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찰단' 출발…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걸기대도

시찰단 21명 명단도 깜깜이, 민간 전문가·기자 배제

검증장비도 없이 일본이 제공하는 자료만 받아온다?

정부, 오염수 시료 채취도 "신뢰성 때문에"요구 안해

공동행동, 위험성 은폐하는 정부·여당 "너나 마셔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오늘(21일) 출발한다. 한국은 걱정이 태산인데 일본은 여유만만이다. 긴장은커녕 ‘오염수 시찰’을 반기는 분위기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9일 “(시찰은)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찰단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는 또 “한국 시찰단은 이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원전 현장에서 일본 측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보낸 ‘메시지’이자 ‘가이드라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케이신문>은 11일 한술 더 떠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뿌리 깊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도 해제되길 바란다”는 사설을 내놨다. 사설은 “그러나 한국 측이 이번 시찰을 해양 방류 안전성에 관한 한일 양국의 공동 검증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다”라는 걱정도 했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일본 정부가 (시찰단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불안감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한일 양국에 윈윈(win-win)”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분위기가 이렇다. 반면 한국 분위기는 흉흉하다. 시찰단 파견을 두고 환경단체와 야당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나서 연일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런 상반된 분위기는 마치 동전의 앞뒷면같다. 요철(凹凸) 같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일본 정부는 '철(凸)'이 되어 압박하는데 한국 정부는 알아서 '요(凹)'가 되어 찌그러진다. 

시찰단인가, 참관단인가

시찰단이란 이름부터가 맹랑하다. '시찰'은 여기저기 돌며 사정을 살펴본다는 말이다. 검사해서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검증단이라 이름 붙여야 마땅했다. 하다못해 조사단이라는 이름표라도 붙여야 했다. “일본으로 수학여행 가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한국 시찰단은…일본 측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니시무라 장관의 말에 비춰보면, ‘참관단’인 셈이다. 시찰단이란 말을 건져내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얼마나 고심했을까.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시찰단 명단 왜 공개하지 않나?

시찰단은 2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정부 기관 소속이다.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문가 1명 등 21명이다. 정부는 유국희 단장 외 다른 전문가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 이유가 뭘까. 정부는 “이들이 (명단 공개로) 심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찰단의 심적 부담’이 ‘전국민적 우려’보다 우선이라는 말이다. 

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얻을 생각이 있었다면, 오염수 투기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던 민간 전문가들을 시찰단에 포함시켜야 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는 단 한 명도 들어가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비판을 예상했는지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의 자문 그룹을 별도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시찰에는 한국의 민간 전문가와 기자들이 동행하지 않았다. 정부는 “피폭의 위험이 있고 일본 정부가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시찰단은 오염수 시료 채취조차 하지 않는다. 애초 윤 정부는 일본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료 채취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신뢰성 문제나 국제사회 관계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어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료 채취는커녕 핵종과 방사능 농도 측정 등에 대한 전수 조사는 꿈도꾸지 못할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시찰단은 검증 장비를 가져가지 않는다. 유국희 단장은 “로데이터(원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측의 설명이나 듣고, 일본이 제공하는 자료나 받아오려 21명이 국민세금으로 참관을 하러 가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에 참석해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5.20.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에 참석해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5.20.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본에 면죄부 주러 가는 시찰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느니, 시료 채취가 필요 없다느니, 식수로 먹어도 괜찮다느니 하는 헛소리 잔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하고 방사성 오염수 테러에 공범이 된다면 임기를 마치지 못하리라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일본과 공모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짓밟는 대통령을 두고 볼 수 있나”라며 “이렇게 계속 나간다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시민단체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성을 은폐하려는 국민의힘을 성토했다.

허장현예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상임이사는 회견에서 “일본은 이번 시찰단 파견에 대해 설명회에 불과하다며, 한국을 해양 투기의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가서 후쿠시마산 음식을 즐기시고 오염수도 한 대접 마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국민 건강과 안전 외면하고 방사성 오염수 위험성 은폐하는 국민의힘! “방사성 오염수 너나 마셔라!”>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현재(2023년 5월) 약 133만t의 오염수가 1068기의 탱크에 보관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약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ALPS가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와 탄소 14 외에도 우라늄 238, 플루토늄 239, 아메리슘 241 등의 방사성 물질도 남아있다. 또한 6,500톤의 오염수에는 뼈에 흡착하여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 90이 기준치의 100배~19,909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서는 안된다고, 많은 국가의 보건 및 환경 시민 사회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2021년 4월 다수의 유엔 특별 보고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심각하게 비판했으며, 2022년 12월 미국 국립 해양 연구소 협회 역시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핵전쟁 방지 의사회(IPPNW)에서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성명을 결의했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어용과학자를 내세운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는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검증한다는 말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해 생계와 안전을 위협받는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두려움이 국민의힘에는 닿지 않는가?

국민 건강과 안전 외면하고 방사성 오염수 위험성 은폐하는 ‘국민의힘’에게 말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진심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너나 마셔라!”

2023년 5월 19일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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