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주장 인용하며 "한국이 삼중수소 더 많다"

삼중수소 열흘이면 배출?…"반감기 최대 1년 반"

원자력 전문가 "대통령실이 국민 불안 더 부추겨"

국책연구기관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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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왼쪽)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오른쪽). 2023.5.24. 국회방송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왼쪽)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오른쪽). 2023.5.24. 국회방송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한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가짜뉴스'라고 폄훼하며, 또다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핵 오염수' 불감증에라도 걸린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삼중수소가 세슘보다 2배 위험하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왜곡된 정보와 가짜뉴스는 국민을 불안케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는데 대응 방안이 있냐"고 대통령실에 질의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에 "삼중수소가 세슘보다 2배 이상 위험하다는 표현은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가짜뉴스"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건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유발해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석은 가짜뉴스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수석은 "삼중수소는 인체에 들어가면 일주일, 열흘이면 배출이 되고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작다"며 "30년에 걸쳐서 방류하기 때문에 IAEA(국제원자력기구) 조사 결과가 나오고 시찰단 돌아오면 정밀하게 분석해서 문제점이 있으면 문제 제기하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 연합뉴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 연합뉴스

가짜뉴스? 삼중수소 열흘이면 체내 배출?

김 의원과 이 수석이 '가짜뉴스'라고 폄훼한 내용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티머시 무소 생물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다.

무소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국을 방문해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관련 논문 250건을 보면 삼중수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의 '생물학적 효과비'는 세슘-137 감마선의 2∼6배다"라고 밝혔다. 세슘-137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지만, 삼중수소 베타선은 그렇지 못해 내부 피폭이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무소 교수는 일본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베타선이 피부도 뚫지 못할 만큼 투과력이 약해 인체가 해가 없다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도 지적했다. 삼중수소가 버려진 인근 해역에서 사는 어패류를 사람이 먹으면 체내에 삼중수소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가 인체에서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배출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삼중수소가 물에 결합한 삼중수소수(HTO)의 형태일 경우 대통령실 설명처럼 빠르게 배출될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 등 유기물질과 결합한 유기결합삼중수소(OBT)는 생체에서의 반감기(방사선이 절반으로 들어드는 시간)가 175일에서 550일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티머시 무소 생물학과 교수. 2023.5.24.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티머시 무소 생물학과 교수. 2023.5.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보다 한국 삼중수소 배출이 더 많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한국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보다 적은 양이라는 대통령실의 주장도 일본 측의 주장이다. 일본 자민당 외교부 회장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한국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게 밝혀져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한 바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오염수 저장 탱크에는 125만 톤(t)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고, 여기에는 1000테라 베크렐(T㏃)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월성·한울·한빛·새울·고리 등 국내 5개 원전 본부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총 213.7 T㏃(기체 상태로 배출되는 삼중수소 제외)다. 후쿠시마에 보관중인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량보다는 적은 수치다.

일본이 바다에 버리기로 한 양이 125만t이지만, 원전이 완전하게 폐로되지 않는다면 그 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의 쓰나미 여파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처리 오염수를 담고 있는 저장탱크들. 2021.2.`3. 교도 연합뉴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의 쓰나미 여파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처리 오염수를 담고 있는 저장탱크들. 2021.2.`3. 교도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오히려 국민 불안 부추겨"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일방적이고 모호한 '뒤집어 씌우기'식 발언이 오히려 신뢰를 깎아먹고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다"면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측면을 다룬 연구 250건 중에서 130건 정도가 DNA관련 연구이고, 암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14건). 인체에 대한 영향을 다루는 연구를 하지 않았고, 한국엔 연구하는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우리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확인됐고,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가 없으니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가짜뉴스라고 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매도하면 안 된다.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론이 안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가짜뉴스, 엉뚱한 이야기라고 하면 안 된다"며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서 정부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민주당 "국민이 뭘 몰라서 선동 당하냐"

야당은 가짜뉴스로 선동한다는 대통령실의 발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이번 시찰단이 가서 시료도 채취 못하고 명단도 공개 안 되고 언론도 빼고 검증이 안 된다"며 "'3무(無) 깜깜이'에 시찰이 아니라 견학단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들이 뭘 모르거나 선동의 유혹에 빠져서 걱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도대체 왜 먼저 나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친일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하냐"고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ALPS(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장비가 걸러낼 수 있는 게 문제가 되는 다핵종 64종 중 10개가 안 된다. 예를 들어 삼중수소 말고도 세슘, 플루토늄, 스트론튬, 요오드, 탄소 등을 걸러내지 못한다"며 일본 설비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시료 채취를 안 해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일본 설비에서) 삼중수소 빼고는 거의 다 체크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국정에서 국민 건강은 다른 거하고 바꿀 수가 없다"면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이 넘었지만 우리 해안이나 수산물이나 어디를 봐도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전하고 똑같다는 결과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일본 측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24일 오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장도 "오염수 음용 불가"

한편 최근 '후쿠시마에서 가져온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셔볼 수 있다'는 주장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발언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장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앨리슨 교수는 국민의힘이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10리터도 마실 수 있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앨리슨 교수의 발언과 관련, "후쿠시마 오염수는 음용수 기준을 훨씬 넘기 때문에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62만Bq인데 음용수 기준은 1만Bq"이라며 "앨리슨 교수의 발언은 개인적인 돌출 발언이다. 상시 음용을 하면 안 된다는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주 원장은 앨리슨 교수의 해당 발언이 처음 나온 기자 간담회를 원자력연구원이 주최한 데 대해선 "원자력학회와 공동으로 주관했지만, 앨리슨 교수를 초청한 것은 원자력학회와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네트워크'"라고 했다. 그는 '앨리슨 교수의 발언에 대해 왜 즉시 조치하지 않았느냐'는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지적에 "미리 조치하지 않은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를 내서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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