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수출입, 소비, 물가 모두 부진

친강 외교부장 3주 넘게 부재 상태

유일한 중국정부 해명은 “건강상 이유”

청년 실업률 21.3%로 계속 올라가

디플레 속 “중국에도 ‘일본병’ 증세”

중국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침체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9일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왕이 위원은 키신저 전 장관에게 "중국의 대(對)미국 정책은 고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호혜 등 세 가지 원칙을 통해 양국이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07.20. AFP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9일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왕이 위원은 키신저 전 장관에게 "중국의 대(對)미국 정책은 고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호혜 등 세 가지 원칙을 통해 양국이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07.20. AFP 연합뉴스

이른바 ‘리오프닝’ 이후의 중국경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외교의 ‘얼굴’인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6월 25일 이후 지금까지 3주 이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경제와 외교에 대한 중국정부의 설명도 요령부득이어서, 안팎의 온갖 억측 속에 중국이 지금 전반적으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DP, 수출입 모두 부진

중국은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 증가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7%를 넘을 것이라는 ‘리오프닝’(제로 코로나 봉쇄정책 폐기 이후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 기대치를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비교 기준인 지난해 같은 기간이 제로코로나 상하이 봉쇄 등으로 중국경제 활동이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여서, 이른바 ‘기저 효과’ 덕이었다. 바로 전인 1분기(1~3월)에 비해서는 0.8% 증가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실제 상황을 반영하는 수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율로 치면 3.2%로, 좋지 않은 수준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지난 13일 발표한 6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전년의 같은 달 대비 12.4% 줄어든 2853억 달러로, 2개월 연속 감소였다. 중국의 3대 수출 대상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인데, 6월의 대미 수출은 23.7%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EU와 ASEAN에 대한 수출도 각각 10% 이상 줄었다. 품목별로는 컴퓨터(PC)와 휴대전화기, 완구, 신발이 모두 20% 이상 감소했고, 철강재는 40% 이상 줄었다.

수입액은 2147억 달러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6.8% 줄었다. 4개월 연속 감소다. 올해 상반기(1~6월)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줄었고, 수입액도 6.7% 줄었다.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 뒤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봉쇄 등으로 경제활동이 정지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상태가 더 나빠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중이 상호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07.09. AF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중이 상호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07.09. AFP 연합뉴스

디플레 속 청년층 실업률 21.3%

이 때문에 민간기업들이 인원 삭감에 나서 청년층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았다.(전체 실업률은 5.2%) 그나마 일자리 증가는 음식점 같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소비 상황을 보여 주는 소매 총액은 6월에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1% 늘었으나, 음식 등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고 내구성 소비재 쪽은 여전히 신통찮다.

6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2년 4개월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부동산 개발 투자액도 상반기(1~6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줄었다. 1분기(1~3월)만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나 줄었다. 아파트 가격도 6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나 하락했다.

인플레 조정 전의 중국 명목 성장도 인플레 조정 수치보다 더 내려갔는데, 이는 지난 40년간 4번밖에 없었던 일이다. 중국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디플레다. 2분기에 1.4% 떨어졌는데,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대외적으로 위안화의 가치 하락도 성장의 장애요소다. 6월의 중국 수출품의 달러 가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나 줄었다.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이는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 확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간 것이다.(<이코노미스트> 7월 17일)

6월의 소비자 가격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전혀 오르지 않았고, 공장에서의 생산자 가격은 5.4% 떨어졌다.

“중국에도 일본병 증세”

전반적으로 상황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도 일본병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금융학원의 인젠펑 교수는 지난 6월호 <재신(財新)>에 기고한 글 ‘일본병을 막는다’에서, 일본이 1990년대 초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소비가 급락하면서 기업이 수요부족으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장기간 디플레가 덮치고 인구마저 줄어드는 이른바 ‘일본병’에 걸렸는데, 그 병 증세가 중국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아사히신문> 7월 17일)

 

중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왼쪽)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에 도착한 케리 특사는 오는 19일까지 머물며 기후변화 대응 협력 등을 논의한다. 2023.07.18.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왼쪽)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에 도착한 케리 특사는 오는 19일까지 머물며 기후변화 대응 협력 등을 논의한다. 2023.07.18.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경기 침체

리오프닝 효과를 깎아 먹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불황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한계에 봉착한 부동산 과잉개발을 막으려는 정부의 융자 규제지만, 구조적인 요인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주택의 신규 구입층인 30대 전반 인구가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기업도 가계도 부채 상환을 우선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경제활동은 정체하게 된다. 이 또한 거품 뒤의 일본경제가 빠져 들었던 고통스런 상황과 닮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헝다에 이어 대형 부동산 개발 그룹 완다 그룹이 곤경에 처했다는 보도들이 최근에 쏟아졌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다롄완다상업관리그룹이 이번 달 만기의 4억 달러 채권 원리금 중 2억 달러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이런 문제는 중국 특유의 부동산 재정문제로 파급된다. 특히 토지 사용권을 매각해서 얻는 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삼아 온 중국 지방정부들이 이런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재정상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투자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대여해 주면서 인프라 건설 등 온갖 사업들을 벌여 왔다. 그런데 토지 관련 수입이 줄면 재정 수입을 투자회사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부실화한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를 장부상에서 감추는 ‘은닉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바로는 그 규모가 중국의 지난해 GDP의 48%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 잔고는 거의 같은 규모라고 한다.

 

17일 제4호 태풍 '탈림'으로 물에 잠긴 중국 푸저우 마을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탈림'이 18일 오전 강한 열대성 폭풍이나 태풍급으로 광시좡족자치구 해안에 다시 상륙하고 19일 베트남 북부로 이동해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3.07.18. 로이터 연합뉴스
17일 제4호 태풍 '탈림'으로 물에 잠긴 중국 푸저우 마을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탈림'이 18일 오전 강한 열대성 폭풍이나 태풍급으로 광시좡족자치구 해안에 다시 상륙하고 19일 베트남 북부로 이동해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3.07.18.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통계수치 통제

이를 숨기기 위해 경제관련 정보들을 통제한다.

최근 중국 정부통계들에 대해 잇따라 비공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 신뢰감 지수는 4월부터 공표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직접투자액 세목은 공표와 비공표를 왔다 갔다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7~9월기 GDP 발표가 갑자기 연기됐다. 민간의 업계분석 보고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

리창 총리는 이번 여름 다보스 회의에서 “우리는 글로벌화 속에서 자국을 발전시키고 글로벌화를 지키는 가장 굳건한 힘이 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정부 통계를 국가기밀 취급하면서 공표에 일관성을 잃는다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반간첩법, 희토류 수출규제 설명회

이런 가운데 중국정부는 21일 개정된 반간첩법과 희토류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국기업들을 중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베이징에서 개최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서방 기업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개정된 반간첩법 외에 8월부터 시행되는 반도체 소재 갈륨 등의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 데이터(정보)의 국외 이동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회는 적용범위가 애매해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반간첩법과 희토류 수출 규제 등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험악해진 미중 분쟁 상황에서도 중국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미국의 반응인 듯하다.

 

지난 5월 23일 베이징에서 옵케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친강 부장은 지난 6월 25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2023.05.23. AP 연합뉴스
지난 5월 23일 베이징에서 옵케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친강 부장은 지난 6월 25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2023.05.23. AP 연합뉴스

수수께기의 친강 외교부장 부재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6월 25일 베트남과 스리랑카, 러시아 외교관들과 만난 뒤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초 그와의 예정된 만남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방중이 그 직전에 취소된 데 이어, 지난 11일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ASEAN 외무장관 회의에도 친강 부장은 가지 않았다.

그 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등 미국의 고위관리들과 헨리 키신저 등 요인들이 중국을 잇따라 찾았을 때도 친강 부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상급자라 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 정치국원이자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그들을 맞았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간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고위관리들 간 만남이 뜸해진 뒤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외교부장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3주 이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말 주미 대사에서 외교부장으로 전격 발탁됐는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외교경험이 풍부하다고도 할 수 없는 그가 고속승진을 한 것은 그가 시진핑 주석의 특별한 신임을 받는 그의 측근이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런 그의 최근 부재상황은 시 주석이 처한 상황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더욱 궁금증 불러일으킨다.

 

6월 25일 베이징을 찾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고 있는 친강 외교부장. 친강 부장은 이날 이후 지금까지 3주일이 넘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23.06.25. AFP 연합뉴스
6월 25일 베이징을 찾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고 있는 친강 외교부장. 친강 부장은 이날 이후 지금까지 3주일이 넘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23.06.25. AFP 연합뉴스

유일한 정부 공식해명은 “건강상의 이유”

그의 오랜 부재에 대해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자카르타 ASEAN 외무장관회의 불참 사실을 발표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라고 한 게 중국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공식 해명이다.

이에 따라 친강 부장의 장기 부재의 원인에 대한 온갖 억측들이 국제 외교가의 ‘핫이슈’가 돼 있고, 장기간의 외교부장 부재 자체와 그에 대한 중국정부의 설명 부재도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홍콩의 매체는 그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문을 보도했고, <포린 폴리시>는 그것을 근거로 중국의 ‘코로나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채 심각한 현재진행형 문제로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에 으레 등장하는 여성과의 염문설도 떠돌았다. 홍콩 텔레비전 방송의 여성 앵커와의 스캔들인데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됐다. 그 여성 앵커도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친강 부장이 정치적으로 실각했다는 설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기자회견에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타임스> 등 외신 기자들이 이와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친강 부장은 언제 복귀하나?” “그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친강은 지금도 외교부장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왕원빈 대변인이나 마오닝 대변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정보가 없다.” “외교부장이 어떠한지는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 외의 정보는 없다.” “중국 외교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 홈페이지 당일 기자회견 기록에는 이런 얘기들이 말끔하게 삭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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