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봉쇄 해제 뒤 치솟은 대졸 실업자

대학 진학률 폭증과 정부·기업 미스매치

알리바바와 헝다가 시진핑 눈밖에 난 이유

한국 시행착오 시간차 두고 더 크게 반복?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되는 7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후 첨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되는 7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후 첨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16~24세 중국인의 실업률이 20.8%로, 지난 4월의 20.4%보다 더 올라갔다고 <가디언>이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를 토대로 15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내내 견지했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을 해제한 뒤 중국 경제활동이 본격 재개되면서 기대만큼 경기호전이 아직 시현되지 않았지만,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4월의 6.1%에서 올해 4월 5.2%로 약간 내려갔다. 그럼에도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5월 31일 보도했다. 이 “놀랍고도 수수께끼 같은 청년 실업(급등)”은 앞으로 적어도 몇 개월 동안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에는 한국 수능과 닮은 중국 대학입시 통일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됐는데, 응시자는 129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00만 명이 더 늘었다. 일본에서 올해 대입 공통시험을 치른 학생은 47만명, 한국의 올해 수능시험 응시 예정자는 41만여명이다.

중국은 대학과 전문학교 등 고등교육 학력자 비율이 이미 60%에 가깝고, 지난해 대학 졸업생은 1076만 명이었다. 2008년의 500만 명대에서 2배로 늘었다.(<아사히신문> 6월 7일) <가디언>은 올해 고용시장에 참여할 대학 졸업생 수는 116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다시 약 100만 명 더 늘었다고 했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40%나 늘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졸업식에 입고 나온 옷차림으로 땅바닥에 드러눕거나 계단에 엎어져 있는 모습, 졸업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퍼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매체들은 16~24세 중국인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고학력자’들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업계, 예상보다 느린 중국경제 회복속도, 그리고 정부의 고학력 인재 육성 선호 정책 간의 부정합(미스매치)에서 찾고 있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수험생들이 7일 베이징의 시험장 앞에 줄 서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에는 역대 최대인 1291만 명이 응시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수험생들이 7일 베이징의 시험장 앞에 줄 서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에는 역대 최대인 1291만 명이 응시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대졸자 10년만에 500만에서 1100만명대로

중국에서도 대학 진학은 한때 소수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으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 나은 취업행 차를 탈 수 있는 티켓(차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12~2022년 10년 만에 대학 진학자 비율이 30%에서 59.6%로 2배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많은 중국 대학생들이 졸업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외국 유학을 떠나는 등 취업을 미뤘다. 팬데믹 기간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졸업 뒤 바로 취업시장에 나서면 좋은 일자리를 찾거나 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인 2021~2022년 1년 사이에만 대학생이 직업전문학교와 행정전문학교 학생을 포함해 6%나 더 늘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이 그 뒤의 대학 졸업자 취업환경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취업 병목현상이 더 심해졌다.

취업기회는 그만큼 더 어려워졌고, ‘탕핑(躺平.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림)족'의 출현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그들은 취업할 생각도, 돈 벌어서 자동차나 집을 살 생각도 없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 그럴 능력이나 기회 자체도 문제지만, 가혹한 경쟁사회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과 환멸도 배어 있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되는 7일 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베이징의 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다음날까지 이틀간 치러지는 올해 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에 해당하는 1291만 명이 응시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되는 7일 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베이징의 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다음날까지 이틀간 치러지는 올해 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에 해당하는 1291만 명이 응시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기대치 밑도는 중국경제 성적

포스트 팬데믹의 중국경제 사정도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좋아지지 않았다. 4월 통계에 따르면 주가가 흔들리고 국채와 통화 가치도 하락했다. 무역 상황을 반영한 환율도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이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코노미스트> 6월 1일)

5월 전망치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5월 말 발표한 구매자관리지수(PMI)에서 서비스 생산 증가율은 4월보다 더 떨어졌고, 제조업 활동도 두 달 연속 줄었다. 소비 주도 경기회복에서 수익이 적은 국내 중공업 부문에 비중을 적게 둔 중국 경제지 <카이신>(Caixin) 발표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는 나쁘지 않았으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5월 생산자 가격이 전년 대비 4% 이상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생산자 가격 하락은 산업계의 수익을 악화시켜 제조업 분야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디플레 스파이럴(악순환)’을 부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노무라증권의 분석가 팅루는 중국경제가 ‘더블딥’(double dip·경기침체에서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다가 더 심한 경기침체 상태로 가는 것) 리스크가 커져 5월 분기 생산 증가가 제로(0)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 세계는 대체로 높은 인플레 속에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정책입안가들이 대처하기가 매우 까다롭지만, 성장이 신통찮은 데다 물가 상승률도 내려가고 있는 중국은 통화·재정 정책을 완화해 돈을 푸는 길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럼에도 중국 중앙은행은 디플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정부가 이처럼 디플레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정부의 그런 자세는 별 다른 조치 없이도 올해 5%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이는 지난해 성장이 너무 낮았던 데서 오는 ‘기저 효과’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정부의 이런 자세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 아래로 떨어진 2015년과 2019년의 몇 개월 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늦어도 7월에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모건 스탠리의 로빈 싱은 예상했다. 당시 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내려가자 중국정부는 재빨리 반응했다. 이번에도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경우 그때처럼 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 지불준비금을 줄이고, 이자율을 내려 인프라 투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등의 유사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그들은 내다본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 이자율을 내리면 금융업체들의 수익이 줄기 때문에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정도의 부양책을 쓸 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 동안 치러지며 올해 수험생은 1천291만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가오카오는 8일까지 이틀 동안 치러지며 올해 수험생은 1천291만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3.06.07. AFP 연합뉴스

취업시장의 미스매치, 한국 시행착오 반복

취업하지 못한 중국 청년층은 올해 1/4 분기에 630만 명이다. 이는 4억 8600만 명에 이르는 도시 노동자들 수에 비하면 소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사회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시티그룹의 분석가 샹룽위와 그의 동료들은 말했다. 정부 싱크탱크 발전연구센터의 쭤시앤과 그의 공저자들도 대학생들이 불안과 실망감을 느끼고, 그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 “전체 사회의 신뢰에 영향을 끼친다”고 썼다.(<이코노미스트> 5월 31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많은 중국 대학생들이 학업기간을 연장해 대학에 남았다. 중국 교육부는 대학들에 석사과정 학생수를 20% 이상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청년 실업률을 높이는 연쇄파급 효과를 낳게 된다. 한국과 닮았다. 한국사회가 걸어 온 길을 중국사회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훨씬 더 큰 규모로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정부가 지난해 말 팬데믹 기간의 봉쇄정책을 일거에 끝내 버리고 포스트 팬데믹 체제로 들어가자,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노동력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취업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있던 대졸자들이 대거 취업전선에 다시 나서면서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기업들과의 미스매치(부정합)가 발생했다. 반대로 그 미스매치 때문에 고용사정이 더 악화되자 더 높은 등급의 교육기관 진학 또는 공무원 취업 준비를 위해 고용시장 진출을 연기했던 학생들과 겨울 팬데믹 파도의 내습을 걱정한 기업들의 조기 고용확대 사이 몇 개월 간의 또다른 미스매치가 생겼다. 그 결과 그들 중 많은 수가 올해 대학 졸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것이 팬데믹 봉쇄정책 해제 이후 중국의 수수께끼 같은 청년실업 급등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당국은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지난 4월 역대 최고치인 20.4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6.09. EPA 연합뉴스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당국은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지난 4월 역대 최고치인 20.4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6.09. EPA 연합뉴스

알리바바 마윈, 헝다가 시진핑 눈밖에 난 이유?

이렇게 취업 도전을 늦춘 고학력자들은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나 헝다(에버그란데) 같은 부동산개발회사, 신둥팡 같은 온라인 수험지도 전문업체 등 한때 ‘드림 고용주’들의 고용방침에 맞지 않았다. 그들 고용주는 인건비가 더 비싼 대학원 졸업자 등 고학력자보다 학부 졸업생을 선호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석사과정을 늘리라고 했던 정부의 총애를 잃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알리바바의 총수 마윈이 시진핑 정부의 눈밖에 난 이유 가운데 이런 것도 포함될까. 헝다가 파산지경에 이른 것을 같은 이유로 설명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겠지만, 그런 측면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시진핑 정부는 분명히 거대 테크 기업과 대형 부동산, 사교육 업체들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문화 분야에서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두려워했다고 이 잡지도 썼다. 리크루트먼트(취업) 포털업체 자오핀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생들 중 잘 나가는 교육 및 훈련산업 분야 업체들에 취업할 수 있는 경우는 5.5%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역설적인 취업의 고학력 리스크

취업이 어려워지자 일부 고학력자들은 취업의 질보다는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지원해서 합격하는 곳에 일단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항공, 바이오테크, 전기차 같은, 중국정부가 5개년 계획까지 세워 장기 국가전략으로 중시하는 ‘하드 테크’ 분야의 인재 육성 정책과도 시간상의 미스매치를 빚었다. 그 분야 업체들이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기 전에 정부의 고학력 인재육성이 앞서 가버린 것이다. 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그럼에도 올해 졸업생 중 공대생들은 57%가 취업 제안을 이미 받았다. 41%에 그친 인문계 졸업생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높다.

중국에서도 고학력이 오히려 취업에 불리한 기이한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치솟는 청년실업률 속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더 실용적인 기술을 가지고 취업 열의도 더 큰 이른바 ‘가방끈이 짧은’ 고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지닌 청년들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고학력자들보다 더 낮다. “모두가 높은 학력이 (더 나은 취업을 위한) 징검돌”이라고 했지만, “그것(고학력)이 거기에서 내려설 수 없는 받침대라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는 가련한 고학력자의 온라인 상 한탄을 <이코노미스트>는 인용했다.

더 좋은 취업기회를 얻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고 대학원으로 가거나 해외유학을 떠난 중국 대학생의 비율이 올해는 예년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학생들이 안정과 안전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국영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비율이 최근 3년간 47%나 늘었는데, 이는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민간기업 쪽을 택한 27%에 비해 훨씬 높다. 나머지는 공공기업 또는 공무원을 지망했다.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중국 국무원은 지방정부에 예산이 허용하는 한 대졸자들을 최대한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기업들에는 보조금과 세금혜택까지 주면서 최소한 100만 개의 인턴자리를 만들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것은 대부분 국영기업들이다. 정부의 이런 인재 육성 및 취업 정책은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청년들을 (국가전략상) 가장 비효율적인 경제분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그렇다고 국가나 정부의 고용시장 개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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