로 팔아 재정을 확보하고 기업들은 그 토지를 개발해 수익을 얻는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되는 7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후 첨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되는 7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후 첨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지방정부의 과잉개발 이유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과잉개발을 하는 이유는 성장에 목마른 중앙정부가 끊임없이 개발과 높은 성장을 지방정부들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방 공무원들은 과감한 개발을 통해 지역발전 성과를 내야 평가받고 승진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성적만 생각하고 채산성이나 필요성을 무시하는 예”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이저우 성 정부계 싱크탱크의 발표에 따르면, 구이저우 성은 자체 능력만으로는 채무처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정이 중국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성 차원의 재정파탄이 처음으로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주목을 받았으나, 그런 뉴스들은 곧 삭제됐다. 그 1주일 뒤 성 정부는 불량채권 처리 국유 대기업인 중국신다자산관리와의 제휴를 발표하고 금융전문가들 50명으로 대책팀을 꾸리게 했다.

구이저우 성의 재정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2022년 말 성의 채무액은 약 1조 2000만 위안(약 213조 6000만 원)로, 재정수입 대비 채무비율은 164%였다. 이는 중앙정부가 넘어서는 안될 상한선으로 설정한 100%를 크게 넘어섰다.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수험생이 시험 첫날 고사장에 들어가기 전 응원 문구를 들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올해의 수험생이 1천291만 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밝혔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수험생이 시험 첫날 고사장에 들어가기 전 응원 문구를 들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올해의 수험생이 1천291만 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밝혔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더 심각한 ‘숨은 채무’

더 심각한 것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숨은 채무’인데,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방채 발행액이 제한되기 때문에, 과감한 개발을 위해 지방정부가 출자하는 투자회사를 활용하는 편법을 쓴다. 지방정부의 의도를 따르는 투자회사가 과잉개발을 계속해도 정부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숨은 채무’가 증폭된다. 구이저우만이 아니라 다른 성에서도 이로 인한 재정악화가 퍼지고 있다. 윈난 성 쿤밍 시는 숨은 채무의 원인이 되고 있는 투자회사의 자금운용이 악화되자 사회보장에 쓸 돈을 회사 부채상환에 썼고, 간쑤 성 재정도 비슷한 이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정부가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경제 전반이 정체 상태에 빠진데다, 3년에 걸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과 전 주민 대상의 PCR 검사도 지방정부 재정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방정부 채무잔고는 약 35조 위안(약 6230조 원)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월에 중국 지방정부의 숨은 채무만 올해에 66조 위안(약 1경 17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정부 채무가 중기적으로 안고 있는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정권은 이런 지방재정 악화에 큰 위기감을 느껴, 4월 28일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지방정부의 채무관리를 강화해 숨은 채무가 새로 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에는 중앙정부 간부가 후난 성을 찾아가 “빚 내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체면 세우기 위한 건설공사는 하지 마라”고 지도했다. 지방정부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들의 불량채권이 늘고 이는 전반적인 금융 리스크로 연결된다.

지방의 개발이 줄면 경제성장이 감속할 수밖에 없어, 성장을 중시하는 시진핑 정권으로서는 채무를 늘리지 않으면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머스크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최고의 품질을 갖췄다고 말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2023.06.02.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머스크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최고의 품질을 갖췄다고 말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2023.06.02. 로이터 연합뉴스

성장을 가로막는 불평등한 부의 분배

성장의 과실 즉 부의 분배 왜곡, 불평등한 부의 분배도 중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1980년에 통상산업성(지금의 경제산업성)에 들어가 1990년대 후반에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 경제부 참사관으로 부임했던 중국연구가 쓰가미 도시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의 과실이 공산당, 국유기업 등 상층부와 부유층에 집중돼 새로운 성장을 이끌 민영기업 쪽으로 제대로 돌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봤다.(<아사히신문> 4월 3일) 그 결과 성장의 질이 떨어지고 중국이 ‘중소득국(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진 뒤 봉쇄정책을 해제하면서 중국 경제의 ‘재가동’에 대한 세계의 기대가 컸으나, 아직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쓰가미 연구원은 2003년에 <중국의 대두>를 썼고, 2011년엔 <기로에 선 중국>을, 그리고 2013년에 <중국 대두의 종언>을 썼는데, 이 책들의 제목이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낙관에서 비관 쪽으로의 변화다.

1990년대 후반에 주중 일본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부임한 그가 본 당시의 중국은 개혁개방에 필사적이었다. 국유경제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민간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충만했고 국제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개혁에도 진심이었다. 중국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

그런데 2008년에 미국 월스트리트발 국제금융위기(‘리먼 쇼크’)가 닥치면서 중국은 4조 위안(지금 환율로 약 712조 원)을 대책비로 투입했다. 이는 세계경제의 위기 탈출에도 크게 기여했지만, 그때부터 중국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쓰가미는 본다. 투입된 그 거액의 돈으로 국유기업들이 비대화하면서 성장의 질이 떨어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그 뒤 10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배로 늘어 미국의 70%까지 따라갔고, 일본의 4배가 됐다.

성장과 더불어 공산당 정부가 강권과 재력으로 경제의 관리통제에 깊이 관여하면서 성장이 애초에 상정한 것 이상으로 계속 이어졌지만, 무리한 성장 때문에 부의 분배 왜곡이 심화되면서 성장은 점차 정체되기 시작했다.

 

 8일 중국 지린성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는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날 이틀 일정으로 치러진 올해 '가오카오'에는 1천291만 명이 응시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3.06.09. AFP 연합뉴스
 8일 중국 지린성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는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날 이틀 일정으로 치러진 올해 '가오카오'에는 1천291만 명이 응시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3.06.09. AFP 연합뉴스

중국 성장 정체될 것

2022년 중국의 성장률은 3.0%로, 약 40년만에 세계평균 성장률 3.4%를 밑돌았다. IMF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로 올해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쓰가미는 중국경제가 앞으로 정체될 것으로 본다.

최근 10여년간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과잉투자를 했고, 부동산 거품 등으로 중국경제 체질이 열화(劣化. 나빠짐)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 가계의 지난 10년간의 투자 합계액이 554조 위안(약 9경 8612조 원)에 이른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지방정부들의 과대한 공공투자, 거품으로 시가총액이 미국 일본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커졌다는 부동산 등 투자가 경제의 짐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뒤 3년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2021년부터 거품을 가라앉히기 위해 긴축한 결과 부동산이 전례없는 불황에 빠져 지난해 GDP를 3% 가까이 끌어내렸다. 그런 상태의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거액의 재정지출을 했고 그 결과 지방재정 채무잔고는 2022년에 92조 위안(약 1경 6376조 원)이었고, 2026년에는 144조 위안(약 2경 563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IMF는 추산했다.

 

9일 중국 베이징 시민이 마트에서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0.2% 올랐으나, 전월 대비로는 0.2% 내렸다고 밝혔다. 이 중 식품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큰 1.0%로 집계됐다. 2023.06.09. AFP 연합뉴스
9일 중국 베이징 시민이 마트에서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0.2% 올랐으나, 전월 대비로는 0.2% 내렸다고 밝혔다. 이 중 식품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큰 1.0%로 집계됐다. 2023.06.09. AFP 연합뉴스

중진국의 함정

그럼에도 정부가 강대한 권한과 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 거품 붕괴도 재정 파탄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재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집세나 고액의 주택대출 상환 형태로 가계를 압박할 것이며, 실패한 투자 때문에 계속 지불해야 할 금리는 매년 GDP의 수% 규모로 팽창해 부의 분배를 왜곡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장을 떠받칠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돈이 돌지 않게 되고 이른바 ‘중소득국(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쓰가미는 얘기한다.

시진핑의 이례적인 3기 연임, 즉 장기집권과 권력집중도 중국경제에겐 약점이 될 것으로 봤다. 예컨대 시진핑이 고집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현장의 집행과정에서 분별없는 맹종이 이어지면서 경제사회는 심대한 피해를 입었고, 그 때문에 봉쇄정책을 해제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럼에도 그의 3연임이 확정된 공산당대회가 종료될 때까지 그것은 지속됐다. 지난해 11월에 정부가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감염이 확대될 경우 처벌받을 것을 겁낸 현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결국 대규모 민중항의(백지 시위)를 불렀고, 그런 뒤에야 움직였다. 이런 절대권력의 눈치를 보는 체질이 만연하면 정치행정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은 공산당에 권력이 집중돼 있지만 동시에 베이징에서는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공생하며 서로 견제하는 다원성이 있었는데, 3연임한 시진핑은 인사를 통해 그런 다원성을 죽였다. 쓰가미는 거기에서 시진핑의 정치적 압승을 보는 것이 아니라 통치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것을 본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은 시진핑이 그린 형태로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곧 다른 길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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